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 없이 진행된 최악의 정책’ 감사원 발표 이후 정치권도 공방전 속으로…
2014년 낙동강 합천 창녕보 상류 5KM 지점의 낙동강 자전거 도로에서 국토종주 자전거 라이더 들이 녹조를 바라 보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 출범 약 2개월 뒤인 지난해 6월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감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감사원 측은 ‘자문위 의견, 국민과 언론이 제기한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 필요성, 기존 연간 감사 계획 등을 종합해 감사 결정을 내렸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감사는 감사 시작 당시부터 4번째 감사인 만큼 4대강 사업 감사의 ‘완전판’임을 내세웠다.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과정, 계획 수립, 건설공사, 수질 등 사후 관리 점검과 성과 분석까지 사업 전반에 걸쳐 진행한다.
약 1년 뒤인 지난 4일 감사결과가 발표됐다. 감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총체적인 부실 공사이자 검토 없이 진행된 사실상 최악의 정책으로 평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점이 충격을 더했다.
당초 4대강을 추진하면서 환경부는 4대강에 보를 설치하면 수질오염 우려가 있다고 알렸지만 관련 보고서에는 이런 부분을 삭제하거나 축소했다. 통상 5개월에서 10개월이 걸리는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 기간도 대통령 지시로 2~3개월로 대폭 줄였다. 수심이 약 3m 정도면 충분하다는 국토부의 제안에도 최소 수심을 6m 파고 8억 톤 이상의 물을 확보하라고 구체적으로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점도 이번에 밝혀졌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밀어붙였고 유관기관은 착실히 이행한 셈이다.
경제성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경제성 분석 결과 비용이 대비 편익 비율이 0.21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100을 투입하면 21밖에 돌려받지 못했다는 뜻으로 투입 비용을 기준으로 하면 4대강에 투입된 비용은 30조 원이 넘었지만 편익은 6조 원에 그친다고 봤다. 홍수피해 예방, 수질 개선, 물 이용, 수력발전 등의 편익을 모두 합해도 투자에 비해 편익이 낮아 사업성이 없다는 결과다. 2020년을 기준으로 물 부족량 해소도 4%에 그쳤고 수질은 오히려 나빠졌다고 해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라는 결과표를 받아들었다.
이런 감사 결과가 나오자 정치권은 곧바로 공방전에 접어들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국정농단보다 바로잡기 어려운 국토농단인 것이 드러났다”며 “홍수와 가뭄을 예방한다는 거짓말로 경제성 제로(0)인 사업에 31조 원의 혈세를 퍼붓고 환경을 파괴했다. 정책오류를 넘은 전략적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정치 보복 감사’라는 입장이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정권이 바뀌자 같은 사안으로 감사를 하는 것은 눈치보기 감사다. 감사원의 이전 감사 결과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적 결과다”라며 “4대강 사업은 이미 3차례의 감사원 감사와 2015년 대법원에서 적법판결을 받은 바 있다. 감사원의 독립성이 엄격히 보장됨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전 정권의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지시한 것은 전 정권 치적 흠집 내기”라고 반박했다.
기상청의 ‘최근 10년간 기상재해현황’. 2011년 이후 침수 피해가 줄어들었다. 사진=기상청 화면 캡쳐
정치권도 갑론을박 중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효과에 대해서는 대체로는 반대 의견이 많다. 그 와중에 긍정적인 효과를 말하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4대강 찬성 입장에서는 치수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한 4대강 찬성입장의 정치권 관계자는 “그래도 4대강 완공 이후에 큰 홍수가 난 적은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상청에서는 최근 10년간 기상재해 현황을 공개하는데 이 자료에 따르면 2011년 4대강 완공 이후 침수 피해가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것은 맞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도 존재한다. “2011년에 홍수 피해는 대부분 지류에서 발생하였고, 4대강 사업은 지류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를 막는 데는 전혀 효과가 없다”, “4대강을 한 지역만 비교해야지 전국적으로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는 주장 등의 반박이다.
재정정책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경제학과 교수는 “환경, 치수, 가뭄 대비 등 효과를 떠나서 경제학적으로는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한 선택이었다”고 귀띔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수요 창출을 위한 일종의 재정정책으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설명이다.
이런 주장에 4대강 정책이 한창 추진 중이던 MB정부 당시 4대강에 반대했던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은 동의하지 못했다. 정 전 의원은 당시 이 전 대통령의 4대강 정책에 반발하다 사찰까지 당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재정정책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당시 6m나 팠던 건 나중에 운하를 목적으로 했다고 봐야 한다”며 “당시 건설업계에서 4대강 때문에 큰 재미를 못 봤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골재가 일거에 나오다보니 골재 값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 전 의원은 “MB가 4대강을 추진할 때 금강, 영산강은 지자체의 요청도 있은 만큼 먼저 시행하고 경과를 본 뒤 좋으면 그때 한강, 낙동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묵살됐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갑론을박에도 감사결과가 정책 실패로 나온 만큼 앞으로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4대강 보를 파괴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4대강 보, 상시개방 유지와 보 해체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도 내년 6월까지 보 해체를 포함한 후속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보 해체는 너무나 성급한 주장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의 정 전 의원은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해야지 성급하게 보를 파괴해서는 안된다”며 “보 파괴에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드는 만큼 상시적인 수문 개방을 하면서 면밀하게 관찰해 장기적으로 올바른 정책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