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단 해체’로 삼성바이오 수사 핵심 인력 일부 지방 발령…“수사부서 재배치 시 차질 불가피” 지적도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최근 삼성바이오는 국내 바이오 시장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1월 들어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바이오주 중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은 15일 기준 28조 6400여억 원까지 치솟으면서 ‘바이오 대장주’로 군림하던 셀트리온(22조 7150억 원)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영업이익이 2019년과 비교해 6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의 올해 매출액 전망치는 약 9300억 원, 영업이익은 2610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53.1%, 636.8% 각각 늘어난 실적이다. 제3공장이 시험가동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것이 이 같은 전망의 배경이다. 삼성바이오는 앞서 제1, 2공장을 완공, 가동할 때마다 급격한 실적 상승세를 보여 왔다.
꽃길이 예상되는 삼성바이오의 유일한 리스크는 회계부정 혐의 검찰 수사다. 회사와 대표 개인은 물론, 그룹 총수까지 얽혀 있다. 삼성바이오는 이 사건으로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렸고, 대표는 두 차례 구속 심사를 받았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여전히 수사 대상이다.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사건은 2015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사에서 관계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면서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무리하게 회계부정을 한 이유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와 에피스에서 회계부정을 가리기 위한 대규모 증거인멸이 일어난 사실을 포착하고,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해 최근 1심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증거인멸을 지시한 삼성전자 임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지만, 회계부정에 대해선 별도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본류’인 부정회계 혐의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삼성바이오의 ‘서초동 리스크’는 올해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돌발변수’가 생겼다. 법무부가 추미애 장관의 임기 엿새 만인 지난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내면서부터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 역할을 하던 검사장급 검사들이 모두 지방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일부는 삼성바이오 회계부정과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등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부산고등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기는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은 국정농단 특검 때부터 윤 총장과 함께 손발을 맞추며 이재용 부회장 구속 기소까지 이끌어 낸 핵심 인물로 통한다. 이후 중앙지검 3차장을 맡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회계 수사를 맡아오다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회계부정 사건과 함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등을 지휘했다.
법무부가 검사장급 검사 인사를 단행하고 직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후폭풍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진=일요신문DB
앞서 검찰 일각에선 삼성바이오 수사가 ‘적폐 수사’ 차원에서 진행돼 온 만큼 실무진 교체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8월 인사에서 이복현 부장검사를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사건 담당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4부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수사 연속성’을 위해 평검사와 수사관 등 기존 인력을 대부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의 한 관계자는 “통상 검사장급 인사는 청와대와 여당 의중이 반영되지만, 차장, 부장급 이하 인사는 검찰총장 의견이 주로 반영된다”며 “다만 최근 청와대-검찰 관계를 볼 때 이번만큼은 그 ‘관행’이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법무부가 지난 13일 ‘검찰 직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번 직제 개편의 핵심은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줄이고 형사, 공판부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가 4곳에서 2곳으로 줄어들게 됐는데, 반부패수사3부와 반부패수사4부가 각각 형사부, 공판부로 바뀌게 됐다. 삼성바이오 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수사4부는 앞으로 직접 관여한 사건 위주의 특별공판부로 운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사법농단 공판 담당인 특별공판 2개팀이 산하로 편성된다.
직제를 개편하면 내부적으로 규정돼 있는 필수 보직 기간 1년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 수사팀을 이끄는 차장, 부장 검사가 보직 기간을 다 채우지 않더라도 직제 개편으로 전보 발령이 가능하다. 법조계에선 한동훈 부장의 지휘를 받아온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3차장, 고형곤 반부패2부장 등이 줄줄이 자리를 옮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가운데 송경호 3차장은 국정농단부터 삼성 경영권 승계 및 회계부정 수사의 선봉에 섰다.
이에 따라 반부패수사4부 인력 전반도 재배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법무부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회계와 삼성 경영권 승계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해 “대검 의견을 확인할 방침이다. 아직까지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필요한 경우 재배당 절차를 거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 인사가 삼성바이오 수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인사를 이유로 수사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검찰은 검사장급 인사 발표가 임박한 지난 1월 7일에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와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다.
반면 반부패4부 역할과 지휘라인이 달라지고, 사건이 재배당되면 수사 차질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수사 기간과 내용이 방대한 만큼 새 수사팀이 이를 검토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검찰과 삼성바이오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일부 ‘피의자’ 측 관계자는 검찰 인사 이후에 수사를 진행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 수사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검찰은 1월 말까지 주요 피의자 소환조사를 마치고 한 단계 더 나아갈 계획이었으나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임기는 올해 3월까지다. 김 대표의 거취는 최근 업계 최대 관심사다. 사진=임준선 기자
한편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은 오는 3월 23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김태한 사장은 2011년 삼성바이오 초대 대표이사로 부임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회계부정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두 차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았는데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당초 김 사장의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번 검찰 인사로 인해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그룹 연말 정기 임원인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노조와해 등 재판으로 해를 넘겨서도 미뤄지고 있는 만큼, 김 사장의 거취 역시 검찰 수사 향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