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금지 계속되자 업소들 단골고객과 접대녀 개별적으로 연결시켜
호텔에서 남녀가 만난다. 이들은 성관계를 위해 만난 것이며 비용은 100만 원가량이다. 문제는 어떻게 돈을 주고받느냐다. 현금이 가장 쉬워 보인다. 현금에는 이름표가 없기 때문에 주고받는 순간만 포착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단속 당했을 때 경찰이 여성에게 왜 현금을 100만 원씩이나 갖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물어볼 수 있다. 미리 계좌이체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돈의 흐름이 흔적으로 남는다. 가장 위험한 방법이다.
그래서 브로커가 등장한다. 성매수 남성은 브로커에게 돈을 입금하고 브로커가 일정 수수료를 떼고 성매매 여성에게 입금해주는 방법이다. 그래도 위험하다. 브로커가 체포되면 관련 계좌내역이 모두 드러날 수 있다. 한 명의 브로커가 몇 년 사이에 두 번이나 체포돼 연이은 연예인 성매매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상황도 이런 위험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요즘 브로커들은 직원이나 지인 등 몇 명의 계좌를 활용해 자금 흐름을 복잡하게 만든다. 성매수 남성이 입금한 돈이 브로커의 계좌에 들어오기까지 몇 단계를 거치고, 다시 몇 단계를 거쳐 성매매 여성에게 입금되는 구조다. 일이 복잡해지고 단계마다 소정의 수수료도 줘야 하지만 안전하다.
요즘 이런 방식의 ‘묻지마 2차(성매매)’가 유행하고 있다. 성매수 남성과 성매매 여성이 시간과 장소만 정해서 만난 뒤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성관계를 갖는다. 단속에 걸려도 이들은 우연한 계기로 인연을 맺어 '원나잇스탠드'를 즐긴 것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현금 등의 성관계 대가를 찾아내지 못하면 문제될 게 없다. 금전 등 대가가 오가지 않은 성관계는 사생활일 뿐, 수사기관이 관여할 영역이 아니다.
이런 묻지마 성매매를 주도하는 이들이 유흥업계 관계자들이라고 한다. 유흥업소가 집합금지 명령으로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소 관리자들이 단골 고객들과 접대여성을 개별적으로 연결시켜 주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평소 알고 지내던 유흥업계 관계자에게 이런 제안을 받았다는 한 50대 사업가는 “지난 연말 갑자기 접대할 일이 생겨 혹시 단골 룸살롱 (영업)상무한테 가게 문을 열었냐(불법 영업을 하는지)고 물었더니 단속이 심해 문을 못 열고 있다고 말하면서 ‘묻지마 2차’ 제안을 받았지만 당장은 대화를 나눌 술자리가 더 절실했던 터라 신경도 안 썼다”라며 “얼마 전에 그 상무하고 통화를 했는데 요즘엔 수요가 너무 많아 ‘묻지마 2차’도 쉽지 않다더라. 지난해 연말에는 50만 원 수준이었는데 요즘에는 100만 원을 줘야 쩜오 수준 이상의 여성이 가능하고 50만 원이면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라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요즘 유흥업계는 고사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들도 있지만 문을 닫은 업소들도 많다. 때문에 보도방 주도로 호프집이나 일반음식점 등에서 접대 술자리를 갖고 밤 10시 즈음 2차를 가는 형태의 변종 유흥업이 급증했고, 단골 손님들이 불법 영업을 하는 노래주점이나 가라오케 등으로 옮겨 간 케이스도 많다. 역삼동 소재의 한 룸살롱 관계자는 “불법 영업을 하려고도 생각해 봤는데 접대여성을 수급할 수가 없어 그런 생각을 접었다. 대부분 묻지마 2차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보도방에 연락을 해도 (접대여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집합금지 명령이 해제돼도 그 여파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하는 유흥업계 관계자도 있었다. 강남 지역에서 룸살롱 여러 개를 운영하다 지금은 쉬고 있는 한 관계자는 “유흥업계는 기본적으로 술장사인데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며 여자장사로 변질됐다”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끝난 뒤에도 이런 변화의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 경험으로 한 번 바뀐 유흥업계 트렌드는 회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거듭된 집합금지 명령이 방역에는 효과적이었을 거다. 밀폐된 공간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부비고 그러는 룸살롱이 위험한 건 사실”이라며 “건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의 선은 지키고 있던 유흥업소들이 이렇게 다 무너지면 코로나19가 끝난 뒤 서울의 밤 문화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퇴폐적으로 변할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을 덧붙였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