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백석평전’ 등 문학 추천…이, ‘불평등’ ‘기본소득’ 관련 책 탐구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독서 스타일을 통해 정부의 앞으로의 기조와 정책들을 가늠해볼 수 있을까. 일요신문DB
문 대통령은 2012년부터 자신의 트위터에 꾸준히 책을 추천해 왔다. 그의 독서 키워드는 ‘노무현’과 ‘북한’이다. 그가 참여정부 시절 함께했던 이들이 집필한 책을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연결고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이어진다. 또, 당시 야당 정치인으로서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도서를 읽으며 정부에 쓴소리를 했다. 문 대통령이 소개하는 책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인들을 ‘권력’ ‘지도자’로 표현하기보다는 ‘순박한 대통령’, ‘좋은 정치인’으로 그리고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이전인 2016년 9월 1일, ‘대통령의 골방’(이명행)이라는 소설을 추천했다. 문 대통령은 “작가가 퇴임 후의 대통령을 봉하 사저에서 만나 나눈 대화가 소설의 모티브가 됐다네요”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대통령을 근엄한 존재가 아닌 소박한 한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 책을 추천한 날짜 9월 1일은 공교롭게도 노 전 대통령의 출생일이다.
이 외에도 그는 참여정부 인물들이 쓴 글을 추천했다.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두번째 방황이 가르쳐준 것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기록’,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어떤 경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가 그 책들이다. 이들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다. ‘기록’에 대해서는 “그의 글에서 노무현의 체취를 느낍니다. 노무현이 그리운 분들은 윤태영의 책 ‘기록’을 읽어보십시오”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과의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걸맞게 문 대통령은 북한 관련 책을 추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4년 ‘희아와 농부 아저씨의 통일 이야기’(이희아‧전강석)에 대해 “통일에 대해 이토록 쉽고 아름답게 쓴 책을 못 봤습니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또,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권에서 시를 안 쓰겠다고 절필선언한 안도현 시인이 ‘백석평전’을 냈습니다. 분단으로 잃었던 당대 최고 시인 백석의 삶과 시 세계를 완벽하게 되살려낸 탁월한 작품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한국현대정치사, 식민지생활사는 물론 분단의 아픔까지 그려내고 있다.
뜻밖의 추천도 있다. ‘조선시대 당쟁사 1, 2’(이성무)를 소개했는데, 이 책은 조선시대 붕당이 갈려 서로 다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 책을 말하면서 “당쟁의 성격과 역사에 관해 학문적으로 아주 잘 정리한 책인데, 읽고 싶은 책은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트윗을 올린 날짜는 2012년 12월 19일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한 날이다.
문 대통령이 마냥 노 전 대통령만을 그리워하거나 북한 통일만 외친 것도 아니다. 그는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김태일)을 추천했다. 세금을 거두는 원칙과 국가 재정의 개념, 예산의 집행을 설명한 책이다. 문 대통령은 이 책에 대해 “일독 강추! 좋은 주권자가 되려면 필요합니다. 저도 공부가 많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상상, 현실이 되다’(유영민‧차원용)에 대해선 “발명이나 신기술 뿐 아니라, 좋은 정치나 정책에도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트렌드와 미래예측에도 관심을 보였다.
반면, 이낙연 총리는 문 대통령과 독서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두 사람 모두 다 폭넓은 분야를 읽지만, 굳이 따지자면 문 대통령은 문학을, 이 총리는 비문학을 선호한다. 이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읽은 책을 공개한다. 직접 책의 표지를 찍은 사진도 함께 첨부하곤 하는데, 책이 책상 유리나 가죽 천 위에 놓인 점을 미뤄봤을 때 이 총리는 집무실이나 자택 소파 등 여러 장소에서 독서를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트위터에 책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주말독서’ ‘밀린독서’ ‘독파’ ‘폭독’이라는 용어를 같이 사용하며 독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이 총리의 독서 키워드는 ‘비평’ ‘미래’ ‘경제’ ‘역사’다.
문재인 정부의 진보성향에 걸맞게 이 총리는 기본소득에 대한 책을 읽었다. 그는 지난 4일 트위터에 “세계의 논쟁적 의제 ‘기본소득’의 여러 문제를 공부하려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천한 책은 ‘21세기 기본소득’(필리프 판 파레이스‧야니크 판데르보호트)이다. 이 책은 노령연금과 아동수당, 청년배당 등 기본소득의 개념을 설명한다. 이들은 진보성향의 학자 또는 정치인들이 저소득층의 복지 향상을 위해 주장하는 복지 모델이다.
이 외에도 이 총리는 ‘불평등의 이유’(노엄 촘스키)를 소개하며 미국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허위와 위선을 지적했다. 이 책은 우리가 인류 역사상 부유한 시대에 서 있음에도 왜 불평등에 직면하게 됐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역시 앞서의 기본소득 도서와 같이 저소득층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해 가을 ‘미래’ ‘예측’ ‘전망’에 푹 빠졌다. 그는 지난해 9월 ‘일의 미래’(린다 그래튼), ‘콘텐츠의 미래’(프랭크 로즈), ‘메가트렌드 2045’(마티아스 호르크스), ‘대중의 직관’(존 L 캐스터), ‘X이벤트’(존 L 캐스터)를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이 책들은 모두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미래를 예측하고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 구상한다. 이 총리가 미래에 관한 책을 유독 선호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관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4차 산업을 육성하고 미래 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문재인 정부 공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한 트렌드와 사회 이슈에서도 뒤처지지 않았다. 이 총리는 페미니즘과 성평등 이슈와 관련한 도서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박선화)를 읽고 “남자가 잘 모르는 여성의 내면과 현실. 여성에게 스며있는 습관과 의식. 결혼기피와 저출산의 배경. 좋은 공부가 됐습니다. 균형 있고 읽기 쉽네요”라고 평을 남겼다.
또한, 북한과 미국 사이에 우리나라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있다. 그는 ‘문재인의 운명’, ‘거래의 기술’,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김성보‧기광서‧이신철), ‘김정은 체제, 5년 북한을 진단한다’(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총 네 권의 도서를 읽고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니 어떻게 만들 것인가? 뉴스 그 너머까지를 보려면 그 저류부터 아는 것이 좋습니다. 독서는 늘 부족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