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조업 생산기지 중국 밀집 수출·내수 ‘악재’…과거 사례보면 단기 급락 후 반등 가능성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선별 진료소 공지가 붙은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사진=고성준 기자
반도체 반등 기대에 힘입어 새해 들어 한때 2300선을 눈앞에 뒀던 코스피는 신종 코로나 발병과 함께 곤두박질 쳐 이젠 2100선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미국이나 일본 증시보다 한국 증시의 타격이 유독 크다. 국내 주요 제조업 생산기지가 중국에 밀집돼 있고, 전염병 특성상 민간소비 위축 효과도 강력하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는 수출과 내수 모두에 악재다.
하지만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례를 보면 단기 급락 이후 반등 가능성도 존재한다. 2003년 초 사스가 발병했을 때 코스피는 석 달 만에 700선에서 500선으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해 4월부터 반등을 시작해 7월에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 2013년 4월 메르스 발병 때도 코스피는 2000선이 붕괴되며 6월에는 1800선 아래로까지 밀렸다. 하지만 7월부터 반등을 시작해 9월에 2000선을 회복했다. 이후 코스피는 단 한차례도 1800선을 내주지 않았다.
최근 코스피 하락을 주도하는 외국인 매도세를 분석해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연말 이후 급등하다 1월 중순께 주춤하던 대차잔고가 신종 코로나 발병 이후 다시 급등세다. 대차잔고란 빌려 준 주식의 잔고다. 주로 공매도에 활용된다. 빌려간 주식이 많다는 뜻은 공매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공매도 뒤에는 주식을 되사 갚으려는 숏 리커버링이 나타나게 된다. 당장은 공매도로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지만, 바닥 확인 이후에는 다시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관건은 시기다. 사스는 기온 오르면서 진정됐다. 메르스는 습도가 높아지면서 잦아들었다. 신종 코로나도 온도보다는 습도가 높아지면 활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마철 전까지 봄은 습도가 낮은 시기다. 4~5월까지 신종 코로나의 활동이 활발할 경우, 단기간에 자산시장이 회복되기 어렵다. 수출과 내수에 미치는 타격이 장기화되면서 그만큼 회복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는 사스나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종류다. 하지만 치사율이 아직 2%대로 낮아 사스(9.6%)나 메르스(24%)에 훨씬 못 미친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던 다국적 기업들의 이동 가능성도 높아졌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분쟁으로 생산기지로서의 중국이 가진 매력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유력한 후보지는 베트남이다. 베트남 역시 중국발 전염병으로부터 안전지대는 아니지만 인건비나 규제 환경 등을 고려하면 매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