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회 모른다던 김경수 방어논리 깨져…드루킹과 공모관계 등 ‘선 긋기’에 주력할 듯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심리 중인 항소심 재판부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참여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구속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19년 4월 17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21일 당초 이날로 예정된 선고기일을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했다. 이어 그 이유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 사건을 적기에 처리하려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는 현 상태에서 최종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잠정적이긴 하지만,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김동원 씨로부터 킹크랩 시연을 보았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증명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11월 9일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의 경기도 파주 사무실에 방문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초기 버전 시연회에 참석해 시연을 봤다는 특검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점을 들어 드루킹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공모관계에 관한 심리가 미진했다며, 이를 다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김 지사는 킹크랩 시연회 불참 주장에 따른 무죄 입증보다는, 공범에 관한 법리 다툼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과 김 지사 측은 그간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를 놓고 다퉈왔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 장면을 본 뒤 승인 혹은 묵인했다면 댓글 조작 공모 혐의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앞으로 김 지사가 김 씨 일당의 댓글 조작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인지를 살필 계획이다. 재판부는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여했는지는 더 이상 주된 심리 대상이 아니다. 김 지사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Δ김 지사가 시연회가 끝난 뒤 김동원 씨가 허락을 구하자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는 김동원 씨 등 드루킹 일당의 진술 신빙성 Δ김 지사와 김 씨 관계가 단순 지지자와 정치인 관계인지, 정치적으로 공동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긴밀한 관계인지 Δ김 지사가 19대 대선 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Δ김 지사가 김 씨에게 보낸 기사 목록에 김 씨가 ‘처리하겠다’고 답장을 한 것을 두고 김 지사는 왜 문제 삼지 않았는지 등을 추가 심리할 계획이다.
다음 공판기일은 3월 10일 오후에 열린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