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뛰어든 스톤브릿지 살펴보니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을 앞두고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톤브릿지캐피탈(이하 스톤브릿지)이 애경그룹의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서면서 양측 결합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경그룹과 스톤브릿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한 본격 레이스에 돌입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11월 7일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인수 본입찰에 각각 전략적 투자자(SI)와 FI로 참여할 계획이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애경그룹-스톤브릿지 컨소시엄(애경 컨소시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HDC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앞서 9월 10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측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HDC컨소시엄, 애경그룹, KCGI, 스톤브릿지, 4곳을 선정한 바 있다. 애경그룹 입장에선 경쟁자였던 FI가 든든한 우군이 된 셈이다.
애경그룹은 스톤브릿지와 손잡은 이유로 과거 협력 경험이 있고 사업적 마인드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톤브릿지는 2017년 신영-SK PE와 함께 애경유지공업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48.07% 중 10%를 인수, 올 초 전량을 엑시트한 바 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FI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한 끝에 과거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스톤브릿지와 협력하게 됐다”며 “아울러 항공업은 특수산업군이니만큼 자금력만 보기보다 항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단기 수익보단 장기적 관점으로 볼 수 있는 FI를 찾았고 스톤브릿지와 마음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스톤브릿지는 애경의 제주항공 경영 노하우를 높이 평가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스톤브릿지는 중소형 사모펀드 운용사로 대규모 자금 투입이 어려운 만큼 스톤브릿지와 애경의 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항공산업이 공급 과잉과 환율 상승, 한·일 경제 갈등 등으로 최근 침체기인 데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자재 노후화와 높은 리스료 부담으로 인수 후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 자본 이득이 목적인 사모펀드가 이를 감수하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엔 부담이 따른다. 스톤브릿지가 운용하는 자금 규모도 크지 않다. 스톤브릿지는 IMM인베스트먼트 출신 김지훈 대표가 2008년 독립해 나와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현재 5개 PEF를 운용하고 있으며, 전체 운용자산(AUM)은 1조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펀드는 아시아나 인수가 주목적이 아닌 만큼 인수 자금으로 활용하기 힘든 데다 전체 운용자산도 크지 않아. 1조~2조 원으로 추정되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에는 애경과 힘을 합쳐도 여력이 딸릴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스톤브릿지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컨소시엄을 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스톤브릿지는 기존 펀드가 아닌 아시아나 인수용 펀드를 별도 조성해 비공개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때 배후에 대기업이나 대규모 자산가 등이 펀드에 참여하는 등 확실히 신뢰할 만한 투자자가 있기에 애경과 손잡고 본입찰에 뛰어들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스톤브릿지는 금융투자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PEF로 자산 구성이 공개되지 않고 사모펀드로 공시 의무도 없어 실제 자산 규모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사모펀드 업계 순위로는 70대 중반에 해당하는 중소형 PEF 운용사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중소형 회사가 1조 원 이상 투자하면서 들어올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는 만큼 믿을 만한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입찰에 나서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SK에너지 투자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SK와 연결된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스톤브릿지가 운용하는 5개 펀드 중에는 2012년 SK인천석유화학 분사 당시 SK에너지 인천공장 설비투자를 목적으로 신한대체투자운용과 공동 조성한 8181억 8000만 원 규모의 PEF가 포함돼 있다. 이 관계자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현재까지 구성된 컨소시엄이 못마땅해 다른 대기업들이 들어오기를 계속 희망하면서 다음달(11월) 7일이 본입찰임에도 계속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시장에서 SK가 우회적으로 들어올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라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스톤브릿지 배후에 대기업 오너 등 자금 출처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산가가 투입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이 가진 돈은 우리나라 회계법상 투명하게 공개되지만 오너 일가 보유 자금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오너들이 돈의 출처를 밝힐 의무가 없는 펀드운용사에 보유 자금을 투입하는 방법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것. 한 기업분석전문가는 “애경은 그룹 차원의 돈은 없어도 항공운항 경험이란 강점이 있다. 따라서 부족한 돈을 오너 일가 자산으로 채우려 할 수 있다”며 “이때 캐피탈을 FI로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려 할 텐데 자산 규모와 영향력이 큰 캐피탈은 끌어들여봐야 분란만 일어나니, 컨트롤 가능한 비공개적 중소형 캐피탈사를 활용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애경그룹이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시장에선 애경그룹이 항공업 경험자로서 강점을 가진 데다 자금 우려를 해소한 만큼 아시아나 인수전에서 경쟁력 있는 인수후보로 급부상했다고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경과 스톤브릿지가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든지 간에 시장에서는 둘의 결합이 어느 정도 승산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 상반기 AK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약 2013억 원으로, 최대 2조 원까지 추정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가능한지 의문을 품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스톤브릿지와 손잡으면서 자금 우려를 해소하고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드러낸 만큼 항공사 운영 노하우를 내세운다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앞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톤브릿지를 통해 투자자들만 잘 모집한다면 승산 있다”며 “업황 악화가 가격에 반영돼 저렴하게 아시아나를 인수할 수 있고, 향후에는 지금보다 높은 가격에 지분을 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투자자들도 해볼 만하다고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우리나라 항공업은 포화상태로 정부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제주항공을 가진 애경을 아시아나와 합치면 구조조정 효과를 낼 수 있어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HDC컨소시엄과 자금력 격차가 여전히 큰 데다 항공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완주 가능성을 비관하는 시선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의 올 상반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연결 기준 각각 1조 1772억 원, 2조 7698억 원이다. 투자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컨소시엄 구성은 애경의 인수 의지를 재확인한 정도일 뿐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HDC컨소시엄의 자금력이 더 탄탄하다는 점에서 더 승산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와 별개로 아시아나항공 자체가 기재 노후화로 인수 후에도 들어갈 자금이 많고 항공업황 악화로 하반기 실적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금 여력을 떠나 아시아나가 투자 가치 있는 매력적인 매물인지 시장에서 의구심을 품는 상황이니만큼 인수 후보자들도 고민이 많을 듯싶다”고 덧붙였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