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이 두 개 지검 수사 지휘…대검 감찰결과에 힌트 있다?
# 본격화된 김태우 수사관 수사…소환, 압수수색까지
현재 사건은 양갈래로 진행된다. 청와대 등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김태우 수사관을 고발한 건은 수원지검 형사1부에서, 자유한국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한 건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 배당됐다.
하나의 사건이지만 수사 주체를 나눈 탓에, 대검찰청이 사건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구조다. 그리고 검찰은 김 수사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1부는 지난달 31일 김 수사관이 소속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김 수사관이 작성한 각종 문건과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김태우 수사관이 1월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김 수사관 수사 및 처벌을 위해 압수수색에 앞선, 지난달 27일에는 청와대 행정관 2명을 고발대리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수사관의 통화내역과 이메일 기록, 포털사이트 가입정보 등을 확보해 문건 등이 언제,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 확인 중이다.
반대로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대로, 청와대 특별감찰반 내 비위를 확인해 처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서울동부지검도 김 수사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3일 소환했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11월 14일 비위 의혹을 받고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검찰로 복귀 조치된 뒤 청와대 윗선에서 민간인 사찰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는데, 동부지검은 김 수사관을 상대로 청와대 감찰반 내 첩보 수집 과정과 불법성 여부를 질문했다.
김 수사관은 검찰 출석 전 기자들에게 “공무상 비밀누설은 제가 아닌 청와대가 했다”며 “박형철 비서관은 제가 올린 첩보에 대해 첩보 혐의자가 자신의 고등학교 동문인 걸 알고 직접 전화해서 감찰 정보를 누설했다. 이것이 공무상 누설이지 어떻게 제가 누설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강변했다. 그는 특히 “사익 추구를 위해 누설하는 것이 범죄이지 저는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추가 폭로할 내용이 있으면) 조사 과정에서 이야기할 것이고 그럴 부분이 있으면 추후에 (언론에)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 춤추는 프레임, 예의주시하는 검찰
하지만 상세히 들여다보면, 김 수사관이 폭로한 내용들은 조금씩 결이 바뀐다. 공세를 펼치는 야당 역시 김 수사관의 자료를 토대로 공세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김 수사관이 최초 언론에 폭로한 내용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을 조사해 보고했다가 징계를 받고 청와대에서 쫓겨났다”는 것이었다. 청와대 내 첩보 보고 및 징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였다.
국회 운영위원회의에 참석한 조국 민정수석. 이종현 기자
하지만 며칠 뒤 김 수사관은 민간인 사찰 의혹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중은행장 등 민간인 사찰을 지시받았다고 폭로한 김 수사관은 종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민간인 사찰이) 더 심했다고 봐야 한다”며 “민정수석 자체가 법조인이 아니고 조국 수석이 실무를 안 해 본 사람이 와서 위험한지 아닌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특히 “불법이지만 불법으로 시킨다고 말을 할 수 없으니 합법임을 가장해서 한 것이기 때문에 지난 정부보다 오히려 위선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리고 ‘블랙리스트’ 의혹도 제기했다. 이는 환경부가 작성한 관련 부처 임원동향 파악 문건과 함께 드러났는데, 자유한국당은 환경부가 임원들의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이 배당된 곳은 김 수사관의 내용을 토대로 정부를 수사해야 하는 서울동부지검. 동부지검은 문건에 이름을 올린 김정주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본부장은 현 정부의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해왔는데, 검찰은 김 전 본부장을 상대로 실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았는지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검찰 내에서는 김태우 수사관의 보고 및 정보 폐기 과정보다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 남용 여부가 새로운 의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권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앞선 박근혜 정부가 비난받았던 ‘프레임’이라는 분석이다.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원내행정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김태우 전 수사관 관련 참고자료’ 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은숙 기자
익명을 요구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프레임을 잘 짜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징계 과정에 대해 문제를 삼기보다는 블랙리스트나 민간인 사찰이 훨씬 더 정치적으로 공세를 펼치기 좋다”며 “앞선 정권 때도 그랬지만 실제 민간인의 경우 민간인인지 판단 여부는 워낙 기준이 자유롭다. 전직 공무원을 민간인으로 봐야 할지 여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고위직 판사 역시 “앞선 법원 사건에서도 드러났지만 판사 이름이 2명 이상 함께 분류되어 있으면 리스트가 되고, 앞선 정권 사람들이라는 공통점만 있으면 블랙리스트로 부르지 않냐”며 “검찰, 법원까지 넘어오는 과정에서 판단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 정부를 비난하기는 더 좋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에서 내놓은 입장이나 자료 등에 검찰은 더 예의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선 수사팀 관계자는 “언론 폭로로 시작해, 야당의 고발로 확대된 수사 라인이 아직 검찰 손아귀에 완전히 들어온 상황이 아니다. 검찰 수사가 언론보다 2~3일은 앞서가야 한다”며 “한동안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나오는 폭로로 프레임이 요동칠 수 있다. 압수수색이나 빠른 소환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 정치권, 언론 영향 받은 수사…어차피 결론은?
대검찰청 등에서는 ‘철저하게 확인하겠다’고 하지만 결론은 정해져 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앞서 나온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는 평이다.
앞선 지난달 27일,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최근 김 수사관에 대한 감찰을 마치고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검찰 징계위원회에 요청했다. 감찰본부는 김 수사관의 골프접대, 경찰 수사 개입, 인사청탁 등의 비위 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수원지검에 감찰 결과 자료를 넘겼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전경. 박정훈 기자
대검은 오는 11일 오후 2시 보통징계위를 열어 김 수사관의 최종 징계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김 수사관은 징계위에 출석해 소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금지 상태인 김 수사관은 지난달 28일 직위해제 통보를 받고 업무에서 전면 배제됐다.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은 “대검찰청이 이번 사건을 두 개 지검에, 두 개의 대검 부서(형사부, 반부패부)에 나눠서 지휘를 하고 있지 않냐”며 “대검은 이미 내놓은 감찰본부 결과에 준하게 두 지검 수사 결과를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정부에는 면죄부를, 김 수사관에게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김태우 수사관 처벌 가능성과 혐의는? “결론은 정해졌다” 법조계 중론 김태우 수사관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청와대가 고발한 사안으로 처벌할 수 있는 혐의는 비밀누설 정도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여러 가지 법적 고비를 넘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권 지시를 따라야 하는 ‘검찰 결론은 정해졌다’는 게 법조계는 물론, 검찰 내 중론이다. 형법 제127조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대해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유죄 여부는 공개된 비밀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법원 판례를 보면 누설된 비밀이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 기밀 그 자체가 아니라 비밀엄수의무 침해로 위협받는 국가 기능을 보호하자는 취지가 기존 판례라는 게 법조계 중론인데, 검찰이 김 수사관을 처벌하려면 “김 수사관의 비밀공개로 국가 기능이 위협을 받았다”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앞선 판례들이 항상 정권에 유리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실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던 박관천 전 행정관은 정윤회 씨 관련 문건을 작성한 것이 청와대 감찰 활동이나 청와대 인사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돼, 기소됐고 결국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 수사관 처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특히 대검찰청 감찰 결과 때문에 추가적인 형사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앞서 대검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김 수사관이 청와대 특감반 근무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혜 임용을 시도하고, 골프 등 향응을 받고,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 관련 부당개입을 시도한 점 등을 들어 중징계인 해임을 요청했다. 수사 의뢰는 하지 않았지만, 향응 등 뇌물 수사를 함께 진행할 경우 김 수사관 기소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공익신고자로 인정받는다면 폭로 부분에 대해서는 형사상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우선 국민권익위원회의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자신의 폭로가 국가의 공익침해행위에 해당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형사재판과는 별개다. 또 현직 공무원인 김 수사관은 공익신고 전 언론에 폭로를 먼저 한 점이 불리하다. 검사장 출신 법조인은 “김 수사관의 경우 단순 법리 사건을 넘어, 철저하게 정치적인 사건”이라며 “정권 입장에서 김 수사관을 그대로 둘 경우 제2, 제3의 김태우 수사관이 등장할 수 있다, 본보기로라도 철저하게 문제를 삼고 처벌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