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기 연속 적자’ 공작기계 부문 200명 경기 의왕서 경남 창원으로…“싫으면 나가라”
현대위아의 계획은 200여 명 공작기계 부문 인력을 의왕에서 생산 기지가 있는 경남 창원으로 배치해 의왕과 창원 간 거리 차로 발생했던 출장비나 물류비 등 비효율 비용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위아 내부에서는 “전환 배치가 수익성 강화 수단일 수 없다”며 반발, 인력 재배치를 통해 구조조정 효과를 거두려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 현대위아에선 “싫으면 퇴사하라는 말”이 공공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위아는 국내 설비 투자 정체에 따른 영향으로 올해 3분기까지 8분기 연속 공작기계 부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적자폭은 올해 들어 더욱 커져 지난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차량부품 분야에서 700억 원 영업이익을 얻고도 공작기계 부문서 700억 원 영업손실을 내 수익을 내지 못했다.
공작기계 부문 누적 적자 700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270억 원과 비교해 2.6배 늘었다. 기계장비 시장 불황에 맞서 현대위아가 내놓은 저가 판매 정책이 오히려 적자 확대 원인이 됐고, 지난 10월 진출한 베트남 시장 역시 중국 기계 설비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현대위아 의왕연구소. 현대위아
의왕 연구단지 내 공작기계 부문 직원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라는 현대위아의 전환배치 결정을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복수의 현대위아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위아 경영진은 이달 초 의왕 연구단지에 근무 중인 공작기계 부문 인력에 오는 12월 초 창원으로 전환배치할 예정임을 통보하면서 “싫으면 퇴사하라”는 말을 전했다. 현대위아 소속 한 직원은 “기계사업본부장이 강당에 직원을 모아놓고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창원으로 간다는 말을 전했다”면서 “연구개발 인력이 의왕에서 창원으로 이동하는 것과 수익성 개선이 크게 상관관계가 있는 게 아니어서 전환배치를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위아가 당장 공작기계 부문 인력의 전환배치 완료를 정한 것도 구조조정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현대위아는 이달 초 내부적으로 공작기계 부문 인력 전환 배치를 발표했고, 한 달 만인 오는 12월 초 발령을 낸다는 방침을 정했다. 전보 발령이 생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경기도에서 경남으로 이동하는 일이어서 생활상 불이익이 불가피한 데도 당장 결행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전보 발령은 아무리 사용자 필요에 우선한다 해도 절차상 희망자를 받고 진행해야 한다”면서 “노동자 개인에 주어진 지나친 불이익은 전보 무효 판결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더욱이 현대위아는 공작기계 부문 인력을 창원으로 재배치하겠다면서도 시설 등 직원 수용 준비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위아는 올해 초 완공한 기숙사로 인력을 보내는 일과 공장부지 내 사무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이미 창원 소속 직원이 생활하고 있는 해당 기숙사의 총 수용 인원은 350여 명에 불과하다. 현대위아 노조 관계자는 “창원 1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재무·회계 등 관리 부서를 의왕으로 보내고, 공작기계 부문 R&D 직원 등 200여 명을 창원으로 보내는 안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상 직원 전원이 이동하진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위아 직원들이 공작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현대위아
실제 의왕 연구 단지에서 일하는 현대위아 공작기계 부문 일부 직원은 이미 퇴사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당장 회사를 나가겠다는 직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정확한 전환배치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위아는 전보 발령 거절에 따른 퇴사를 권고사직으로 처리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대위아 공작기계 부문 한 직원은 “가지 않을 거면 나가라는 것과 같은데, 권고사직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차라리 희망퇴직 같은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면 좋을 정도”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위아가 그룹 눈치를 보느라 구조조정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인 공작기계는 공정관리와 제품 품질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위아의 공작기계 실적만큼은 직접 챙기는데, 현대위아가 구조조정 비용 손실을 줄이고 실적을 개선하는 방편으로 인력 재배치를 쓰고 있다는 것. 재계 한 관계자는 “공작기계 부문이 현대위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이하로 크지 않지만, 공작기계에서 시작하는 공정관리는 현대차그룹의 기밀사항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면서 “현대위아로서는 구조조정 비용이 눈치 보이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제조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공작기계 분야의 경쟁이 심해진 데다 현대위아 공작기계 부문 기술 경쟁력은 유럽에 밀리고 가격 경쟁력은 중국에 밀리는 모호한 상황에 왔다”며 “공작기계 부문 협력사들도 대부분 창원에 있고, 경쟁사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고정비를 줄이고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조치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계열사 재편 속, 몸집 키우기 ‘시동’ 현대위아가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위아가 이달 초 ‘비전 결의대회’서 밝힌 중장기 성장 방안에 대형화가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위아는 엔진·모듈·사륜구동·공작기계 등 기존 사업부문에 친환경 사륜구동 제품과 열관리 시스템 같은 미래차 사업을 더해 2030년까지 연 매출 16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위아가 지난 10월 합병한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을 끌어안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다이모스 합병법인이 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 전달계 전문 기업’으로 도약을 밝힌 만큼 현대위아의 변속기 역량 강화에도 유리하다. 현대차그룹 위기 극복을 위해 꾸려진 혁신 태스크포스(TF)팀 역시 현대위아 존속회사로 합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 한 전문가는 “현대위아의 신사업 추진 발표와 현대차그룹 내 파워트레인 계열 구조 재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대위아는 추후 존속회사로서 계열사를 인수합병할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로 그룹 내 유일하게 엔진을 생산하는 주요 계열사임과 동시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분을 가진 그룹 내 핵심 계열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