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사’ 포함 전국 차장검사 교체, ‘상갓집 항명’ 양석조 좌천…신임은 “올 사람 왔다” 내부 평가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을 명분 삼아 시작된 이번 인사는 ‘원하는 바를 다 이룬, 그러면서 검찰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적합했다’는 평이 나온다. 사진=임준선 기자
#차장검사 전원 교체·청 겨눈 수사팀도 대부분 ‘지방행’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의혹 수사(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등의 수사를 이끌었던 차장검사들은 모두 지방행을 명 받았다.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평택지청장으로, 송경호 3차장검사는 여주지청장으로 각각 발령이 났다.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천안지청장으로 전보됐다.
지청장이 나쁜 자리는 아니지만,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를 역임하면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점을 감안할 때 ‘좌천성’으로 보는 게 맞다는 평이다. 하지만 고등검찰청 검사로 인사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심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의 경우, 이정섭 부장검사를 유임시키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2019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고검으로 인사가 난 것에 비하면 징계라고 보기 좀 어렵지 않냐. 내부 반발을 고려해 ‘약간의 좌천’ 정도로 선을 조정한 것 같다”면서도 “본보기 삼아 추미애 장관이 직접 언급한 양석조 검사는 확실하게 좌천을 해 검사들에게 ‘인사권자’가 누군지를 보여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갓집 항명 사건’ 당사자인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은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됐는데, 대검의 다른 간부들도 지방으로 내려가는 인사를 받았다. 김유철 수사정보정책관은 원주지청장, 임현 공공수사정책관은 대전지검 차장으로 전보됐다. 윤석열 총장의 ‘손발’을 묶겠다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직접 수사와 연관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수사지휘과장, 공공수사정책관, 공안수사지원과장, 선거수사지원과장이 이번 인사로 교체돼 ‘사실상’ 다 바꿨다.
이번 인사안에 이름을 올린 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부터 최근까지 윤석열 총장이 아끼던 특수통들이 서울중앙지검과 대검만 오가다가 모두 지방으로 내려가게 된 상징성이 있는 인사”라며 “결국 검찰총장의 힘을 빼고 청와대 관련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라인의 검사들을 본보기 삼아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인사”라고 평가했다.
#생각보다 적은 반발? 후임들 ‘올 만했다’ 평도
하지만 검찰의 반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 임명된 후임들이 ‘색깔’을 드러낸 적이 없는, 검사들 사이에서 평이 긍정적인 인사들이 임명됐기 때문.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이정현 서울서부지검 차장, 4차장은 김욱준 순천지청장이 각각 임명됐는데 검찰 안팎에서는 ‘올 만한 사람’이었다는 평이 나온다. 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2곳을 폐지하고 새로 생기는 경제범죄형사부는 이복현 반부패수사4부장이 이끌게 됐는데, 이복현 부장검사는 특수 수사 경험이 많다. 경제범죄형사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및 삼성 합병·승계 의혹 사건을 재배당 받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총장이 아끼던 특수통들이 모두 지방으로 내려가게 됐다. 사진은 1월 10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이원석 기획조정부장, 문홍성 인권부장 등 참모진들과 마지막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검사장 출신의 법조인은 “모든 검사들이 항상 인사가 만족스러울 수는 없지만 큰 논란이 될 소지의 인사는 아닌 것 같다”며 “반발을 하기도 애매한, 그러면서 또 ‘최고의 수사력을 끌어내기 위한 배치’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인사라서 법무부 입장에서 성공적인 인사”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차장검사급 검사는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모두 호남 출신이지 않냐”며 “기수 서열이 그리 높지 않았다가 이렇게 중용된 것은 결국 이제 인사권이 윤석열 총장 손에서 정권 손으로 넘어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 간의 틀어진 관계는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를 앞두고 검사들 사이에서는 “법무부에서는 근무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가 적지 않게 나왔는데, 평검사 가운데 한 명은 “조국 전 장관 취임 시점부터 법무부 근무 검사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졌고 전처럼 소통은커녕, 서로 비판하기까지 했다”며 “오죽하면, 승진이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법무부 근무를 안 하게 돼서 다행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겠냐”고 털어놨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