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수뇌부-코칭스태프 간 ‘불협화음’ 드러내…2021시즌 상무·아이파크 등 ‘더 큰 도전’ 직면
대전하나시티즌은 지난 1월 성대한 창단식으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왼쪽부터 강철 코치, 황선홍 감독,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1년 농사를 마친 후 가장 아쉬움이 남는 팀 중 하나는 대전 하나시티즌이다. 2020시즌을 앞두고 시민구단으로 운영되던 대전은 하나금융그룹이 구단을 인수하며 기업구단으로 전환됐다. 전에 없던 투자가 이어졌고 많은 팬들의 기대가 쏠렸다. 하지만 이들이 받아든 성적은 K리그2 최종 4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였다.
시즌 전 K리그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대전의 기업구단 전환이었다. 10구단 체제로 운영되던 K리그는 2020년 22개 구단으로 몸집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기업구단 창단은 2014년 서울 이랜드 FC가 유일했다. 이들 이전의 기업구단 창단은 1995년 수원 삼성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전 하나시티즌의 창단 소식은 ‘양적 팽창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K리그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시작부터 화려했다. 구단은 시민구단 대전시티즌 법인을 ‘해체’하고 하나금융그룹 산하 재단이 운영하는 신생팀으로 ‘재창단’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1월 초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성대한 창단식도 열었다. 창단식에 참석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 하나금융지주 관계자, 허태정 대전광역시장, 황선홍 감독은 구단 슬로건인 ‘축구특별시 대전’을 언급했다.
40여 명이던 선수단을 절반 가까이 정리하며 보강에 돌입했다. 비록 2부리그에서 시작했지만 박용지, 이슬찬, 이웅희 등 검증된 선수 영입에 적극 나섰다. 특히 골키퍼 김동준 영입은 놀라웠다. 10억 원대 이적료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고 국가대표 자원으로 거론되는 골키퍼를 1부리그에서 2부리그로 내려 앉혔다.
외국인선수 영입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2017시즌과 2018시즌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호주 미드필더 채프만을 불러들였고 브라질 현지에서도 좋은 재능으로 평가받던 안드레 루이스를 영입했다. 전남과 재계약이 유력해 보였던 바이오마저 “루이스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는 뜻을 전할 정도였다. 바이오의 이적 과정에서는 전 소속팀 전남이 얼굴을 붉힐 정도로 극적인 이적이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대전의 선수 보강은 계속됐다. 미드필더 에디뉴를 추가하며 외국인 보유한도를 채웠고 1부리그 팀들도 영입을 열망하던 분데스리가 출신 수비수 서영재를 낚아챘다. 선수단 투자 금액은 K리그1에 버금갈 만큼 정상급 규모를 자랑했다.
대전은 독일 무대에서 국내 이적을 선언하며 많은 팀들의 관심을 받은 서영재를 안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화려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실제 리그에서 대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했다. 꾸준히 선두권 경쟁을 벌였지만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다. 브라질 공격수 안드레만 개막 5경기 연속골로 재능을 증명했다.
구단 내 ‘불협화음’도 감지됐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7월 승격 경쟁을 벌이던 수원 FC와 경기에서 패배한 이후 “오늘 승리를 위해 구단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다수 관계자가 ‘허정무 이사장을 향한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결국 지난 9월 8일 황선홍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구단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해 큰 기대를 받았지만 한 시즌을 채우지 못했다.
이후 구단의 행보도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황 감독의 공백을 ‘황선홍 사단’인 강철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메웠다. 강철 체제에서 1패를 안은 대전은 이색적인 발표를 했다. 청주대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던 조민국 감독을 전력강화실장으로 앉히는 동시에 감독대행으로도 선임한 것이다. 당시 3위로 승격에 대한 확신이 없었지만 또 다시 ‘대행 체제’를 선택했다. 이들이 선택한 조 감독은 대학·실업 무대에서 숱한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프로에서는 아직 성과가 없었다.
조민국 체제에서 경기력은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과는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10월 한때 3연패로 6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4위로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에 턱걸이로 들어설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태에서 정규리그 최종전을 맞이했다. 그러나 최종전에서도 대전은 경남을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다. 결국 0-1로 패배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4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서울 이랜드와 전남 드래곤즈가 무승부로 자멸하며 어부지리로 4위 자리를 지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어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분전했지만 1-1 무승부를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무승부 시 3위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했다.
창단 첫해 1부리그 승격을 노리던 대전의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일각에서는 ‘축구인 출신이 행정가로 나서며 현장(코칭스태프)과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정무 이사장이 선수 영입 과정 등에 관여하며 현장과 의견을 일치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정 소속사 선수들만 우대하는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허정무 이사장이 이끄는 대전은 같은 세대 축구인이 경영인으로 참여하는 구단과 비교대상이 됐다. 김호곤 단장의 수원 FC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K리그1 승격에 성공했고 조광래 대표의 대구 FC는 K리그1 상위권에 오르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불협화음’의 원인으로 허정무 이사장이 지목되기도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외적 문제로도 대전은 곤욕을 치렀다. 지난 6월 공격수 박인혁의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박인혁은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주장이었다. 시즌 말미 팀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확산 방지를 위해 경기 일정을 2주 뒤로 미뤄야 했다. 개막에 앞서서는 한 외국인 선수가 일탈 행위를 일삼았다는 목격담이 지역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창단 첫 시즌 승격에 실패한 대전은 더욱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K리그2가 2021시즌에는 더욱 혼전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보유한 상무가 김천으로 연고지를 옮기며 K리그2로 내려왔다. 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부산 아이파크는 기영옥 전 광주 단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부활을 노린다. 올 시즌 경쟁을 펼친 경남 FC, 서울 이랜드, 전남 드래곤즈의 존재도 부담스럽다.
대전이 올 시즌 내건 슬로건 ‘축구특별시’는 2003년 김은중·이관우 등의 맹활약으로 붙은 별칭이다. 앞서 대전은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고 구단 스폰서마저 후원을 중단했지만 대전시와 팀 구성원들이 의기투합하며 구단 역사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다. 순위는 10위에서 6위로 수직 상승했고 구단 역사에 남은 1경기 최다 관중(4만 3770명), 1시즌 최다 평균관중(1만 9082명) 기록은 모두 당시 세워졌다.
하지만 ‘축구특별시’를 다시 외친 대전은 성적과 흥행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뼈아픈 실패를 맛본 대전하나시티즌이 창단 2년차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