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문화’ 확산, 재택 근무·온라인 쇼핑·원격 진료 강세…자동화 시스템·로봇 확산이 실업률 높일 수도
최근 ‘포브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실현되기까지 어쩌면 수년은 더 걸렸을 사회경제적 변화가 코로나19 창궐을 계기로 앞으로 가속화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인류는 결국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게 되고, 세계 경제는 최악이라고 여겼던 침체기에서 차츰 회복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게 되리란 점도 지적했다. 아무리 마스크를 벗는다고 해도 전염병은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행동을 영구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떤 식의 변화가 일어날까. 다음은 미래학자들이 지목하는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모습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1. 언택트(Untact·비대면) 인터페이스가 증가하고 상호 간 교류가 감소한다.
코로나19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분야는 다름 아닌 대면 문화다. 이제 바이러스 영향으로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는 문화, 즉 ‘언택트’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이다.
터치스크린 등장에 감명을 받은 게 불과 얼마 전이건만 머지않은 미래에 터치스크린은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른다.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이 있는 표면을 만지는 행동 자체를 꺼리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는 터치스크린 사용이 줄어들 수 있으며, 그 대신 음성 인식 및 영상(안면) 인식 기술이 더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비접촉 페이 서비스(예: 카카오페이, 페이코 간편결제 등)는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었으며, 안면인식 인터페이스(예: 스노우 등)의 경우에도 이미 사진 필터 애플리케이션(앱)에 적용돼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접촉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런 비접촉 서비스는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
고객들과 신체적 접촉을 할 필요 없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클라우드 컴퓨팅 공급자(예: 아마존 웹 서비스), 원격 근무 서비스업체(예: 줌), 가상현실 회사(예: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오큘러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예: 넷플릭스), e스포츠 팀(예: 클라우드9) 등이 이에 속한다.
이 밖에 단기적으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음식 배달 서비스, 물류기업도 승자가 될 것이며, 경기가 회복돼도 온라인의 편리함을 알아버린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의 변화로 이런 상승세는 대부분 지속될 전망이다.
2. 원격 근무가 일상화된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이 홀로 집에서 일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만들었다. 실제 재택근무를 시작한 사람들은 지금껏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가령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되고,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며, 업무 이외의 일정에도 유연성을 갖게 됐다.
이로써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원격 근무가 더 낫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몇몇 회사들은 이 새로운 변화를 계속해서 활용하기를 원할 것이다. 이에 발맞춰 원격 근무 관련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직접 만나 회의를 하는 대신 화상회의를 하는 횟수도 늘어날 것이다.
변화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사무실 규모를 대폭 축소하게 되고, 결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침체될 것이다.
출장 문화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여행 제한 강화와 특정 국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격리 조치는 앞으로 출장 의존 산업에 심각한 부담을 줄 것이다. 미팅 하나만을 목적으로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3. 많은 일자리가 자동화된다.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자동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자동화하며, 그 나머지는 원격으로 작업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이런 부분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기업들은 더 건실해지고, 더 효율적이 될 것이다.
반면, 자동화로 대체된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위기 이후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일자리를 잃고, 결국 실업률이 증가할 것이다.
독일의 노인 부부가 태블릿PC를 통해 주치의와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보다 진보된 원격진료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DPA/연합뉴스
4. 원격진료가 보편화되고, 관련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한다.
원격진료의 편리성과 비용적 이점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그것을 포기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이번 위기가 진정되면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의사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는 원격진료 서비스가 ‘필요’가 아닌 ‘기본’이 될 것이다.
또한 더 진보된 가정용 테스트 및 진단 제품과 함께 증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제품도 개발될 것이다. 주요 도시들은 앞으로 체계적인 감염병 대유행 감시 시스템을 갖추게 되고, 많은 기업체와 스포츠 경기장은 증상 및 체온 검사를 실시해 실시간으로 감염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5. 국경 간 이동이 줄어든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각국 정부는 자국의 제조업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게 되고, 이에 따라 국경은 덜 붐비고, 국제 무역은 침체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화된 공급망보다 자국 내 공급망을 복원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각국 정부는 바이러스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대응을 위해 국경 검문소에서 더 광범위하고 더 엄격한 검사를 실시할 것이며, 이와 관련된 보다 강력한 권한도 주장할 것이다. 이를테면 국경 검문소는 생체인식 검사를 통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특정 국가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에 대한 강제 격리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럴 경우 여행 및 관광산업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항공, 숙박, 관광업은 코로나19의 단기적인 후유증을 넘어 극심한 수요 부진을 겪을 것이다.
6.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존에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지 않았던 유통기업들은 재정적 위기에 직면했고, 부분적으로 온라인 쇼핑몰 기능을 가지고 있던 기업들은 온라인 서비스를 점차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오프라인 상점은 계속 운영하되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소비자들의 선호에 따른 것이든 미래의 감염병 대유행에서 오는 것이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한 물류 및 배송 시스템의 개선도 이뤄질 전망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교사가 온라인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7.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학비 부담이 줄어든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해 초중고는 물론, 많은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로 인해 학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수업료와 제반 비용에 대한 상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만약 가을학기에도 여전히 온라인 수업으로 학기가 진행된다면 코로나 이전 수준의 등록금을 내고 재등록하려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수업이 적은 비용으로도 고등 교육을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될 경우 타지역 학생들의 이주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굳이 멀리 유학을 떠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8. 로봇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한다.
로봇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때문에 안전하다. 이런 이유에서 로봇을 식료품을 배달에 사용하거나, 공장 가동에 사용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감염병 시대에 로봇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지를 깨달은 곳은 이미 많다.
9. e스포츠가 약진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야구, 축구, 농구, 골프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취소 또는 연기됐다. 반면 e스포츠는 번창하고 있다. 가령 TV에서는 F1 자동차 경주의 e스포츠 버전을 방송하고 있으며, 비록 전통적인 F1 경주와는 다를지 모르지만 사람들에게 대리만족감을 주기에는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으로는 물리적으로 신체를 접촉하는 스포츠 경기가 디지털로 보완되는 더 많은 혼합형 스포츠 대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