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으로는 결정 내렸다”…홍명보·황선홍 월드컵, 박지성·이영표 아시안컵 이후 대표 은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독일전에서 활약하는 구자철.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독일을 상대로 승리하며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승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독일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구자철은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마음속으로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야기를 해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동갑내기 절친인 기성용과도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수년간 대한민국 대표팀의 중심이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연령별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했고 2012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다. 구자철은 당시 올림픽 대표팀의 주장을 맡기도 했다.
이들에게 늘 좋은 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런던 세대’가 주축으로 참가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철저히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자철은 이 대회에서도 주장 완장을 차고 있었다. 완장은 대회 이후 구자철에서 기성용으로 넘어왔다.
기성용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은퇴를 언급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그는 A매치 100경기 출장을 기록하며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2008년 요르단과의 친선 경기에 국가대표로 데뷔한 이후 어느덧 10년이 넘게 흘렀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1989년생으로 만 29세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는 것은 어쩌면 빠른 일인지도 모른다. 과거 대표팀의 레전드들은 어느 시점에 은퇴를 선언했을까.
대표팀에서 일정기간을 활약한 후 스스로 대표팀 자리를 내려놓는 이는 그간 국내에서 많지 않았다. 나이가 들고 기량이 하락하며 자연스레 대표팀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큰 대회 이후 대표팀에서의 은퇴를 선언하는 선수들이 존재했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축이었던 홍명보와 황선홍은 대회 이후 나란히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열린 친선경기는 브라질전이었다. 이 경기는 홍명보·황선홍의 은퇴경기를 겸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본선 최다골 기록 보유자 중 한 명인 박지성은 월드컵이 아닌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과 작별했다. 그는 대표팀 은퇴는 오랜기간 함께 활약해온 이영표와 함께였다. 3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은퇴를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박지성은 은퇴 이유로 자신의 무릎 건강 상태를 이야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구자철과 기성용도 2019년 1월 아시안컵을 마치고 대표팀 유니폼을 벗으리란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가 끝난 직후 구자철은 은퇴를 언급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수년간 대표팀을 이끌어온 구자철과 기성용의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