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허락은 했지만, 결과물 반포까진 허락 안 했다”…1억 중 2000만 원 배상 판결
개그우먼 출신 배우 곽현화가 ‘전망 좋은 집’의 무삭제·감독판 추가 노출 신 공개를 두고 이수성 감독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사진=MBC 에브리원 제공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은 곽현화가 이수성을 상대로 제기한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 씨는 곽 씨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곽현화가 “노출 장면으로 인해 온라인 수학 강의 계약이 해지,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곽현화는 2012년 4월 이수성과 영화 ‘전망 좋은 집’ 출연 계약을 맺으며 “노출 장면은 감독과 배우가 사전에 충분한 합의 하에 진행함을 원칙으로 하고, 촬영 중 사전에 합의한 내용 이외의 요구는 배우가 거부할 수 있다”는 합의에 따라 촬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상반신 노출 장면이 추가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5월 영화 촬영 중 이수성은 “극의 흐름상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곽현화를 설득했다. 일단 촬영 후 편집 과정에서 보고 최종본에선 노출 장면을 제외할 것인지를 결정하자는 감독의 말에 곽현화는 결국 해당 장면을 촬영했다.
그러나 촬영 후 곽현화가 노출 장면 공개를 거부했고, 이에 이수성은 해당 장면을 삭제해 영화를 개봉했다.
민사소송에 앞서 곽현화는 이수성 감독을 상대로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나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사진=‘전망 좋은 집’ 포스터
이 사실을 알게 된 곽현화는 이수성을 2014년 4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영화는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되는데 곽 씨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삭제해 배포하지 않겠다는 구두 약정만 믿고 촬영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계약서 상 모든 지적 재산권의 유일하고 독점적인 관리자가 이 씨로 명시돼 있으므로 의견을 묻지 않고 노출 장면이 있는 영화를 배포했다고 해도 계약서 상 편집, 배포 권한이 모두 이 감독에게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수성은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곽현화는 형사고소와 별개로 이수성이 동의 없이 노출 장면을 반포해 인격권을 침해한 사안 등을 바탕으로 2017년 4월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곽 씨가 노출 장면 촬영 당시 촬영 결과물에 대한 반포 등 사용까지 동의하거나 허락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씨가 곽 씨의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노출 장면이 포함된 무삭제 판을 반포함으로써 곽 씨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곽 씨가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임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되고, 이 씨가 속칭 노출 화보를 찍거나 노출 연기를 한 이력이 있는 연예인이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곽현화는 이날 트위터에 “승소했습니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