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나 우익에 폄훼되는 일 많아…비싸다고? 일반 예술품과 가치판단 기준 달라”
‘평화의 소녀상’ 제작자 김운성 작가가 소녀상 상표권 등록을 두고 한 말이다. 김운성 김서경 작가 부부는 최근 소녀상 비즈니스 논란에 휘말렸다. 일부 언론은 소녀상을 설치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김 작가 부부가 ‘평화의 소녀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보도했다. 김 작가 부부가 과거 ‘평화의 소녀상’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다 거절당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 저작권 논란 ‘소녀상’, 알고 보니 상표권 등록 시도…특허청이 거절).
6월 10일 서울시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평화예술행동 ‘두럭’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 작가 부부도 함께했다. 일요신문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김운성 작가와 인터뷰를 했다. 김 작가는 사회참여적 예술을 지향하는 조각가이자 평화비 작가로 정의기억연대 이사직을 맡고 있다.
#상표권 신청 ‘방어 차원’
‘평화의 소녀상’ 제작자 김운성, 김서경 작가 부부. 사진=최희주 기자
김 작가는 “소녀상 비즈니스 논란 보도는 악의적이다. 현재 소녀상이 세워진 어느 곳에도 우리가 먼저 세워주겠다고 제안한 적이 없다. 제안이 들어와서 작업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백시나 서초구 소재 학교에 작품 폐기를 요구한 것은 예술가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함이다. ‘(소녀상이) 너무 비슷하니 다르게 만들어 주시라’고 부탁했고 학교 관계자도 잘못을 인정하고 직접 사과했다. 소녀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작가 측은 2016년 6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상표 출원을 신청했다 두 차례 거절당했다. 특허청은 “소녀상은 특정인이 만든 동상이 아닌 역사적 인식 확립을 위한 예술 조형물이므로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다”는 이유로 상표권 등록을 거절했다. 같은 해 10월 김 작가 측이 재심사를 요청했으나 특허청은 기각했다.
김운성 작가는 상표 출원을 하려한 것은 맞다고 했다. 그는 “2016년 2월에 ‘작은 소녀상’ 제작 운동을 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을 받았는데 그때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김서경 작가는 기자회견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소녀상 철거‘이야기가 나왔고 저항의 의미로 ’작은 소녀상‘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알리자는 취지로 2016년 2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인 총 수익금 2억 6600만 원 가운데 제작비를 제외한 1억 2000만 원을 정의연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기부금은 정의연 공시에서 누락돼 현재 검찰이 회계 자료를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소녀상에 대한 독점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상표 등록을 시도한 것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운성 작가는 “상표권과 저작권은 좀 다르다. 저작권은 창작자라면 누구나 자동으로 주어지는 권리다. 그런데 상표권은 그렇지 않다. 소녀상은 친일파나 우익 세력 등에 의해 폄훼되는 일이 많았다. 소녀상이 그렇게 악용될까봐, 그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상표권 등록을)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작가는 특허청이 일본과의 외교적 문제를 우려하여 상표 출원을 불허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거절의 진짜 이유가 공익적 목적(소녀상을 개인에게 독점시킬 수 없어서)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우리가 소녀상을 외국에 보내려고 할 때마다 ‘외교적 문제가 생겨서 안 된다’는 제약을 많이 받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 외교부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 논란에는 “공개 토론 원해”
한편 소녀상 가격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황정수 미술평론가는 최근 자신의 SNS에 ‘평화의 소녀상’을 ‘무엇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을 정리해 올렸다. 소녀상을 조각으로 본다면 100점 가까이 제작된 작품인데, 이 경우 100점 이상 대량 생산된 조각품의 가격을 동일하게 받는 것이 적절하냐는 물음이다.
황 평론가는 “이제 미술계에는 그동안 언급이 금기시됐던 ‘평화의 소녀상’이라 불리는 조형물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며 “보통 조각에서는 브론즈 작품을 뜰 때 5점 내외를 만들고 가격을 책정한다. 그런데 10개 이상 만들면 그 가치가 상실되기 때문에 ‘조각’이라 하지 않고 ‘멀티플’이라 하여 가격이 대폭 싸진다. ‘평화의 소녀상’이 혹 100개 이상 만들어졌다면 원래 가격으로 동등하게 받은 작가에게 도의적 책임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현재 소녀상은 형태와 무관하게 한 작품당 3300만 원으로 국내 78점, 국외 12점이 세워져 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소녀상과 일반 예술품은 제작 목적과 의도가 다르다. 일반 예술품이야 그 숫자가 적을수록 가치가 올라가니 많이 찍어 낼수록 가격이 내려간다. 그런데 소녀상은 많이 세워질수록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희소성이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일반적인 미술시장의 논리로 봐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황 평론가님과 공개 토론을 하고 싶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