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수범해 일·육아 병행하는 환경 마련하는 상사…저출산 위기 일본 정부차원 ‘이쿠맨 프로젝트’ 시행도
일본인들의 직장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열혈사원’이 미덕이던 시대가 저물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이쿠보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미쓰이물산에 근무하는 이케다 씨는 매주 목요일 오후 3시가 되면 반드시 퇴근한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딸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 측의 배려를 고맙게 생각한다. 그만큼 근무시간에는 업무 밀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인들의 직장 문화가 변하고 있다.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인식이 우리보다 강하던 일본이라 이러한 변화는 더욱 놀랍다. 심야 잔업도 마다하지 않는 ‘열혈사원’ ‘맹렬사원’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직장 상사가 솔선수범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다. 아무래도 워라밸 정착에는 ‘회사 상사의 협조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까닭이다.
케이앤파트너스 사장인 가와시마 다카유키 씨는 “충실한 사생활이야말로 직원들의 의욕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상사가 부하 직원의 가정과 사생활을 배려하면 부하의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능력을 배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 또한 자신의 사생활을 소중히 여기며, 거의 매일 정시에 퇴근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평소 사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법에도 힘을 쏟는다”고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매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이쿠보스를 선정해 발표하는 ‘이쿠보스 어워드’를 실시하고 있다.
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한 것은 경기회복과 함께 노동부족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면서다. 극심한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은 ‘중요 인재’가 조직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기 위해, 혹은 매력적인 인재 채용을 위해서라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고려해 관리하는 직장 문화가 절실해졌다. 그런 최적의 관리를 하는 이상적인 상사가 바로 이쿠보스다.
그렇다면, 이쿠보스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사히신문’은 “과거 고도 경제성장기를 거친 일본인들은 잔업을 미덕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일이 전부였던 세대가 가진 오래된 가치관을 벗어던지는 것이 이쿠보스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상적인 상사는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의 의향과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도 밟는다.
최근 일본 TV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의 이쿠보스 선언’을 자주 접하게 된다. 육아빠를 지원하는 직장 상사에게 사회가 박수를 쳐주는 것이다. 또한 후생노동성은 매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이쿠보스를 선정해 발표하는 ‘이쿠보스 어워드’도 실시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추산에 따르면, 2053년 일본 인구는 1억 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이쿠보스를 홍보하는 데 열심이다.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고,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절박감에 정부가 앞장서서 ‘남성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나는 이쿠보스일까 꼰대일까 다음은 일본 나가사키현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쿠보스(Ikuboss) 진단 테스트’다. 현재 관리직이 아닌 사람도, 자신이 관리직이라는 가정 하에 체크해보자. #진단 결과 별(☆)5개 이상, 하트(♡) 5개 이상… 이쿠보스 당신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보스다. 함께 일하는 부하직원의 ‘워라밸’을 중시하면서도 조직의 성과도 이끌어낸다. 자신 역시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잘 맞추는 타입이다. [한마디 조언] 이쿠보스는 자신과 부하직원을, 그리고 사회를 윤택하게 만든다. 별(☆)5개 이상, 하트(♡) 4개 이하… 워크보스 조직 운영, 관리가 훌륭한 보스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조직과 부하를 너무 아끼는 나머지, 갑작스러운 업무대응을 스스로 떠안는 경향은 없는가. 부하에게는 정시 퇴근하라고 말하는데, 정작 본인은 잔업에 쌓여 있는 것은 아닌가. 모든 게 일 우선이기 때문에 사생활에서 고민을 안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 조언] 인생에 여유를 더해보자. 별(☆)4개 이하, 하트(♡) 5개 이상… 라이프보스 자신과 가정, 생활을 소중히 여기는 보스다. 그렇지만 직장에서는 어떠한가? 부하가 안고 있는 고민이나 사정도 잘 헤아리고 있는가. 업무량 조정과 업무개선에 적극 힘쓰고 있는가. 부하직원들의 직장 만족도는 높은가. [한마디 조언] 일에서도 의지가 되는, 좋은 보스를 목표로 해보자. 별(☆)4개 이하, 하트(♡) 4개 이하… 꼰대 지금은 조직의 운영 관리에 ‘공감’과 ‘이해’가 요구되는 시대다. 혹시 야근하는 직원이 더 마음에 들고, ‘열정과 근성이 있으면 어떻게든 된다’고 여기진 않는가. 자신의 언행이 부하에게 ‘괴롭힘’으로 다가갈 리 없다고 굳게 믿는 타입은 아닌지. [한마디 조언] 이쿠보스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