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제외 과정은 예상 깨고 일사천리…김오수 유력 속 구본선 주목, 복수 제청 가능성도
이성윤 지검장이 제외되면서 김오수 전 차관이 가장 유력한 가운데, 구본선 광주고검장의 낙점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빠르면 30일 곧바로 총장 후보 한 명을 제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5월 초로 제청 시기를 미뤘다. 일각에서는 ‘이성윤 지검장 탈락’으로 한 명이 아닌 복수의 총장 후보를 제청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4월 29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두 차례의 표결을 거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사법연수원 20기)과 구본선 광주고검장(23기), 배성범 법무연수원장(23기),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24기)를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성윤, 추천위원들 지배적인 반대에 예상 밖 탈락
4월 29일 오전부터 시작된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추천위원 9명이 14명의 후보 가운데 각각 4명의 후보를 1차로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0표가 나왔거나 너무 적게 나온 후보, 1차에서 추린 후보 2명을 제외하고 2차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최종 4명을 추렸다. 예상 외로 이성윤 지검장은 2차 투표에서도 적은 표를 받아 최종 후보군에 들어가지 못했다.
박범계 장관은 추천위에 ‘검찰개혁 적임자를 잘 선정해 달라’는, 별 다른 의미가 내포되지 않은 의견을 이정수 검찰국장을 통해 전달했고, 이정수 검찰국장은 1차에서 추천하는 4명의 후보를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를 받고 싶다”며 검찰을 믿지 못하는 이성윤 지검장의 발언과 행보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이다. 추천위원 중 한 명인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회의에서 이런 의미를 담아 “검찰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검찰 수장의 자격을 회의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실제 이종엽 회장은 추천위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기 조직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에 기자들이 ‘이성윤 지검장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정치 편향성이 높은 분도 마찬가지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추천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 내부 신망을 받아야 하고 동시에 수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후문인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추천위는 생각보다 무난하게 이성윤 지검장을 제외한 4명의 후보를 추렸다. 한 추천위원 측 관계자는 “조남관 대검 차장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생각보다 쉽게 4명의 후보에 포함됐다”고 귀띔했다.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 내부 신망을 받아야 하고 동시에 수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후문인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추천위는 생각보다 무난하게 이성윤 지검장을 제외한 4명의 후보를 추렸다. 한 추천위원 측 관계자는 “조남관 대검 차장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생각보다 쉽게 4명의 후보에 포함됐다”고 귀띔했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추천위 위원장을 맡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역시 회의 후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천 과정이) 진행됐다”며 “분위기가 좋았다. 모든 분들이 다 만족하는 그런 회의 진행을 했다. 결과에 대해서도 모두가 만족해했고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큰 이견은 별로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성윤 제외에 김오수 유력? 박범계 고심
당초 이성윤 지검장과 김오수 전 차관이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던 상황에서 이성윤 지검장이 배제되면서, 박범계 장관이 4월 30일 오전 청와대에 한 명의 총장 후보를 제청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범계 장관은 심사숙고의 의사를 밝혔다. 그는 30일 검찰총장 후보자 제청 시기에 대해 “적어도 오늘은 아니”라며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내 폭발 직전이었던 ‘이성윤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차기 검찰총장은 무난한 임명절차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등장하는 대목이다.
실제 김오수 전 차관의 경우 금융감독원장 등 여러 중요한 자리를 제안 받을 만큼 여권의 신뢰가 높은 인물이지만, 검찰 내 여론을 다독이기에는 현직인 구본선 광주고검장이 적합하다는 하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사 흐름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이미 몇몇 후보들에 대해 여권 중진 국회의원 A가 아무개 후보를 밀고, 청와대 민정라인의 B는 또 다른 아무개 후보를 민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희망한다는 이성윤 지검장이 최종 후보에서 배제되면서 오히려 지금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성윤 지검장이 배제된 상황에서, 두 명의 후보가 제청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의 대검 관계자는 “총장 인선 과정에서 그동안 관례적으로 한 명의 총장 후보가 제청됐던 것은 맞지만, 꼭 한 명만 해야 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여권에서 여러 라인을 통해 추천이 전달되고 있을 텐데 대통령에게 두 명의 후보를 제청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라고 얘기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주말을 넘겨 후보자를 제청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데, 박 장관이 5월 초 후보자를 제청하면 문 대통령은 제청 다음날 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명 후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거치면 새 검찰총장은 5월 말쯤 임명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월 30일 오전 청와대에 한 명의 총장 후보를 제청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심사숙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30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적어도 오늘은 아니”라며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성윤 쓰임새는 어떻게?
총장 후보에서 배제된 이성윤 지검장.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여전히 중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대검찰청은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5월 10일 오후 2시 열기로 결정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과 대검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지검장을 기소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라, 수사심의위 의견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이 이 지검장을 기소하더라도, 신임 총장은 여권의 영향 하에 이 지검장을 중용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이다. 이 지검장이 계속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 정치권을 겨눈 중요한 수사들을 지휘하게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선 대검 관계자는 “검찰총장 자리는 일선의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자리라면, 서울중앙지검장이 오히려 예민한 사건들을 지휘하고 방향을 설정하기 더 좋다”며 “검찰총장을 제외한 자리 중 가장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는 단연 서울중앙지검장”이라고 설명했다.
혹은 이 지검장을 고검장으로 승진시켜 ‘차기’의 여지를 남겨둘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지만 고검장이 아니기 때문에, 신임 총장 인사 하에 대검 차장검사 등 고검장으로 승진해 중용하는 카드는 유효하다.
앞선 대검 관계자는 “총장이 되기 전에, 충성경쟁을 하고 충성서약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성윤 지검장에게는 동기인 구본선 고검장보다는 3기수 위인 김오수 전 차관이 총장이 되는 게 다음 스텝을 위해 유리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