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페어바둑 도입 등 변화 필요…팬들이 재미있게 봐야 기업·지자체도 후원”
한국물가정보팀 선수단 한국물가정보팀 감독: 한종진 바둑리그: 신민준(1지명) 강동윤(2지명) 허영호(3지명) 박하민(4지명) 안정기(5지명) 퓨처스리그: 민상연(1지명) 박영롱(2지명) 오장욱(3지명) |
[일요신문] 바둑리그가 반환점을 돌았다.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지난 9월 말 첫 경기를 시작해 12월 첫째 주에 정규시즌 18라운드 중 10라운드를 치렀다. 현재 1, 2위에는 수려한합천과 한국물가정보팀이 올라있다. 두 팀 경기결과는 6승 3패(한 주씩 휴번이 있었다)로 같고, 개인승수만 1승이 차이가 난다. 선수선발식 때 예상과 달리 신진서를 가진 셀트리온과 박정환을 보유한 화성시코리요는 5, 6위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이동훈과 이창호가 뛰고 있는 정관장황진단팀이 전반기 내내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이 이채롭다.
한국물가정보팀은 리그 5년 차에 접어든 팀이다. 원래 국내기전 한국물가정보배를 개최하던 후원사가 바둑리그에 들어와서 팀을 만들었다. 성적은 작년에 이룬 포스트시즌 3위가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었다. 감독은 창단 시부터 한종진 9단이었다. 한종진은 2012년 사이버오로팀에서 최연소감독으로 데뷔해 넷마블, CJ E&M을 거쳐 한국물가정보팀에 안착했다. 처음에 어떻게 한국물가정보와 인연을 맺었는지 묻자 “구단주님이 절 좋아했나봐요”라면서 웃었다. 한국물가정보팀은 지난해부터 틀을 잡은 선수들을 전원 보호지명하며 알짜 선수만 보유한 막강한 전력이 됐다.
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왼쪽)과 1지명 신민준 9단.
올해는 수확의 시즌이다. 한종진 감독은 “지난해엔 박하민 선수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올해는 강동윤이 7승 2패로 눈에 띄는 성적을 보여준다. 1지명이 신민준이지만, 강동윤이 큰형으로서 팀에 정신적 기둥이 되어주었다. 전반기 신민준과 박하민도 6승 3패로 잘 마무리했다”라고 말했다. 한 감독은 “올해 최고의 성적을 예감한다. 보호지명은 3년이 한도다. 내년까지도 팀원 전원이 함께 갈 수 있다”면서 정규시즌 전반기 성적에 만족한 표정이었다. 감독 타이틀을 이름 옆에 단지 벌써 8년째지만, 나이는 이제 막 40대에 들어섰다. 젊은 감독, 한종진을 만나 바둑리그에 대한 감상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예상하면.
“전반기 1, 2위 수려한합천과 한국물가정보팀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박정환이 있는 화성시코리요, 신진서가 있는 셀트리온팀은 후반기에 성적을 회복할 거다. 바둑리그에선 박정환, 신진서와 같은 확실한 1승 카드를 가지고 있는 팀이 아무래도 유리하다(10라운드까지 신진서는 9승 무패, 박정환은 8승 1패로 개인성적 1, 2위에 올라있다). 포스트시즌은 다섯 팀이 오르는데 나머지 한 팀은 정말 모르겠다. 중위권 경쟁이 너무 치열해 예상이 쉽지 않다. 아직 8라운드가 남았다. 끝까지 가봐야 안다. 1위 수려한합천은 신생팀이지만, 고른 전력을 기반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경험 많고 노련한 노장 선수들이 성적을 잘 내주니 젊은 선수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기량을 발휘하는 것 같다.”
한국물가정보팀 신민준(왼쪽)과 수려한합천팀 박상진 대국장면. 두 팀이 전반기 1, 2등을 다퉜다.
―바둑리그에서 감독 역할에 대한 생각은.
“바둑이 스포츠라면 최소한 리그에선 감독의 역할이 뚜렷해야 한다. 감독이 타임을 쓰거나 선수교체를 하는 등 흐름을 정확히 읽으면서 경기 중에 다양한 작전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스포츠에선 방송에서 감독이 항의하는 장면 또한 재미를 주는 요소다. 바둑이 근본적으로 개인경기지만, 리그라면 생생한 승부호흡을 바둑팬들도 느낄 수 있게 이런 연출이 때로 필요하다는 말이다. 바둑리그에 릴레이바둑이나 페어바둑 같은 방식은 왜 못 넣는가? 전통적인 대국방식은 일반기전에서 유지하면 된다. 최소한 바둑리그에선 구태의연한 관습을 벗어나 팬들의 관심을 끄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감독에 위상 변화도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며 8년을 지켜봤다. 앞으로 바둑리그가 나아갈 방향은.
“구단제다. 한국바둑리그는 3년 보호지명제가 있지만, 거의 매년 선수가 바뀌는 경향이 있다. 지속성을 유지해야 선수들이 팀에 애착을 가지고, 팬들도 따른다. 한국기원과 기사회가 노력해서 결국 구단제로 가야 한다. 바둑리그 선수들은 대부분 찬성한다. 후원사는 난색을 표하는 현실이다. 후원사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구단제가 되면 아무래도 지출이 더 커진다. 선수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까지 늘어난다. 이런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구조와 기준을 운영진에서 만들어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당장 변화가 어렵다면 몇 개년 계획안을 설립해서라도 설득하고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구단제가 도입되면 야구에서 키움 같은 팀, 가령 어린 신수들을 육성해서 다른 팀에 공급하는 팀도 생길 수 있다. 재미있지 않은가.”
한국물가정보팀 사령탐은 8년 차 감독 한종진(오른쪽 고개 들고 있는 사람)이다.
―구단제는 오래 묵은 숙제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후원사가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팀 명칭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고, 홍보가 되는 시스템이다. 가령 스포츠토토 진입도 팀에겐 솔깃한 제안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바둑리그는 두 개 채널에서 모두 방송해야 한다. 축구는 공중파 3사가 똑같은 방송을 틀어도 해설진을 특화해서 시청자를 유혹한다. 중국 갑조리그는 세계 최대 리그라고 자부하지만, 방송미디어가 없다. 대국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장점이다. 우리는 바둑채널이 두 개나 있고,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가 활짝 열려있다.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미디어가 막혀있는 갑조리그를 뛰어넘을 수 있다. 팬심을 잡는 변화를 통해 선순환하는 구조로 변해야 한다. 한국기원은 신나는 놀이터를 제공하고, 이후에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하면 된다. 핵심은 재미다. 팬들이 재미있게 봐야 기업이나 지자체가 리그를 후원하는 의미가 있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