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운동복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
부산 남부경찰서가 설치한 불법촬영 근절 이색 광고판.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28일 열린 2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연합뉴스
의정부지법 형사1부(오원찬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인 벌금형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버스에서 레깅스 차림의 B씨 엉덩이 등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8초가량 몰래 촬영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원심은 A씨에게 벌금 7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고, A씨는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했다.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 촬영 의도와 경위, 장소·각도·촬영거리, 특정 신체 부위 부각 여부 등을 살핀 결과 촬영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보통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정도가 아니었다는 판단이다. 당시 피해자는 엉덩이 위까지 오는 회색 운동복에 레깅스, 운동화 등을 착용해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발목 등이 전부였다. 특별히 엉덩이가 부각되지는 않았다.
피해자의 신체 노출 부위가 많지 않은 점 외에도 피고인의 촬영 각도가 일반적인 사람의 시선인 점, 디지털 포렌식을 거친 휴대전화에서 추가 입건 대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은 점도 무죄를 선고한 이유가 됐다.
항소심 재판부 측은 “레깅스는 비슷한 연령대 여성들에게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 피해자 역시 레깅스를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 중이었다”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고 해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몰래 촬영이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한 것은 분명하지만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이 이번 사건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촬영한 신체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위인지에 대한 법리 내지 사실을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