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공천잡음에 설화 더해져 위기감 고조…야, 신천지에 미온적 대처가 악재 될 수도
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출범식.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대한민국 지도의 영남권 지역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텃밭인 호남에서 3석을 얻는 데 그쳤지만 123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했다. 최대 표밭인 수도권에서의 압승과 보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PK(부산·울산·경남)에서 예상 밖으로 선전했기 때문이다. PK에서의 이러한 흐름은 2017년 대통령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로 이어지면서 여당의 연승을 이끌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과반 이상을 차지해 원내 1당을 차지하겠다는 기대를 내비친 바 있는데, 여기엔 PK를 필두로 한 영남권에서의 성적이 반영된 것이었다. 민주당은 당내 차기 주자군으로 분류되는 김두관 의원과 김영춘 의원을 경남 부산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세우며 PK 공략에 나섰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이들 의원이 나서 PK 선거를 주도하면 5~10석은 차지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가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엔 위기론이 팽배하다. 과반은커녕 원내 1당 사수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기대했던 PK 여론마저 눈에 띄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우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 보수 정당들은 미래통합당으로 단일대오 구축에 성공했다. 총선 결과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인적쇄신 부분에서도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히려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강서갑발 ‘조국 내전’이 발발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태다.
영남권 중 TK 지역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나름 선방하긴 했지만 민주당의 험지 중 험지다. 이번 총선에서도 김부겸 대구·경북 권역 공동선대위원장과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을 앞세웠지만, 둘 외에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이다. 민주당은 대구·경북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천 신청을 받아보니 일부 지역에선 신청자조차 없는 후보 ‘기근현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정국을 강타했다. 구체적인 손익계산이 나오진 않았지만 여권에 불리할 것이란 게 정가의 우세한 전망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코로나19 사태 과정에서 국민정서에 반하는 발언을 연이어 하면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양상이다.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영남권에서 민주당이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김부겸 의원은 2월 27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메시지 관리라는 측면에서 여권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점에서 여권 전체가 조금 더 늠름하고 안심을 줄 수 있는 메시지 관리에 실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도 “코로나19는 여권에 불리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상황관리’ ‘민심악화 방지’ 등 수동적인 자세로 나서면 총선 참패가 불 보듯 뻔하다”며 “여권 인사들의 국민정서를 무시한 발언에 대한 대국민사과, 책임자에 대한 징계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무능한 야당 효과는 없다. 통합당은 김형오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공천 작업에서 쇄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민주당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공천혁신을 통한 경쟁우위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면접심사에서 마스크를 쓰고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하지만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고 정부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해 강경대응에 나선 뒤인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같은 지역을 조사한 2월 4째 주 정당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통합당이 36%, 민주당은 22%를 기록했다. 통합당은 2%포인트(p) 떨어졌고, 민주당은 3%p 오른 것이다.
리얼미터가 집계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2월 3주차(2월 17~19일 조사) 정당지지도에 따르면 TK에서 통합당이 54%, 민주당이 22.6%로 두 배 넘게 앞섰다. 하지만 4주차(2월 25~26일 조사)에는 통합당이 3.4%p 떨어진 50.6%, 민주당은 4.1%p 오른 26.7%로 나타났다.
이는 TK 지역 코로나19 대량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신천지에 대해 통합당 지도부나 지자체 단체장들이 미온적 대처를 보인 것에 대한 실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지역별 통계는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오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 정당지지도의 전체적 수치는 큰 변화가 없다”며 “현재 코로나19 대처는 정당지지율보다 정부 지지도에 영향을 미친다. 앞서의 해석은 과도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PK 지역은 여론조사 업체마다 다른 결과를 내놓아 혼전이 예상되고 있다. 2월 3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정당지지도 34%로 29%의 통합당에 5%p 앞선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일주일 후인 4주차엔 민주당이 25%로 떨어지면서 통합당(26%)에 역전을 당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3주차에 통합당이 41.2%로 민주당(35.1%)을 앞섰다. 4주차 역시 통합당과 민주당이 각각 5%p와 2.7%p 감소했지만, 역전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각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