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XA토큰 투자자 김 회장 사기 혐의 고소 준비, 홍콩 투자회사는 고소…“사실상 이정훈 빗썸 고문에 이용당해” 의견도
김병건 SGBK그룹 회장의 빗썸 인수 시도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김 회장은 BXA토큰 투자자와 홍콩 투자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김병건 SGBK그룹 회장은 BTHMB홀딩스를 통해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 51%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SGBK→BTHMB홀딩스→비티씨홀딩컴퍼니→빗썸코리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것. 그러나 두 차례 잔금 납입이 늦어지며 계획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이 과정에서 두올산업, 코너스톤네트웍스 등을 끌어들였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빗썸 주주 측은 김 회장과의 계약을 끝내고 새로운 인수자를 찾았다. 그 결과 빗썸코리아 2대주주였던 비덴트의 김재욱 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빗썸 인수 시나리오가 세워졌다.
비덴트는 아이오케이, 비티원 등의 투자를 받아 빗썸 인수에 나섰다. 비덴트는 지난 11월 22일 BTHMB홀딩스로부터 빗썸코리아 최대주주인 빗썸홀딩스 주식 2324주를 양수해 34.24%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졌다. 비덴트의 최대주주는 비티원(28.7%)이 됐고, 비티원의 최대주주는 버킷스튜디오(22.52%), 버킷스튜디오의 최대주주는 비덴트(19.61%)다. ‘비덴트→버킷스튜디오→비티원→비덴트’의 구조다. 이 같은 순환출자 구조가 가능한 것은 김재욱 비덴트 대표가 비티원과 버킷스튜디오의 대표도 함께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 실패 이후 김병건 회장은 위기를 맞이했다. 빗썸 인수 실패로 ‘빗썸 토큰’이라 불리던 BXA토큰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게 된 것. BTHMB홀딩스는 앞서 빗썸 인수 과정에서 BXA토큰을 발행하고, 인수 자금이 아닌 ‘인프라 구축’을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빗썸은 BXA토큰의 최초 상장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홍보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BXA토큰은 2018년 10월부터 300억 원 규모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금액은 150원에서 300원선이다. 투자자들은 BTHMB홀딩스가 빗썸을 인수하게 되면 BXA토큰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 봤다. 그러나 빗썸 인수 불발로 현재 BXA토큰은 가치가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피해 사례를 모으고 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현재 소송에 참여하는 인원은 70여 명, 피해 금액은 70억 원 규모지만 소송이 본격화할 경우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해 피해 금액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BXA토큰 투자 피해자 모임 한 관계자는 “법무법인 오킴스를 법률대리인으로 지정해 현재 선임계를 받고 있는 중”이라며 “고액 투자자들 가운데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인원이 많아 추후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BXA토큰 발행 주체인 BTHMB홀딩스와 함께 김 회장과 이정훈 빗썸 고문, 총판이었던 오렌지블록 등에 대한 사기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김 회장은 공범이고, 이정훈 빗썸 고문이 주범이라고 본다. 이 고문과 빗썸 전 임직원들, 토큰 유통과 발행에 관여한 관련자 모두를 대상으로 소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BXA토큰 투자 피해자들이 이 고문의 책임에 주목하는 것은 이 고문이 김 회장과 함께 SGBK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사실상 BTHMB홀딩스를 운영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병건 회장이 넘어야할 산은 또 있다. 홍콩 투자회사 윈가드 리미티드가 지난 11월 21일 김 회장과 이정훈 고문를 상대로 사기 혐의로 서울지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윈가드 리미티드는 BTHMB홀딩스에 100억 원 규모를 투자하고 지분 0.75%를 확보했다. 윈가드 리미티드는 두 사람이 빗썸 인수 능력이 없음에도 인수 실패 시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며 투자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빗썸 인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투자금 상환을 요구했지만 김 회장과 이 고문이 이를 거절하자 고소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두올산업 투자 유치 추진 당시, 두올산업을 통해 납입해야 되는 잔금을 확보했지만 빗썸 주주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존 빗썸 주주들은 이미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지인이거나 빗썸 관계회사인 반면, 김병건 회장은 중간에 외부에서 뛰어든 투자자였던 만큼 김 회장의 뜻대로 인수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빗썸 인수 추진 과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김병건 회장이 두올산업을 투자자로 끌어왔을 당시, 이틀 만에 자금이 모았지만 빗썸 투자자 측에서 두올산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김 회장이 이정훈 고문과 빗썸 투자자들을 믿고 자금을 끌어오려 노력했지만, 사실상 이용당했다고 볼 수 있다. 김 회장이 이 고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크다”고 귀띔했다.
비덴트 측은 빗썸홀딩스에 대해 인수가 순탄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비텐트 관계자는 “기존 빗썸 주주들과 김병건 회장 간의 계약이 기한을 넘겨 무산됐고, 이후 빗썸홀딩스에 대한 비덴트의 지분양수도 모두 완료됐다”며 “김 회장이 기존 빗썸 주주들이나 2대 주주였던 비덴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김병건 회장 측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에 이번 소송 등과 관련해 문의했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