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살 돈 없어 주변인 소개해주고 약 받아 투약”…‘극단적 선택’ 남편에 진술과 다른 유서 강요 의혹도
2019년 마약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황하나 씨가 또 다시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다. 지난 7일 황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말 일요신문과 만난 ‘황하나 씨(33) 마약 투약 사건’의 제보자 가운데 한 명은 분통을 터뜨렸다. 2015~2018년 필로폰 투약, 향정신성약물 불법 복용 등 혐의가 모두 인정됐음에도 2019년 7월과 같은 해 11월 진행된 1심, 2심 모두 황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매매가 아닌 단순 투약인 점, 반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결 이유였다. 판결은 확정됐고 황 씨는 자유의 몸이 됐다.
그러나 2021년 현재 황 씨는 법원의 선처가 무색하게 다시 마약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사건은 더 심각하다. 황 씨의 마약 사건을 둘러싸고 함께 마약을 한 그의 남편과 마약 중간 공급책으로 알려진 지인 남성이 모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 2020년 10월 혼인신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진 남편 오 아무개 씨는 같은 해 12월 중순 사망했고, 지인 남 아무개 씨는 의식 불명의 중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만일 남 씨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이 사건에서 황 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 인물들이 모두 숨지는 셈.
황 씨를 둘러싼 마약 사건의 타임라인을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황 씨의 지인 남 씨가 2020년 12월 17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 남 씨는 황 씨 사건과 별개의 마약 사건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남 씨의 극단적 선택 시도 직전까지 그와 갈등을 빚고 있던 황 씨의 남편 오 씨도 같은 달 24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 끝내 사망했다. 당시 오 씨는 황 씨와 함께 2020년 9월부터 경찰의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사망 전 그는 지인들에게 “경찰서에 가서 황 씨에 대해 모두 밝히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남편 오 아무개 씨, 황 씨에게 마약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되는 지인 남 아무개 씨 모두 황 씨의 마약 사건 수사 기간 중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시기 황 씨는 활발하게 운영하던 자신의 SNS를 폐쇄한 채 잠적했다. 황 씨의 지인 A 씨는 “2019년 마약 사건 때 긴급체포 직전의 상황과 비슷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다 지워버리고 휴대전화도 버린 채 잠적했다”며 “다만 오 씨에 대해서는 자기가 직접 하든, 지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든 압박을 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 씨 사망 직전에도 ‘진술을 바꾸지 말라’는 식으로 강요하고, 지인들에게는 오 씨가 이전부터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을 팔아왔다고 음해하는 식이었다”고 귀띔했다.
남 씨의 소식을 알게 된 오 씨는 2020년 12월 22일 경찰에 출석해 이전까지의 진술을 번복했다. 자신이 황 씨에게 주사를 놓은 것이 아니라 황 씨가 스스로 마약을 투약했다고 밝힌 것이다. A 씨는 “당시 오 씨가 남 씨의 극단적 선택 시도 이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고, 다른 지인들이 오 씨에게 ‘너 이러다가 황하나 죄 다 뒤집어쓰고 큰일 날 수 있다’며 다그치기도 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진술을 하겠다고 마음을 바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오 씨가 진술 번복 이틀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것이다. 그의 유서에는 “(황)하나를 마약에 끌어들여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황 씨의 지인들은 “말도 안 되는 유서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 B 씨는 “황 씨가 마약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인데 오 씨가 끌어들였다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황 씨는 오 씨를 만나기 한참 전부터 이미 중독 상태였는데, 황 씨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낼 저런 유서를 오 씨가 남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황 씨가 오 씨의 사망 이후에 다른 지인들에게 연락해 “유서가 있었느냐” “유서에 뭐라고 적혀 있었느냐”며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 유서 내용에만 신경 썼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 씨의 진술 번복 직후 그에게 연락해 진술과 상반되는 유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남 씨가 국내 최대 마약 총책 ‘바티칸 킹덤’(텔레그램 아이디)으로부터 마약을 제공받아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하나 마약 사건’에 더욱 불이 붙기 시작했다. 남 씨는 바티칸 킹덤으로부터 마약을 구매한 뒤 이를 황 씨에게 넘긴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2020년 8월부터 경기도 수원과 서울 등 지역을 옮겨가며 함께 마약을 해 왔다.
바티칸 킹덤이 국내에 공급한 마약은 필리핀에 근거지를 둔 유명 마약상 ‘마약왕 전세계’(텔레그램 아이디)에게 받은 것이다. 즉 황 씨가 지인들과 함께 수시로 투약했던 마약이 ‘거물’ 마약 조직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 이런 가운데 황 씨가 단순 투약을 위해서만 마약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공급해 왔다는 폭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보자 C 씨는 “대중이 생각하는 것만큼 황 씨는 돈이 많지 않다. 약을 살 돈이 없어서 마약상에게 자기 주변인들을 소개하고, 그 소개비 명목으로 약을 받아서 투약했다”며 “약을 하려는 사람을 많이 소개할수록 자기에게 떨어지는 약도 많으니까 그런 식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약을 권하고 자기 몫을 받아 챙겼다. 지난 재판에서 그게 어떻게 단순 투약범으로만 판단됐는지 저희가 오히려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거물 마약 조직과의 연관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번 사건에서만큼은 황 씨의 이 같은 마약 공급 및 유통 혐의도 다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주장이다.
실형이 선고된다 하더라도 많아야 징역 2~3년형에 그쳤던 단순 투약에 비해 유통 혐의가 인정될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실제로 2019년에도 황 씨는 필로폰 판매책으로 알려진 전 클럽 버닝썬 MD 조 아무개 씨에게 필로폰을 받아 다른 여성 지인들에게 판매했다는 폭로에 직면한 바 있다. 지난 7일 마약 혐의로 두 번째 구속된 황 씨에게 이번에는 공급책으로서 혐의도 함께 인정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