우여곡절 끝 취업비자 발급받아 미국 재입국…“마이너에서 경기감각 키우는 게 급선무”
강정호의 비자 발급은 언제 이뤄졌을까. 피츠버그의 포수인 프랜시스코 서벨리는 미국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주 전 강정호로부터 전화를 받은 내용을 소개했다. “강정호가 2주 전쯤 전화해서 미국으로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하더라.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다. 그가 (MLB 복귀에) 정말 목이 말라 있었다는 걸 새삼 느꼈다”는 내용이었다. 서벨리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강정호의 취업 비자는 이미 2주 전에 발급됐다는 걸 알 수 있다.
강정호의 취업비자를 도운 이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이민 전문 변호사로 활약 중인 자바드 카자엘리라는 변호사다. 그는 피츠버그 구단의 공식 발표 후 자신의 SNS에 강정호와 공항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이민 변호사로서의 일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팬이라는 사실보다 중요하다”며 “피츠버그는 더 강해질 것”이란 내용과 ‘웰컴백’ ‘정호강’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강정호가 우여곡절 끝에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미국 땅을 밟게 됐다.
피츠버그의 프랭크 쿠넬리 사장은 공식 발표문을 통해 “오랜 과정 끝에 강정호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지금까지 강정호가 복귀를 위해 노력한 것들에 감명을 받았다”는 얘기를 전했다. 또한 피츠버그는 “강정호에게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할 것이고 우리 구단과 공동체 멤버로서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피츠버그는 그동안 계속해서 강정호 측과 연락을 취하며 강정호의 미국 취업비자 발급을 적극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위에 언급한 자바드 카자엘리 변호사는 강정호의 에이전트사인 옥타곤과 피츠버그 구단이 공동으로 선임한 변호사이고, 옥타곤 소속 선수들을 담당하는 에이미 말도나도 변호사도 강정호 취업비자 취득을 돕는 일에 나섰다.
현재 강정호는 연봉 지불 의무가 없는 제한선수 명단에 묶여 있다. 구단도 강정호가 몸 상태를 회복하는 동안 제한선수 명단에 남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겨울 음주운전 파문으로 취업비자를 취득하지 못했던 강정호는 이후 야구장이 아닌 경찰서와 법원에 출석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앞서 두 차례의 음주운전 기록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강정호한테 등을 돌렸고 미국 취업비자마저 취소되었다. 다시 재발급 받으려 했지만 미국 대사관은 강정호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훈련을 쉴 수 없었던 강정호는 지난해 전남 함평과 광주를 오가며 개인훈련에 나섰다. 광주에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함평에서는 후배들과 약식 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키우려 노력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피츠버그 구단의 주선으로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에 참여했다. 아길라스 시바에냐스에 합류, 경기 출전을 이어갔지만 성적이 좋지 못했다. 24경기 동안 타율 0.143 84타수 12안타 1홈런에 그쳤고,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방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피츠버그 지역 언론은 강정호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는 “강정호의 야구가 뜻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일찍 짐을 꾸렸다”고 전했고, ‘콜 투 더 펜’도 “피츠버그는 강정호가 윈터리그에서 감각을 잘 회복하길 바랐지만 부진을 면치 못한 채 방출됐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이와 관련해서 강정호의 측근은 기자에게 “도미니카공화국의 야구 환경에 적응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에 제한이 있었다. 고기 위주의 식단을 섭취하다가 그런 상황이 되지 못하니 체중이 감소됐고 야구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게 좋지 못한 성적으로 나타난 것 같다.”
이후 잠시 귀국했던 강정호는 일본에 갔다가 다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향했다고 한다. 강정호의 측근은 “혼자 훈련하는 건 한계가 있다 보니 일본을 거쳐 도미니카공화국을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페이스북
미국 취업 비자를 취득한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려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MLB 사무국과 MLB 선수노조의 노사협약에 따라 제정된 ‘공동약물예방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돼 처벌받은 선수들의 재활 프로그램이다. 그 다음 피츠버그 구단의 캠프지인 플로리다 브래든턴 시설에 입성, 본격적인 훈련을 받게 된다. 현재 브래든턴에는 올 시즌 피츠버그 구단과 계약한 배지환이 합류해 있다.
강정호가 모든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한 다음 피츠버그 팀에 합류한다면 재기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까.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시즌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1월 휴스턴 애스트로스로부터 4대1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수 콜린 모란을 데려왔다. 3루수 주전으로 활약 중인 모란은 올해 22경기에 나와 타율 0.296 2홈런 12타점을 기록 중이다.
송 위원은 “강정호가 좋은 몸 상태를 만든 후 피츠버그에 합류한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자리가 없다”면서 “이적생 모란의 활약이 대단하다. 피츠버그가 모란 대신 강정호를 주전으로 세울 확률은 극히 적다. 강정호는 모든 걸 잊고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빅리그로 올라가려는 생각보다 마이너리그 경기에 많이 나서며 경기 감각을 키우는 게 급선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위원은 강정호의 복귀시기를 시즌 후반부로 예상했다. 올스타전 이후가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는 것.
강정호의 측근은 선수의 몸 상태와 관련해서 “정말 열심히 운동만 했다. 당장 경기에 나갈 수 있을 정도”라면서 “욕심을 내기보단 마음을 다잡고 캠프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새출발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전했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복귀 관련해서 찬반양론이 뜨겁다. 강정호도 이런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노골적으로 강정호의 복귀를 반대한다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피츠버그에서의 빼어난 활약이 세 차례의 음주운전으로 ‘리셋’되다시피 한 강정호. 절치부심 끝에 실낱같은 기회를 잡은 그가 다시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파이어리츠 팬들 앞에서 설 수 있을까? 모든 건 강정호한테 달려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