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8400만원 넘으면 더 이상 돈맛 못느껴’ 연구결과도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꼭 들어봤을 법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행복하다는 것은 대체 뭘까. 돈이 많은 것일까, 건강한 것일까, 아니면 성공일까. 그도 아니면 이 모든 것을 갖춰야 진정으로 행복한 단계에 도달하는 걸까. 행복이란 감정이 사실은 이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다시 말해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행복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저마다 느끼는 행복의 감정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가 최근호에서 행복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소개한 기사 역시 바로 이런 점을 토대로 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당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행복해지는 데에는 정해진 공식이 있는 걸까.
행복은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렵다.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의 감정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행복을 ‘주관적인 삶의 만족’이라고 표현한다.
전세계 인구가 75억 명이라면, 여기에는 75억 개의 행복이 있다고 ‘포쿠스’는 말한다. 또한 행복에 도달하는 방법 역시 75억 개라고 말했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행복이라는 단어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보다 과학자들은 행복을 ‘주관적인 삶의 만족’이라고 표현한다.
과거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수치가 정설처럼 여겨졌었다. 바로 노벨상을 수상한 영국의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과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이 주장한 7만 5000달러(약 8400만 원)의 법칙이다. 요컨대 연소득이 7만 5000달러가 넘어가면 더 이상 돈으로는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디턴과 카너먼은 행복의 50%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고, 10%는 생활환경에 의해서 결정되며, 나머지 40%는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요즘의 젊은 학자들 사이에서는 행복을 이렇게 수치로 나누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독일 보훔 루르대학의 심리학교수인 마이케 루만 역시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루만 교수는 ‘행복개입’ 즉, 행동의 변화를 통해 행복감을 높이는 것이 과대평가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세계의 그 어떤 행복코치도 전혀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훨씬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현대 과학도 행복에 대해서 정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가령 새로운 연구방법과 자기공명단층촬영(MRI) 덕분에 오늘날에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엔도르핀 등의 역할과 함께 이런 신경전달물질이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많이 알게 됐다. 하지만 여기에도 의문은 따른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영국의 신경과학자인 딘 버넷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저서 ‘해피 브레인’에서 “체내 세로토닌의 90%가 뇌가 아니라, 장에서 분비된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라고 물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뇌는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어떤 네트워크와 프로세스가 이런 행복한 감정을 만드는 걸까? 사실 아직까지 이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힌 연구 결과는 없다.
그럼에도 ‘포쿠스’는 행복에 대한 연구가 수십 년 동안 지지를 받고 있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행복한 사람이 불행한 사람보다 확실히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 등 긍정적인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가령 행복한 사람들의 업무 능력이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보다 37%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버넷은 “만일 당신이 1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고 하자. 이때 100명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들은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137명 분의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넷은 이런 까닭에 근래 들어 전세계 인사관리자들이 행복에 관한 연구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행복한 사람이 불행한 사람보다 업무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행복이란 감정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훨씬 이롭다고 ‘포쿠스’는 말했다. 행복한 사람들은 훨씬 더 건강하고, 면역력도 높으며, 때문에 병원에 가는 일도 거의 없고,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도 적다. 이는 현대의 직장인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나 번아웃 진단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요즘과 같은 때에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또한 사정이 이러니 보험회사나 고용주들이 행복을 주제로 한 강연을 찾아서 듣고, 또 행복을 의미심장한 예방책으로 여기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다. 다시 말해 ‘행복’이란 감정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요인인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감정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소득 7500만 달러 이상인 고소득자의 경우, 더 이상 급여인상만으로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면 어디서 방법을 찾아야 할까. ‘포쿠스’는 “이미 상당한 급여를 받고 있고,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은 회사 측과 급여에 대해서 협상할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여가시간에 대해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줄일 경우, 삶의 만족감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경우에는 삶의 만족도가 확실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퇴근하는 데 오랜 시간을 할애할 경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지루함을 느끼게 되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실직 역시 마찬가지다. 실직은 삶의 만족감을 떨어뜨리며,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한다 해도 예전의 만족감만큼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이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불행한 감정은 전염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학문적으로 증명이 된 사실이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삶에 불만이 가득한 사람보다 이성에게 인기가 많으며, 따라서 보다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또한 자녀들에게도 이에 비례하여 삶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을 심어준다. 다시 말해 ‘불행은 더 많은 불행을 낳고, 행복은 더 많은 행복을 낳는다’는 악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고리를 끊는 방법은 없을까. ‘포쿠스’는 불행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버넷은 “사람은 자주적이고 독립적이 되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동물이며, 다른 사람과 함께 의사소통을 하는 데 적합하도록 진화되어 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사교적인 태도가 행복을 도출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버넷은 “행복이란 바로 다른 사람들이다”라고 요약했다.
바로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된다. 일례로 과거 설문조사기관인 갤럽이 136개국 20만 명을 대상으로 기부와 삶의 만족도 간의 상관 관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120개국의 경우 기부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는 ‘운동’도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몸은 본래 ‘움직이도록’ 만들어졌다. 운동을 하면 엔도르핀 분비가 촉진되고, 감정적으로도 상승하게 된다. 만일 팀스포츠를 할 경우 이런 감정은 더욱 강력해진다. 다른 사람과 접촉하고, 공동체 의식을 강하게 느끼게 될 경우 운동의 긍정적인 효과는 더욱 강력해진다.
애완견을 키우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다만 과도하게 동물에 집착할 경우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될 우려도 있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다. 가령 애완견을 위해 주기적으로 산책을 나가게 될 경우 자연히 신선한 공기를 쐬고, 강제로라도 몸을 움직이게 된다. 또한 다른 애견인들을 만나면서 친분을 쌓게 되고, 이런 교류를 통해 더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다만, 과하면 아니함만 못하다. 동물 사랑이 너무 과할 경우, 오히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돼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감사일기 쓰기’도 행복한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에먼스와 마이클 맥컬러프가 조사한 실험도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연구는 192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진행했으며, 첫 번째 그룹에게는 10주 동안 매일 감사했던 일을 적도록 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매일 기분 나빴던 일만, 그리고 세 번째 그룹에게는 나쁜일과 좋은 일 둘 모두를 적게 했다.
그리고 10주 후에 실험 참가자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 결과,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첫 번째 그룹의 사람들이 다른 두 그룹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긍정적이었으며, 삶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 이들은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적게 느끼고 있었고, 체력도 상당히 향상되어 있었다.
사실 완벽하게 행복한 상태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완벽하게 행복한 상태를 인생의 목표로 삼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실패, 손실, 나쁜 운 등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며, 그저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행복을 좌우한다.
따라서 ‘포쿠스’는 오로지 행복해지는 것만을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불행으로 향하는 첫걸음을 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런 목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행복은 만들어가는 것, 쟁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설령 불행하다고 느껴도 그것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극복한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행복만을 좇을 경우, 더욱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고 ‘포쿠스’는 말했다. 철학자인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행복한 사람들의 세상은 불행한 사람들의 세상과 다르다”라는 말을 상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