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축구전쟁’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전 세계 축구팬 이목 쏠린 사연
아프리카 최고의 축구스타 모하메드 살라. 살라는 자국에서 개최된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노린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아프리카 대륙 축구 최강국을 가리는 2019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6월 22일 이집트에서 개막했다. 아프리카는 오랜 기간 세계축구계에서 벌어진 유럽-남아메리카의 ‘양강구도’를 비집고 들어간 대륙이다. 아프리카는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후 2010년 대회와 2018년 대회를 제외하면 꾸준히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 진출팀을 배출해 왔다. 올림픽이나 U-20 월드컵에서는 우승까지 했던 아프리카다.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대륙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최고 권위의 축구대회에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아프리카 축구의 발전
조지 웨아, 디디에 드로그바, 사무엘 에투, 야야투레, 모하메드 살라. 이름만으로도 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축구 스타들이다. 모두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축구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렸다. 1990년대 이전까지 이들은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아메리카 등과 함께 ‘축구 변방’에 지나지 않았다. 1982 스페인 월드컵에 이르러서야 아프리카 대륙에 할당된 월드컵 본선 티켓이 2장으로 늘었다.
1896 멕시코 월드컵에서 모로코가 최초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이후 아프리카는 국제대회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륙으로 올라 섰다. 1990년에는 카메룬이 8강까지 진출하며 ‘돌풍’이라는 수식어가 달렸고 이후 나이지리아 등이 뒤를 이었다. 세네갈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후보 프랑스를 개막전에서 쓰러뜨리며 ‘세네갈 쇼크’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올림픽과 U-20 월드컵 등에서는 더욱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19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아프리카 역사상 첫 축구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카메룬이 정상에 올랐다. U-20 월드컵에서도 나이지리아, 가나, 말리 등 강호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최근 막을 내린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8강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프리카의 세네갈을 만났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아프리카축구연맹(CAF) 가입국 전체가 참가하는 네이션스컵은 아프리카 내 최대 규모이자 최고 권위의 축구 대회다. 2년 주기로 열리는 이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팀에게는 아프리카 최강국이라는 명예가 뒤따른다. 이에 유럽 최고 리그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자연스레 축구팬들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아시아, 유럽 등 타 대륙 팬들의 관심에는 다소 벗어나 있다. 이번 대회부터 개최 시기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이전 대회(2017년 가봉 개최)까지 네이션스컵은 1월을 전후로 열렸다.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무더운 날씨 탓이었다.
1월 개최는 더위를 피할 수 있었지만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평가받는 유럽 주요 리그 일정은 피할 수 없었다. 1월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빅리그의 시즌이 한창 진행되는 시점이다.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을 보유한 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2년마다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보내야 했다.
클럽팀은 2년마다 찾아오는 전력 손실을 피하게 됐지만 개최국 이집트의 뜨거운 태양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개막전이 열린 카이로는 최근 낮 최고기온 40℃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CAF는 FIFA 권고사항에 따라 전후반 30분 두 차례의 쿨링 브레이크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또한 경기장에 바퀴 달린 아이스박스와 찬 물수건을 준비시켰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 등극 등 최고의 시즌을 보낸 소속팀 동료 살라(왼쪽)와 마네는 이번 대회에선 경쟁자로 만나게 됐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 개최국이자 역대 최다 우승국 이집트는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이들은 지난 31번의 대회에서 7회 우승을 차지해 가장 많은 트로피 개수를 자랑한다. 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2년 전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우승을 노리는 이들의 선봉에는 세계 최고 공격수 반열에 올라선 모하메드 살라가 선다. 살라는 소속팀 리버풀에서 지난 2시즌 간 104경기에서 71골을 넣었다.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또한 살라는 국가대표팀에서도 2011년 데뷔 이래 64경기에 나서 39골을 기록하며 절대적인 영향력을 자랑한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2경기에서 2골을 넣었지만 이집트의 탈락(3전 3패)을 지켜봤던 살라로선 이번 대회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집트의 강력한 대항마로는 세네갈이 거론된다. 이들은 대회 우승 경험은 없지만 현재 피파랭킹 22위(6월 기준)로 아프리카 내 최고 순위에 올라있다. 세네갈은 살라의 소속팀 동료 공격수 사디오 마네를 보유하고 있다. 마네는 살라와 함께 이번 시즌 리버풀의 성공에 큰 기여를 했다. 둘은 함께 시즌 22골로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세네갈의 수비진에서는 칼리두 쿨리발리의 이름이 눈에 띈다. 195cm의 장신이면서도 빠른 스피드를 갖춘 그는 세계 정상급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이적 정보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는 그의 이적료로 6750만 유로(한화 약 887억 원)를 책정했다. 실제 이적이 이뤄진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나이지리아 또한 만만치 않은 전력으로 꼽힌다. 이들은 그간 네이션스컵(3회 우승) 뿐만 아니라 월드컵,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가장 꾸준한 성적을 거둬왔다. 이번 대회에도 윌프레드 은디디, 알렉스 이워비, 오디온 이갈로, 존 오비 미켈 등 전현직 빅리그 경력자들로 선수단을 채웠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아프리카는 언제나 국제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로 꼽혀 왔다. 예상치 못한 이변은 대륙 내 대회에서도 일어난다. 지난 2012년엔 ‘변방’ 잠비아가 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엔 콩고민주공화국과 적도기니가 4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번 대회에선 어떤 드라마가 연출될지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네이션스컵 초대 대회서 남아공이 실격된 사연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축구가 인기 스포츠 중 하나다. 이들은 아프리카 최강 클럽을 가리는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챔피언스리그의 우승팀을 배출하기도 했으며 국가대항전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 경험도 있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로선 유일하게 FIFA 월드컵을 개최(2010년)한 경험도 있다. 당시 대회에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축구 강국 프랑스를 침몰(2-1 승)시키며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와는 다르게 이들의 대회참가 역사는 길지 않다. 남아공 대표팀이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0년대 이후다. 이는 오랜 기간 남아공을 괴롭혀온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 때문이다. 당초 남아공은 1957년 CAF 발족 이후 최초로 열린 네이션스컵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CAF에서는 참가 의사를 보인 남아공에 실격 처분을 내렸다. FIFA와 CAF 등에 가입한 남아공 축구협회가 ‘백인들만을 위한 축구협회’였기 때문이다. 당시 남아공 내에서는 인종, 지역에 따라 다양한 축구협회가 난립하고 있었다. 이후 30여 년간 국제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남아공 축구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폐지를 전후로 통합을 이뤘다. 이에 따라 1994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월드컵 지역예선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1996년엔 네이션스컵을 직접 개최, 우승을 차지했다. 김상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