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위원장들 ‘부들부들’…과거 ‘문재인 공격’ 행보 걸림돌로 작용할까
무소속인 강길부·손금주·이용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사를 밝혔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민주당 지역위원장직을 둘러싼 갈등과 야당의 눈치 등이 이들의 입당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강길부·손금주·이용호 무소속 의원. 박은숙 기자
당초 강‧손‧이 의원의 입당 및 복당 논의는 원 구성을 직후로 논의될 예정이었다. 원 구성 협상 시기와 입당 논의 과정이 맞물리면 복잡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 구성의 큰 그림은 7월 중순 즈음 마무리됐지만, 보름이 지나도 이들에 대한 입당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끝내 이들의 입당은 뒤로 미뤄져 8월 25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결정짓기로 정했다. 추미애 대표를 중심으로 꾸려진 지도부가 이 문제를 마무리짓다가 애매하게 임기가 종료되는 것보다는 새로운 지도부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표면적인 이유의 이면에는 다른 사연도 있다. 바로 지역위원회 내부의 갈등이다. 강 의원의 지역구는 울산시 울주군이다. 만약 그가 민주당에 입당하게 되면 강 의원은 ‘당연직’으로 민주당 울산시당 울주군 지역위원장을 맡게 되는데, 여기에 당원들의 반발이 있었다. ‘강길부 의원 복당반대 민주당 울산시당 권리당원 모임’은 지난달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 의원의 복당에 반발했다. 강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오게되면 울주군위원장은 강 의원이 맡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역위원장은 운영위 구성과 접촉권 조정 등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총선을 앞두고서는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강 의원의 입당을 반대하는 것이다. 한 권리당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권리당원의 60~70%가 (강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고 있다”며 “2007년 당시 당이 어려울 때 같이 헤쳐나갈 생각은 안하고 대선을 몇 개월 앞두고 탈당했다. 배신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당원은 이어 “강 의원은 후배 양성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며 “(만약 복당이 되면) 우리는 곧바로 서울로 올라가서 중앙당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물론 반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울산시당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당원은 강 의원의 복당을 환영하고 있다. 현재로선 울산시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소속 의원이 없기 때문에 강 의원의 복당을 환영한다는 것이다.
찬반 양론 속에 강 의원은 이들의 반발을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그거 다 아무 영양가 없는 사람들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다”라고 일축했다.
강 의원이 민주당에 복당하는 대로 울주군 지역위원장직에 앉을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지역위원장직이 아무리 당연직이라 하더라도 위원장이 바뀌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당 또는 복당이 됐다는 전제하에서 1차적으로는 지역위원장을 결정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위원장 교체 여부를 심사한다. 이곳에서 교체가 적절치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2차로 최고위원회에 상정해서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 조강특위가 상정되는 과정에서 이미 내부적인 논의가 입당과 동시에 또는 사전이나 직후에 이뤄진다.
당 지도부가 강 의원의 복당을 받아들이게 되면 성인수 울주군 지역위원장과의 협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울산시당 내 당원 간의 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당 관계자는 “그들은 자신들이 당을 지켰는데 강 의원은 한국당에 편하게 있다가 온 것 아니냐는 반발 심리를 갖고있다”며 “불쾌감과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성 위원장도 “당원들의 뜻에 따라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손금주 의원(전남 나주시 화순군)과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시 임실군‧순창군) 역시 민주당 전남도당과 전북도당 내의 지역위원장 및 권리당원들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박희승 남원·순창·임실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이 의원의 입당에 대해 “당연히 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이들의 입당에 반대 의사를 표할 것이다. 만약 들어온다해도 이들은 뿌리를 내리기 힘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정훈 나주·화순 위원장은 손 의원의 입당에 대해 “노코멘트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야당의 방해도 입당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앞서의 박 위원장은 “민주당이 이들을 받아봤자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의석수 과반이 안 된다”며 “민주당은 야당인 민주평화당과 협치를 해야 하는데, 노회찬 의원의 사망으로 공동교섭단체 지위(20석 이상 의석)를 상실한 평화당은 손‧이 의원이 자신들의 당으로 들어오길 원하고 있다. 무소속으로 남아 있는 것에도 불쾌감을 나타내는데 (민주당에 가는 걸 좋아하겠나)”라고 말했다. 한 두 명의 입당으로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서 큰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닌데 괜히 야당과 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조배숙 평화당 대표도 “이들이 민주당에 입당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내에서) 협의가 어려운 것 같다. 내부에서도 사정이 좋진 않은 것 같다”며 민주당 입당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민주당 내 의원들이 반발하는 것도 또 다른 악재다. 정청래 전 의원은 “생명과도 같은 당적을 ‘금배지 달기’ 용으로 엿 바꿔 먹듯 하는 철새 행각은 정계 퇴출 1호 대상”이라며 “국민의당 출신들 몇몇이 민주당 입당을 노크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지난 여름날 당신들이 한 짓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당 대표가 당직자 한 명 임명하려고 해도 사사건건 반대하고 몽니를 부리던 그 시절을 기억하느냐. 그 세력이 탈당하고 나갔기 때문에 지금 민주당이 조용하다”라며 “그 세력들이 다시 민주당 입당을 꿈꾸나 보다. 우리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반발은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 의원과 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비난을 쏟아낸 적이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월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을 맡던 시절 “문재인 정부의 정책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기조는 고민보다는 고집으로 일관했다” 등의 발언으로 쓴 소리를 내뱉었다.
손 의원도 지난해 대선 전, “문재인 후보 측은 의도적인 사실 왜곡과 프레임 덧씌우기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과거 수구독재정권이 자행했던 색깔론의 연장선상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문 후보 측을 보면 과거 독재정권의 모습이 연상된다. 문 후보에 대해 ‘도로 박근혜, 문근혜’라는 말이 회자된다”고 공격해 왔다. 때문에 친문계 인사 뿐 아니라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형성될 경우 이들의 입당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