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수익처 확보 위함이냐 경영권 승계 노린 실적 쌓기냐 의견 분분
GS건설이 자산운용업에 진출한 것과 관련해 건설업 전망이 불확실한데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견부터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시각 등 여러 해석이 나온다. 사진=최준필 기자
GS건설은 지난 8월 신설법인 지베스코를 설립한 데 이어 현재 자산운용업 등록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지난 1일 밝혔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지베스코의 주요 사업 목적은 집합투자업(전문사모집합투자업 포함)으로, 펀드를 설정하고 다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은 뒤 이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나눠 갖는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컨설팅과 집합투자기구·증권 관련 재산권·상표권 등 권리행사, 전산용역제공 및 소프트웨어 대여·판매업, 부동산 매매·임대·개발업도 포함됐다. 토지매입부터 기획, 자금조달, 시공, 부동산 관리·운영까지 금융상품으로 출시하겠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업계는 GS건설이 노하우를 살려 지베스코를 부동산 펀드·리츠 전문 투자회사나 대체투자회사로 키울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건설업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지역 신규 주택 사업은 경기 위축과 공급 과잉으로 침체됐고, 건설 수요가 있는 수도권도 대출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 자금이 실물 자산에 쏠리고 있다. 부동산과 사모·헤지펀드, 사회간접자본(SOC), 벤처캐피털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시장이 커지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서브프라임과 금융위기 이후 공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한 반면 사모펀드는 꾸준히 성장했다”며 “아울러 최근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 수요가 많아지면서 IB업계마다 대체투자 상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건설사가 보유한 노하우·자산을 활용해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를 운영하면 신성장 동력을 얻는 동시에 같은 업종 계열사와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펀드·리츠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를 모집하면 토지매입·시공·분양 등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건물 매매·임대·개발로 매각 차익과 임대·운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
한 건설업 전문가는 “그간 건설사들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자금을 끌어왔지만 이자 등 비용 부담이 크고 미분양 리스크도 생길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아 자금을 마련하면 자금조달이 용이하고 각종 리스크도 분산된다”고 설명했다. 앞의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건물이나 SOC를 세우고 운영하면 고정적인 이자·수수료를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GS건설은 자이에스엔디 등 건설 계열사도 보유한 만큼 운용사가 계열사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혈류 역할을 해주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산운용업 진출은 건설업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종합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건설사가 단순 도급만 할 경우 정부 규제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고 제한도 크다. 반면 개발사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책임을 지고 부지매입과 자금조달·설계·마케팅·시공·사후관리까지 하면, 수익성이 높아지고 지속 성장도 가능하다는 판단에 건설사마다 사업구조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행정 절차부터 입주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시행사 성격에서 더 나아가 시장의 수급 상황과 부동산 잠재력을 정확히 판단하는 개발·기획력과 파이낸싱 능력, 시공능력, 관리·운용 역량까지 다 갖춘 사업모델이 건설사들이 그리는 미래 방향”이라고 전했다.
GS건설이 자산운용업에 진출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사진)이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적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GS건설
같은 맥락에서 GS건설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가 상장에 나선 것도 성과를 입증하고 지주사 지분 매입 자금을 확보하는 등 승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자이에스앤디는 주택개발·최첨단 홈네트워크시스템·부동산운영관리 전문 기업으로, 오는 6일 상장한다.
IB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자산운용업 진출, 계열사 상장으로 성과를 내면 승계 적격성을 얻고 GS건설의 가치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자산운용업 승인 절차를 밟는 단계로 구체적 내용은 확정된 바 없고 승계와도 무관하다”며 “자이에스엔디 상장도 개발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자본 확충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GS건설의 자산운용업 진출은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앞의 부동산 전문가는 “자산운용사업을 통한 자금조달방식이 건설시장에 잘 정착되면 부동산 직접 투자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처가 되고, 투기 완화 등 긍정적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건설사가 자사 사업·자산을 상품으로 만드는 구조다 보니 안전성이나 정보공개 투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좋은 기초자산으로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소액투자자는 정보가 적어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다. 특히 리츠는 부동산 여러 개를 투자하는 방식이어서 검증이 더 어렵다”며 “GS건설이 100% 출자한 자산운용사(지베스코)가 내놓은 상품이라면, 계열사 부실 자산이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 포함되는 등 투명성과 안전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