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광고 ‘선불충전’ 아닌 ‘매출차감’ 방식…쿠팡 “일부 혼선, 고칠 것”
‘쿠팡’의 협력사들이 과도한 광고비와 미흡한 동의 절차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쿠팡 트럭을 바라보고 있는 쿠팡맨들. 사진=고성준 기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광고비가…”
쿠팡에서 물품을 판매하던 사업자 A 씨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쿠팡 키워드 광고(검색광고)를 이용했다. 광고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인 지난해 10월 쿠팡을 통한 매출액은 226만 175원에 광고비는 21만 2809원이 들었다. 11월 들어 광고효과를 본 것인지 매출액이 630만 107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광고비가 501만 9386원이 나왔다. 비록 한 달 만에 매출액이 3배 가까이 올랐지만 대신 광고비는 무려 24배가량 치솟았다.
사업자 B 씨는 쿠팡에서 제공한 ‘10만 원 무료 광고 쿠폰’을 이용해 2018년 12월부터 광고를 진행했다. B 씨는 쿠폰으로 받은 10만 원이 소진된 후에는 당연히 광고가 종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1월, 그동안 광고가 계속 진행돼 왔다는 것을 알았다. 무려 14개월 동안 유료로 진행된 광고비는 940만 6167원이었다. 그 기간 쿠팡을 통한 매출액은 757만 2750원. 매출액보다 오히려 광고비가 훨신 많이 나온 것이다.
B 씨는 “인건비와 물건 값, 쿠팡에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판매 수수료(통상 판매액의 10%)까지 합하면 타격이 상당하다”고 호소했다.
더욱이 광고비는 판매대금에서 공제되고 있었다. 사업자 C 씨의 지난해 12월 쿠팡을 통한 매출액은 약 468만 원이다. 여기에서 60만 원 정도의 쿠팡·카드결제(PG) 수수료 등 광고비 258만 원을 제외한 뒤 C 씨 손에 들어온 것은 153만 원이 전부였다. 게다가 C 씨는 광고가 진행된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C 씨는 “당초 광고 ‘캠페인’만 설정했을 뿐 광고를 시작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이커머스의 키워드 광고는 사업자가 여러 개의 캠페인을 설정하고 필요할 때만 특정 캠페인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캠페인 설정이 곧 광고의 시작은 아닌 것이다.
B 씨는 “11번가, 옥션, G마켓, 네이버, 다음 등 온갖 쇼핑몰에서 다 판매를 해봤는데 이런 방식의 과금은 처음 봤다”며 “통상 선불로 충전한 뒤 다 소진되면 광고가 자동 중단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쿠팡은 사업자도 모른 채 마이너스로 과금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C 씨는 “나도 모르게 매출에서 광고비가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서도 없는 계약
몇몇 사업자들은 아예 광고 계약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광고 시작 전 전자계약서 작성, 이용 약관에 대한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쿠팡 광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용 약관에 동의합니다’라는 항목은 있었지만, ‘동의’를 의미하는 ‘체크 박스’는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이 점을 지적하자 쿠팡 측은 뒤늦게 체크 박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소비자법학회 부회장)는 “물론 쿠팡 측은 ‘사업자들이 동의했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양측이 갑을관계라는 점을 미뤄볼 때 체크박스를 만들지 않은 것은 큰 귀책사유가 될 수 있다”며 “이처럼 한 쪽에서 동의하지 않은 이용 약관은 약관규제법에 의해 효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용 약관 중 ‘이용료의 결제(광고비 과금)’에는 “이용자는 입금 방식 또는 상계처리 방식 중 정산 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나 쿠팡 윙(Wing, 광고 관리자 채널)을 통해 광고상품을 매수한 이용자는 상계처리 방식으로 정산하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선불 충전이 아닌 후불 차감 방식이 ‘기본값’인 것이다.
맹수석 교수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보이지 않고, 설령 쿠팡만의 고유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불공정하다”며 “사업자들의 동의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불공정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광고 시작’ 단계에서 ‘이용 약관’을 제공하지만, 이에 대한 동의를 의미하는 ‘체크박스’는 찾아볼 수 없다. 현재는 뒤늦게 체크박스가 추가됐다. 사진=유튜브 채널 ‘쿠팡 로켓배송 판매자 교실’ 캡처
#상생과 협력은 어디에
모든 광고가 성공할 수는 없고 때때로 광고비가 매출액을 뛰어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커머스에서는 이 같은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자 보호 정책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쿠팡과 다르다.
위메프의 광고비 과금 방식은 선불 충전식이다. 충전 금액이 소진되면 광고 집행이 자동 정지된다. 파트너사가 원하는 경우 ‘신용카드 자동충전’과 ‘정산대금 자동상계’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다. 11번가는 ‘셀러(판매자) 포인트 충전’ 방식이 기본값이다. 판매자가 원할 경우 매출 차감으로 바꿀 수 있지만 이 역시 판매자의 거래 규모나 신용도 등을 감안해 일정 범위 안에서만 유효하다. 또 ‘부정 클릭’으로 광고비가 소진되는 것에 대해서도 환불 조치하는 등 사업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반면 쿠팡은 사업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보호 시스템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안내도 빈약하다는 사업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검색광고의 경우 ‘CPC(클릭 당 광고 단가, Cost Per Click)’으로 과금돼야 하는데 쿠팡은 오류가 발생한 상당 기간 동안에도 과금된 적이 있다”며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처음엔 “검색 광고 서비스는 사업자가 동의하고, 직접 세팅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매월 광고비 세금계산서가 발행되고, 이는 쿠팡 윙에서 상시 확인 가능하다. 사업자 대표 이메일로도 자동 발송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매출에서 광고비가 차감된 뒤 정산이 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일부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이런 부분을 고쳐 더 좋은 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