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권 배포·신작 인기로 관객수 회복세…고정비 감축 등 노력에도 실적 개선 시간 더 필요
코로나19로 상반기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영화관 사업자들이 올 하반기에 신작을 연이어 출시하고 해외 극장 문을 다시 열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향후 전망이 평탄치만은 않다. 사진=박정훈 기자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을 살리기 위해서 8월 14일부터 6000원의 할인권(주당 1인 2매)을 176만 명에게 배포한다. 할인권은 멀티플렉스뿐만 아니라 독립·예술영화전용관, 개별 단관 극장 등을 포함한 전국 487개의 극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지난 6월 130만 장의 할인권을 제공한 데 이어서 두 번째다. 특히 8월 17일 임시공휴일과 겹치면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1차 할인권 배포 당시, 관객 수 증가 효과가 증명됐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6월 관객수는 386만 명으로 152만 명을 기록한 5월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개봉이 취소·연기되며 타격을 받은 영화관은 최근 신작들을 줄줄이 개봉하며 활력을 찾고 있다. 6월 개봉한 ‘#살아있다’는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격상한 2월 이후 첫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됐다. 총 관객수는 190만 명을 기록했다. 7월엔 ‘반도’와 ‘강철비2: 정상회담’ 등이 관객들을 끌어모았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월 관객 수는 561만 명을 기록했다. 8월 13일 기준 반도와 강철비의 관객수는 각각 372만, 161만 명으로 집계됐다.
8월에도 신작이 흥행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8월 5일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누적관객수는 5일 만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어 ‘오케이 마담’, ‘국제수사’, ‘테넷’ 등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연말까지 ‘뮬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원더 우먼 1984‘, ‘블랙 위도우’, ‘007 노 타임 투 다이‘, ‘승리호’, ‘서복‘ 등이 개봉할 예정이다.
CJ CGV는 코로나19 타격을 상쇄하고자 임차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30% 이상 개선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도 임차료와 인건비 절감으로 2분기 판매관리비를 전기 대비 100억 원 이상 줄였다. 비대면 서비스 혁신도 함께 진행했다. 지난 4월 롯데컬처웍스는 스마트 키오스크로 영화 예매와 매점 상품 구매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언택트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OCR(광학문자인식) 기능을 적용해 신분증 확인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하도록 했다. 메가박스 역시 지난 4월 모바일 앱을 통해 팝콘과 음료 등의 매점 메뉴를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오더’를 3개 지점에서 시행한 데 이어 현재 전 직영점으로 확대 도입했다.
배우 정우성, 유연석, 곽도원과 양우석 감독이 지난 7월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언론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문을 닫았던 CJ CGV의 해외 극장들도 연달아 재개장하고 있다. 지난 5월 8일 가장 먼저 영업을 재개한 베트남은 전체 극장 84개 중 70개가 문을 열었다. 지난 7월 영화 ‘반도’가 베트남에 개봉해 전년 대비 50%까지 관객수를 회복했다. 중국은 7월 20일부터 총 139개 중 104개 극장이 문을 열고 관객을 맞기 시작했다.
영화관 업계에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지만 상반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전체 실적은 크게 후퇴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영화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관객 수와 매출액 모두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CGV는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손실 130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16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91.37% 감소했다. 순손실은 1479억 원에 달했다. 롯데컬처웍스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2% 감소했다. 영업적자는 506억 원으로 1분기 344억 원보다 확대됐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 8월 11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영화관 사업자들의 신용도 적정성을 하반기에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 CGV와 롯데컬처웍스의 장기신용등급은 각각 A, A+이다. 등급 전망은 두 곳 모두 ‘부정적’이다. 메가박스는 이미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는 메가박스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조정하고 향후 전망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최경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CJ CGV와 롯데컬처웍스는 상반기 기준 지표들이 등급 하향조정 검토요인을 충족했다”며 “실적 부진으로 인한 당기순손실과 외부차입 증가 등을 고려해볼 때 하반기도 등급 하방압력이 커질 전망이라 올 하반기 중 신용도 적정성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