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차익 실현과 이권사업 확대가 목적…KCGI 지분 받아 경영권 확보 시나리오엔 회의론도
반도건설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와 연대를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 강남구 반도건설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중견 건설사 반도건설은 강성부 펀드인 KCGI,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함께 1월 31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이들은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세 주주는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혁신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공시를 통해 한진칼 주식에 대한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이로써 KCGI(17.29%)와 조현아 전 부사장(6.49%), 반도건설 계열사(8.28%) 지분이 합쳐져 32.06%가 됐다.
반도건설은 그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사이에서 어느 편인지 심중을 감춰온 터라 이번 행보를 두고 여러 의견이 쏟아진다. 반도건설의 처음 입장은 ‘투자목적’이었다. 2019년 10월 기존 4.99%에서 5.06%까지 지분을 늘리며 4대주주로 올라섰을 때만 해도 공시에 경영참가 목적이 없다는 확인서를 첨부했고, 취재 응답에도 투자 목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추가 매입으로 올 1월 지분을 8.28%까지 늘려 3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공시를 통해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바꿨다. 이후 KCGI와 조현아 전 부사장 측과 두 차례 회동하더니 급기야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반도건설이 KCGI와 조현아 전 부사장 편에 선 이유에 대해 조원태 회장 편에 서면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애초에 반도건설이 경영에 참여하려는 이유는 이권사업 강화 차원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주택건설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반도건설엔 새 먹을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진그룹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제주도 정석비행장·파라다이스호텔 등 유휴자산이 많다. 이를 사들이거나, 반도건설과 공동 개발하면 이권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연임에 성공하면 아쉬울 것 없는 조 회장보다는 조 전 부사장과 KCGI 측과 함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KCGI가 그간 한진그룹에 부동산 자산 매각으로 부채 비율을 낮출 것을 요구해온 것도 이런 의견에 힘을 싣는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그룹을 장악한 만큼 지금은 적극적인 사업 제안을 할 수 있어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면 얼마든 태도를 바꿀 수 있다”며 “조 전 부사장은 의지할 세력이 없어 반도 측 요구를 들어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유휴부지와 자산을 반도 측에 매각한다면 주택사업 강화나 호텔·레저사업 진출 등이 가능하다”며 “조 회장은 경영권을 모두 쥐고 유지하려 하는 반면 조 전 부사장은 경영권을 내려놓고 있어 타협이 가능하다고 봤을 수 있다”고 했다.
주가 차익 극대화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다.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매입의 또 다른 목적은 투자처를 잃은 유휴자본으로 지분 투자해 이익을 얻겠다는 것.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을 장악한 뒤 약속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면 조원태 회장 아래 한진칼보다 기업가치가 상승해 더 높은 배당금과 주가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KCGI는 한진그룹을 정상화시켜 좋은 매물로 만든 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외부 제3자에 파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반도그룹 측에서도 그때 매각하면 지금보다 높은 주가에 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경영 정상화에 따른 시세 차익과 이권사업 확대가 반도의 목적”이라며 “한진그룹과 여러 가지 사업을 같이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도건설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와 손잡은 이유에 대해 이권사업을 확보하고 주가 차익을 실현하려는 목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처럼 반도건설도 사업 보폭을 확대해 대한항공 경영권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한다. 최근 반도건설 행보를 보면 관계사 퍼시픽산업이 지난 1월 13일 엔터테인먼트회사 키위미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퍼시픽산업 지분을 100% 보유한 신동철 반도건설 전략기획실 전무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첫째 사위로, 최근 반도 측 대표로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김남규 KCGI 부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이처럼 신사업을 총괄하는 신동철 전무가 한진칼 지분 매입을 이끌어오면서 언젠간 엑시트해야 할 KCGI 지분을 반도건설이 사들인 뒤 항공업에 진출하는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업계 시각은 회의적이다. 현실화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CGI 입장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뒤 자금력 있는 주체를 끌어들이는 방안을 고민할 텐데 그 조건에 반도건설도 충족된다고 판단한다면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그런 움직임이 실현되려면 주총 연임 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얻어 경영권을 확보해야 하고, 이후에도 주주들을 포섭해 정통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박주근 대표도 “대한항공은 인수에만 조 단위 현금이 필요한데 반도건설에는 그럴 여력도 없으며 KCGI 지분을 다 사들이기도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반도건설의 이 같은 야심(?)은 지난 4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발표하면서 한풀 꺾인 기세다. 박주근 대표는 “반도건설·KCGI·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 양쪽에서 주주가치 제고와 투명성을 경쟁적으로 제안하며 주주들을 설득할 것”이라며 “경영권의 향배는 국민연금의 선택에 달렸다”고 봤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승산 있다는 판단에 조현아 전 부사장 손을 잡았을 텐데, 이명희 고문이 아들 편에 선 이상 고민해볼 때가 됐을 것”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다가 판세가 기울면 번복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주택건설시장 업황이 어려운 만큼 유휴자금을 활용해 지분투자에 나선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조 회장보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KCGI 지분을 넘겨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17% 이상 보유한 KCGI 지분을 사들이기는 무리”라며 “건설업을 버릴 수도 없다”고 답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