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고문구(원안)가 첨가된 새 LG카드 | ||
시중에서 시판중인 담뱃갑에 부착된 ‘지나친 흡연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떠올리게 하는 이 문구를 앞으로는 신용카드에서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신용카드 과다 사용에 따른 폐해들이 잇따라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국내 최대 회원수를 자랑하는 LG카드가 이달부터 발행하는 신용카드 하단에 이같은 문구를 새겨넣기로 한 때문이다.
이 카드회사가 이같은 문구를 신용카드에 넣기로 한 것은 지금까지 카드회원 무차별 확대, 소비조장 등 팽창정책으로 일관해온 카드업계로서는 사실상 기존 마케팅전략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
불과 1개월 전까지만 해도 카드업체들은 자사 카드를 써 달라고 읍소했을 뿐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온갖 사치스런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던 카드업체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소비자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카드 폐해로 인한 사회문제가 계속 부각될 경우 결과적으로 카드업계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 수위를 다투고 있는 LG카드, 삼성카드, BC카드 등 재벌급 카드회사의 영업전문 담당자들은 ‘카드의 도덕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영업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1차 전략은 ‘도덕성에 기반을 둔’ 카드회사로의 탈바꿈 전략. 카드 사용에 대한 사회적 당위성을 최대한 끌어내 소비자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LG카드는 ‘그동안 회원확대 등 팽창정책으로 일관해왔으나, 앞으로는 사회의 공익성에 일조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카드업계 1위를 고수하겠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LG카드는 6월 이후 자사에서 발급하는 모든 카드에 ‘과소비를 자제하고 신용카드를 바르게 씁시다’라는 문구를 새겨넣어 카드 사용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다.
이런 문구가 새겨진 카드는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것. 특히 카드 사업이 할부 수수료로 장사하는 업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카드를 적게 사용하자는 것은 경영원칙과 정면 배치되는 것.
이뿐만 아니다. LG카드는 6월부터 방영되는 모든 자사 TV광고의 개념도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LG카드가 방영했던 기존 TV광고의 컨셉트는 ‘자기 삶을 만끽하는’ 남녀 주인공이 카드를 멋지게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제작된 LG카드의 TV광고는 ‘갖고는 싶지만, 꼭 필요한지’(여자 주인공 광고편), ‘욕심은 나지만, 갚을 능력은 있는지’(남자 주인공 광고편) 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LG카드 광고 제작을 맡은 LG애드 관계자에 따르면 “카드업의 경우 서비스보다는 광고를 통한 이미지가 중요한데, 최근의 카드 사고 여파로 인식이 너무 나빠졌다”며 “LG카드가 업계 1위의 카드사인 만큼 일반 광고에 공익성을 가미시켜 새롭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LG카드는 이같은 광고문안을 통해 카드사들의 소비지향적 이미지를 벗고, 공익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을 세운 것.
▲ 삼성카드의 광고 | ||
삼성카드는 지난 4월 초에는 전 임직원이 모인 가운데 ‘정도영업’을 선포하며 미성년자 유치금지, 신용카드 건전 사용 사회 계도 캠페인 등을 결의했다.
이어 지난 5월 중순에는 서울YMCA와 함께 ‘건강한 신용사회 만들기 공동캠페인 약정식’을 가지는 등 사회단체와 연계를 통해 ‘기업의 도덕적인 이미지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카드 역시 지난 5월 말부터 모든 신문광고에 ‘올바른 카드 사용, 당신의 신용이 됩니다’, ‘카드를 쓰기 전에 메모부터 씁니다’라는 문안을 넣었다.
TV광고도 달라졌다. 삼성카드는 소비성향이 강한 남녀 주인공을 앞세웠던 TV광고 대신에 과거 자사의 모델이었던 히딩크 감독을 주인공으로 한 TV광고를 다시 제작, 방영하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광고를 바꾸는 것 외에도 사회봉사활동도 함께 병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 선두업체들이 이같이 도덕성 회복 위주로 카드광고 전략을 바꿈에 따라 BC, 외환, 국민 등 나머지 대형 카드업체들도 과소비 조장형 광고나 판촉활동을 적극 자제키로 했다. 지난 2000년 이후 급성장 가도를 달려온 국내 카드시장이 이번 도덕성 마케팅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