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뒤 여성 경기 나서 압도적 능력 과시…IOC 출전 허용, 단 호르몬 수치 입증해야
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렐 허버드는 남자 역도 선수였지만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자 선수로 활동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트랜스젠더 스포츠 선수 논란은 거의 매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4년 미국에서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종합격투기 선수가 여성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정당한지를 두고 소소한 논란이 벌어졌다. 팔론 폭스라는 이름의 트랜스젠더 선수가 그 시작이었다. 캘리포니아주 체육위원회는 그에게 여성부 출전권을 허가했다. 팔론 폭스는 2년 남짓의 짧은 선수 생활을 했으나 전적은 화려했다. 링 위에 오를 때마다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 냈다.
팔론 폭스에게 TKO 패한 한 선수가 당시 인터뷰에서 “많은 여자 선수들과 싸웠지만 폭스는 정말 달랐다. 그렇게 압도적인 힘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전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와 맞붙은 선수 중에는 두개골 골절, 안와골절상, 뇌진탕 등의 부상을 얻은 선수도 있었다. 이후 팔론 폭스는 다른 여성 선수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
이런 이유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의 여성 경기 출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격투기나 유도, 육상 등 근력 위주의 종목에서 논란이 치열하다. 2017년 뉴질랜드의 역도 선수 로렐 허버드는 성전환 수술 후 출전한 첫 세계역도선수권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문제는 그가 과거 뉴질랜드 신기록을 세운 적도 있는 남자 역도 선수였다는 것이다. 그와 대결한 여성 선수들은 “불공정한 경기였다”고 비판했다. 지속적인 호르몬 치료로 남성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린다 해도 기존 신체에 대한 차이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트랜스젠더 선수가 있었다. 종목은 야구. 국내 최초 여자야구 선수인 안향미 감독이 이끄는 국내 최초의 여자 야구단 ‘선라이즈’ 소속 투수 신은경 씨다. 전문 야구인이 아니었던 탓에 성적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2007년 안향미 감독은 스포츠조선 인터뷰에서 신 씨에 대해 “가끔 슬쩍 던져도 쭉 뻗어나가는 공을 보면 역시 근력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트랜스젠더 선수의 기록이 기존 여성 선수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또래 여성보다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나 그 능력은 경기력 범위 이내라는 것이다. 여기에 특출한 체격을 가진 생물학적 여성 선수가 몸집이 크다는 이유로 ‘남자 또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냐’는 억울한 오해를 받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스포츠계가 정의한 여성의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까지 일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04년부터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수술 후 성별을 인정하고 경기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 2016년에는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도 스스로 남성 혹은 여성으로 인식하면 해당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다만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경우에는 대회 출전 1년 전부터 남성 호르몬이 일정 수치 이하임을 입증해야 한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