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청원 나선 제보자들, 황하나 둘러싼 ‘박유천‧남양유업’에 대해서도 입 열었다
그러나 그가 풀려나는 순간부터 두려움에 떨던 이들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수사기관에 황 씨의 마약 투약 사실을 제보해 왔던 제보자들이다. 이들은 “황하나가 제보자들을 색출하고 있어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아 주장했다. 현재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신변 보호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로부터 황 씨를 둘러싼 사실과 의혹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하는 제보자들과의 일문일답.
제보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신변보호 청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왜 신변 보호 요청을 하게 됐나.
“황하나의 필로폰 투약 사건 수사 당시 형사님들이 황하나에게 혐의를 묻자 대답은 하지 않고 ‘그거 XXX가 얘기한 것 아니냐’ ‘OOO가 (제보자) 맞지 않냐’며 되물어 봤다더라. 혐의가 확실히 드러나서 조사를 받는 입장임에도 오히려 제보자들 신원부터 파악하고 나선 거다. 반성은커녕 제보자를 색출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고 불안했다. 그리고 수사기간에 반복된 황하나의 염색과 탈색, 왁싱을 보면서 ‘수사 정보가 새어나간 게 아닌가’ 라는 불안감이 들어서 언젠가 황하나에게 제보자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가운데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 했으니 저희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황하나 씨 측에게 수사 정보가 새어나갔다는 의심이 든 이유는.
“영장 기각 당시 이야기다. 이번에 드러난 황하나의 필로폰 투약 사건은 검찰이 세 번에 걸쳐 영장을 기각시켰다. 그런데 이 영장이 기각되는 시점 전후로 황하나가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염색하고, 왁싱을 한 사실을 알게 됐다. 사건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황하나는 이제까지 줄곧 검은 머리를 고수해 왔으며, 딱 한 번 염색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게 2015년 마약 수사 용의선상에 올랐을 때였다. 수사시기에 맞춰서 증거 인멸을 위해 염색과 헤어컷을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번 2019년 사건에서도 수사기관이 황하나에게 연락하기도 전에 황하나가 탈색을 두 번이나 했다. 저희로서는 어디선가 정보가 새고 있다고 판단했고 제보자들의 신변 위협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황 씨는 지난 7월 26일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황하나 씨는 단순 투약 혐의만이 인정돼 집유 판결을 받은 상태다.
“말도 안 되는 판결이다. 마약 공급으로 금전적 이득을 본 게 없다는 이유로 그런 것 같은데 황하나는 ‘적극적인 공급책’이다. 본인이 필로폰 판매책인 조 아무개 씨(버닝썬 MD, 마약 혐의로 현재 재판 중)에게 여자들을 소개해 주고, 그 대가로 필로폰을 받아내기도 했다. 약을 가지고 와서 주변 친구들에게 주사하는 법, 판매책에게 접근하는 법을 적극적으로 가르쳐 준 것도 황하나다. 이게 어떻게 단순 투약이 되나. 금전 거래만 없었다 뿐이지 손님을 소개해준 대가로 약을 받았는데 그건 왜 죄를 묻지 않나.”
–박유천과의 필로폰 투약도 황하나 씨가 먼저 권한 것인가.
“맞다. 중독 시킨 게 황하나로 알고 있다. 황하나와 박유천은 관계가 매우 좋지 않았고, 황하나가 박유천과 헤어진 뒤 복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인에게 ’복수하게 도와달라‘고도 했다. 아마 필로폰 사건도 박유천이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증거 외에 다른 것은 인멸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일단 그 사건 직전까지 황하나는 휴대전화를 두 개 가지고 있었는데 경찰 조사에서 제출한 것은 하나뿐이다. 다른 한 개의 행방은 모른다.”
–박유천에 대한 복수는 무엇 때문인가.
“사귈 때도 자주 싸우고, 헤어졌다가 다시 사귀길 반복했다. 황하나가 자신의 지인을 이용해 ‘박유천이 내 지인을 추행했다’며 당시 소속사였던 씨제스엔터테인먼트를 협박하거나 박유천의 나체 사진을 찍어 박유천 본인이나 가족들을 협박한 적도 있다. 당시에는 마음이 맞아서 함께 투약을 한 것이지만 나중에 박유천과 싸운 뒤 사이가 안 좋을 때 협박용으로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박유천은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1년의 1심 선고가 확정됐다. 사진=최준필 기자
–황하나 씨의 행각에 남양유업 등 재벌인 외가의 위력이 존재했다고 보나.
“일단 황하나가 그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인 건 맞다. 그러나 황하나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고 자신들과 관계가 없다는 남양유업 측 이야기는 말이 안 된다. 2018년 경 황하나가 한 여성과 명예훼손으로 싸운 적이 있는데 그 사건의 변호인을 외사촌언니의 예비 신랑이 알아봐 줬다고 들었다. 그리고 가족들 앞에서도 ’XX가 높은 분들이랑 친해서 내 사건을 다 알아 봐줬다‘라며 자신의 일을 해결하도록 도와준 것을 자랑하고 다녔다.”
–남양유업 측은 황하나 가족이 친척에 불과할 뿐 남양유업과 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황하나가 남양유업 외손녀라는 점을 부각시켜왔고, 지인들을 남양유업 3세들과 만나게 하기도 했다. 자기 외삼촌이 유명한 사람이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온다고 자랑하면서 지인들에게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전화를 바꿔주면서 자랑했다고 한다. 구속되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남양유업 계열에서 운영하는 외식업체에서 가족과 친척이 함께 식사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홍보하고, 자기 외가의 위세를 자랑했던 게 황하나다. 브랜드 이미지에 먹칠하는 조카가 자신들과 관계없다고 주장할 거라면 이런 것부터 막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황하나 씨가 항소한 현재 제보자들의 입장은.
“이 사건의 제보자들은 이번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황하나의 혐의와 관련한 모든 증거를 제출했다.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에 모두 부합하는 증거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로 처벌을 받을 수 있겠지, 초범도 아니니까 실형을 살겠지 라는 믿음을 가졌다. 그런데 집행유예라는 말도 안 되는 선고가 내려졌고,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게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경찰도, 검찰도 믿지 못하는데 법원조차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반성도 하지 않고 제보자들 색출에 나선 사람이 풀려난 게 저희로서는 너무 두렵다. 항소심에서는 명확하게 사건을 살펴서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기 바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