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은행의 금융지주사 배당은 제한 안해…금융지주사들 배당금 비은행 사업에 활용 전망
금융위가 금융권에 배당금을 축소하라고 권고한 가운데 금융지주사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금융위 제공
#금융위 금융권에 배당금 축소 권고
지난 2월 3일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금융산업발전·디지털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금융권 배당 축소 권고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권 국장은 “일반적인 상황이면 배당에 축소 권고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을 온전히 보존하고, 그 기능이 활성화되고 유지돼야 된다. 유럽중앙은행도 그랬고, 영국도 그랬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자본의 충실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유럽권 은행에 배당을 아예 지급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최근에서야 2019∼2020년 누적 이익의 15% 미만 수준에서 배당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2019년 유럽권 은행의 평균 배당성향이 63%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축소된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지난해 6월 정한 은행 배당 상한선(최근 4개 분기의 평균 순이익 이내)을 3월까지 유지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2금융권에 대한 배당제한 지침에도 입을 열었다. 권대영 국장은 “제2금융권도 코로나19라는 상황을 감안하고, 보험은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으니 최고경영자나 주주들이 잘 판단해 적정한 (배당)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예대업무를 하고 핵심적 인프라를 하는 은행과 지주 계열에만 (배당축소) 권고를 했고, 제2금융권은 지주계열에서 간접적으로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은행·카드·상호금융 등에는 특별히 권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1월 27일 금융위는 금융감독원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을 기초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 권고안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손실흡수능력을 유지·제고할 수 있도록 국내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의 배당(중간배당, 자사주매입 포함)을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도록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적용기간은 오는 6월 말까지다.
4대 금융지주사가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배당금 규모가 5~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순이익의 25%가 넘는 2조 8600억여 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우리금융(27%), KB금융(26%), 하나금융(26%), 신한금융(25%) 등의 순이었다. 배당성향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주주들에게 이익을 많이 나눠준다는 얘기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은행으로부터 가져오는 배당금을 제한하지 않아 금융위 권고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사진=임준선 기자
#배당금 축소 권고에 표정 관리하는 금융지주사
하지만 금융위 권고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금융지주사 소속 은행이 지주사에 배당하는 것은 이번 권고안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일부 은행의 자본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며 배당금 축소를 권고해놓고,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은행지주사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셈이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분 100%를 소유한 은행의 배당금을 전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B국민은행(30%), 신한은행(38%), 하나은행(44%), 우리은행(89%)은 금융지주사보다 훨씬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배당 규모는 전년보다 36.5% 늘어난 4조 원에 육박했다. 4대 금융지주사가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약 2조 8670억 원)보다 1조 원 이상을 상회한 셈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부문 수익 비중이 상당히 높다. 2019년 기준 금융지주사 은행 이익 비중은 우리(80.9%), 하나(78.1%), KB(69.2%), 신한(66%) 순으로 높았다. 은행 배당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배당금을 유보금으로 비축하거나 비은행 자회사들 지원, 인수합병(M&A)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의 계열사들이 이익만큼 배당을 나눠서 하지 않고, 은행이 과도하게 짐을 짊어지고 있다”며 “은행만 본다면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지주사는 은행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지주사 체제를 갖추기 위한 실탄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10월 우리금융지주는 아주캐피탈을 5700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8월 KB금융지주의 푸르덴셜생명 인수자금 충당을 위해 KB국민은행은 6000억 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최초의 중간배당이다. 지난해 2월 하나금융지주는 더케이손해보험을 770억 원에 인수했고, 2025년까지 그룹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을 3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오래전부터 주주환원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8년 기준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미국이 100% 수준을 상회하고, 호주, 대만도 60~70%에 달한다. 반면 국내 은행지주회사들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주환원율은 배당총액과 자사주 매입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낮은 주주환원율은 주식시장에서 한국 은행주들의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매년 삼성전자 다음으로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은행주들이 10년 전과 비교해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더 낮아진 이유를 여기서 찾는 분석도 있다.
올해 4대 금융지주사는 금융위 권고안을 핑계로 배당금을 축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배당금은 저금리·저성장 등으로 은행 수익이 둔화되는 가운데 비은행 사업의 이익을 확대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실제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사업 확대,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 플랫폼 경쟁력 강화 등을 강조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