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거래액 총 430억 원, 더 적은 금액에도 고발한 다른 기업과 비교…공정위 “직접 지시 내용 못 찾아”
공정위에 따르면 2015~2017년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개인회사 미래에셋컨설팅과 수백억 원대 거래를 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골프장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48.63%, 박 회장의 배우자 및 자녀가 34.81%, 기타 친족이 8.43%를 각각 갖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행위와 관련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43억 9000만 원을 부과했다.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 빌딩. 사진=최준필 기자
미래에셋컨설팅이 블루마운틴CC를 임차 운영한 2015년 1월 1일부터 2017년 7월 31일까지 미래에셋 계열사들과 블루마운틴CC의 거래액은 총 297억 원이다. 골프장 이용 거래 112억 원, 골프장 이용 행사·연수 거래 79억 원, 광고 거래 69억 원, 명절 선물 거래 37억 원 등이다. 또 포시즌스호텔은 호텔 개장 시점인 2015년 10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미래에셋 계열사들로부터 총 13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호텔 이용 행사·연수 거래 61억 원, 호텔 이용 일반 거래 57억 원, 명절 선물 거래 13억 원, 피트니스 회원권 거래 2억 원 등이다.
내부 거래금액을 합치면 총 430억 원으로, 이 기간 동안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 전체 매출액(1819억 원)의 23.7%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총수 일가가 지분 20%(상장사는 30%) 이상을 보유한 회사의 내부거래 매출액이 200억 원 이상이거나 전체 매출의 12% 이상을 차지하면 일감몰아주기 조사 대상에 오른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일감몰아주기 예외 사유로 효율성 증대나 긴급·보안성 거래 등이 있는데 (미래에셋은) 이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법령상 제약으로 인해 소유주인 펀드가 운영을 못하고 비금융계열사인 컨설팅이 불가피하게 운영을 하게 되었으며 특히 매출연동인 아닌 고정임대료 방식으로 임대료를 책정한 결과 318억 원 적자를 본 건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미래에셋을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아 향후 사업에는 영향이 없게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말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그간 공정위 조사를 이유로 허가가 나지 않았다. 따라서 공정위 조사가 끝난 현재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 측도 “(단기금융업 인가 관련) 심사 재개와 관련해 필요한 작업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을 검찰 고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임준선 기자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미래에셋을 검찰 고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지적한다. 공정위는 2018년 계열사 부당지원 등 혐의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2019년에는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을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에 따르면 효성 계열사들이 조현준 회장 개인회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250억 원 규모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이해욱 회장 개인회사 APD와 대림 계열사의 거래액은 31억 원이다. 모두 미래에셋 내부거래액인 430억 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박태영 부사장의 개인 회사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인 돈도 미래에셋컨설팅 내부거래액의 10분의 1인 43억 원이었다. 다만 박태영 부사장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 외에 이면약정 혐의도 받았다.
정진욱 공정위 국장은 미래에셋을 고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동일인인 박현주 회장이 사업 초기에는 영업방향, 수익 상황 등에 대해 언급한 바 있지만 직접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며 “법인 고발은 현행법상 위반 정도가 명백하고 중대해야 하는데 미래에셋은 명백하거나 중대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측은 “그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대해 과징금 등을 부과하면서 고발을 함께 진행해온 것과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라며 “특수관계자 지분이 90%가 넘는 총수일가 개인 회사에 430억 원대 일감을 몰아준 것을 고발하는 데 박현주 회장의 직접적 지시의 증거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현행법상 공정거래법 위반 범죄의 경우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공정위의 판단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공정위의 최근 기조도 고발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지난 28일 포럼 ‘규제와 한국의 경제 생태계’에서 미래에셋에 대해 “법 위반 정도와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이라며 “느슨한 법 집행으로 기조를 변경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직접 고발을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더라도 공정거래법 고발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으면 검찰총장이 공정위에 통보해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제3의 기관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수사의 전문성을 갖춘 검찰이 공정위에 미래에셋의 고발을 요청하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