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등 장타 파워 여전한지 증명하는 게 관건
#금주 선언한 강정호
얼마 전 강정호가 플로리다 브래든턴 합류 후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피츠버그 지역 언론사인 포스트 가제트와의 인터뷰에서 “술을 한 방울도 대지 않고 있다. 완전히 끊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6년 겨울 음주운전 사고 후 단 한 번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자기 고백이었다.
세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강정호의 이력은 피츠버그 팬들한테도 충격적이었다. 그가 피츠버그 복귀를 위해 플로리다로 향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현지 여론은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 강정호로선 현지 기자들과의 첫 인터뷰에서 언급하기 싫은 음주운전을 떠올리며 “술을 끊었다”라고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진정성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정호의 진심이 피츠버그 팬들에게 어느 정도 전달됐을지 파악하긴 어렵지만 강정호의 복귀 의지만큼은 현지 언론에서도 인정받는 중이다. 확장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6월 초 하이 싱글A에 오른 강정호는 90마일 정도의 패스트볼은 어김없이 홈런으로 넘기는 파워를 발휘했다. 수비도 3루수 외에 유격수까지 소화하면서 뛰어난 적응력을 나타냈다. 더 이상 싱글A에 있는 건 무의미한 일. 더블A를 패스하고 곧장 트리플A로 직행 후 계속 경기에 나서고 있다.
#피츠버그와 계약 마지막 해
강정호는 올 시즌이 피츠버그와의 계약 마지막 해다. 2015시즌을 앞두고 피츠버그와 4+1년, 보장금액 1100만 달러에 계약한 터라 2019시즌은 구단이 옵션을 갖고 있다. 구단이 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바이아웃 금액 100만 달러와 함께 FA가 되고, 구단이 옵션을 행사하면 연봉 5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강정호가 비자를 취득하지 못해 피츠버그에서 뛰지 못했던 시간도 모두 계약 기간에 포함된다.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그동안 제한선수 명단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제한선수 등재 기간 중에는 연봉 지급이 중지되지만 계약 기간은 지속된다.
강정호로선 올 시즌 후반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실력이 건재하다는 걸 메이저리그에서 증명해내야만 한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강정호가 2할3푼을 치더라도 홈런 등 장타가 살아 있다는 걸 확인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사생활 관련해서 꽤 관대한 편이다. 물론 강정호처럼 세 차례의 음주운전 경력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경기력을 회복하고 성적을 낸다면 돌아섰던 피츠버그 팬들도 강정호를 응원하고 나설 것이다. 강정호의 매력은 한 시즌 풀타임으로 출전했을 때 홈런 25개 이상은 칠 수 있는 파워이다. 2할7푼에 홈런 수가 적은 것보다 2할3푼을 치더라도 홈런이 많아야 한다. 피츠버그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강정호의 파워가 여전한지,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다.”
#3루수 아닌 유격수?
피츠버그의 한 관계자는 플로리다에서 수비 훈련을 했던 강정호가 3루보다 유격수 훈련을 힘들어 했다고 귀띔했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유격수를 맡으려면 지금의 체중에서 살을 더 빼야 날렵한 수비가 가능하다. 그러나 체중을 줄이면 파워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이 부분 때문에 강정호가 고민하고 힘들어 했던 것이다.
최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은 피츠버그가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할 수 있다며 그 대상 선수 중 한 명으로 유격수 조디 머서를 후보자로 꼽았다. MLB.com이 조디 머서를 내세운 배경에는 강정호가 존재한다. 피츠버그에서 강정호를 유격수로 세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피츠버그의 주전 3루수는 신인 콜린 모란이다. 61경기에 나서 타율 2할7푼 50안타 5홈런 25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강정호가 잘하고 있는 모란을 대신해 3루수를 맡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렇다면 2015년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유격수로 뛰었던 강정호에게 조디 머서의 자리를 잇게 할 수밖에 없다. 강정호가 플로리다 훈련지에서 부담스런 유격수 수비 훈련에 땀을 쏟은 이유도 구단의 시나리오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송재우 위원은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복귀를 서두르지 않기를 바랐다. “1년 반을 쉰 선수라 경기 감각을 되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체력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동안 개인훈련을 지속했지만 혼자 하는 훈련과 단체 생활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6월까지는 무조건 트리플A에 있는 게 바람직하다. 피츠버그가 리빌딩을 천명한 터라 전반기 끝나기 직전 한두 차례 빅리그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강정호의 본격적인 피츠버그 경기는 후반기부터 시작될 확률이 높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최고 성적 추신수 트레이드 가능성도 상승 ‘아이러니’ 최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동안 추신수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텍사스 지역 언론이 추신수 띄우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텍사스 단장인 존 대니얼스까지 나서 추신수가 팀 공헌도가 높은 선수라며 추켜세웠다. 이유가 뭘까. 바로 트레이드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트레이드 마감 시한은 7월 31일. 추신수는 올 시즌 매서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6월 15일 현재 28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벌이고 있고 67경기에서 타율 2할7푼4리 71안타 12홈런 30타점 44볼넷 출루율 3할8푼4리, OPS .852를 기록 중이다. 2014년 텍사스 이적 후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 추신수의 트레이드에 가장 큰 걸림돌은 몸값이다. 2013시즌을 앞두고 레인저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에 계약한 추신수는 이번 시즌까지 포함하면 3년간 63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 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베테랑 선수를 위해 거액을 쏟아 부을 만한 팀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텍사스가 남은 연봉을 어느 정도 보전한다면 후반기 우승을 넘보는 팀으로선 추신수 카드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텍사스는 추신수를 내주는 대신 젊은 유망주 영입을 요구할 것이다. 추신수로선 지구 최하위로 떨어진 텍사스보다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트레이드된다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추신수는 현재 홈런과 장타가 터지고 타율과 출루율을 높일수록 트레이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아이러니를 경험 중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