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부실수사·한명숙 사건 수사방해 등 입건…‘기소 불발 땐 정치인 윤석열 벌크업’ 공수처 시험대
이 소식이 알려진 6월 10일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6월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1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 윤 전 총장이 35.1%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지지율을 경신한 날이기도 하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세행 고발건 중 2개 '픽'
사세행이 옵티머스 게이트 관련 부실수사가 있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김유철 원주지청장, 이두봉 인천지검장 등을 공수처에 고발한 것은 지난 2월 8일이다. 사세행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이던 김유철 지청장이 계좌 추적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되며 수사 실무를 총괄했던 당시 1차장 검사이던 이두봉 지검장에게는 직무유기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서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며 “자신의 직속 부하인 이두봉과 김유철에게 수사를 부실·축소하여 진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은 이미 지난해 10월 불거졌다. 당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전 총장은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수사 의뢰 사건에 대한 무혐의 처분은 부장 전결 사안이라 보고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다른 사건은 역시 사세행이 3월 4일 윤 전 총장과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을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기소를 방해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사건이다.
당시 사세행은 ‘한명숙 사건’ 담당 검사 2명을 즉각 수사하라며 모해위증 교사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으며 윤석열 전 총장과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검사는 관련 수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3월 7일 ‘한명숙 사건’ 담당 검사 2명의 모해위증 교사 등 혐의 사건은 대검으로 이첩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의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은 분리해서 공수처에 그대로 뒀다가 이번에 입건하며 직접 수사에 돌입했다.
#추미애의 법무부 '무혐의' 처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총장의 갈등이 본격화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사세행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윤 전 총장을 고발한 사건은 이외에도 많다. 당시 사세행과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등의 시민단체들이 대립하며 각종 고발을 쏟아내는 고발전을 이어갔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이 두 사건을 입건해 수사를 시작한 계기는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 직접 고발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공수처가 이 두 사건으로 윤 전 총장을 기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여권과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이 두 사건이 핵심 의혹이기도 했다. 지난 2월 유튜브 '정치일학'이 공수처 1호 사건을 두고 1만 2000여 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옵티머스 부실수사 및 직무유기’가 4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공수처 1호 수사가 유력한 것으로 보이던 이 사건은 결국 공수처 7호 사건이 됐다.
문제는 공수처가 수사를 시작한 두 사건 모두 어느 정도 윤 전 총장에게 혐의 없음이 이미 드러난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윤석열 전 총장의 징계를 추진하던 당시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도 징계청구 이유에 포함됐었다. 하지만 윤 총장에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이 부분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은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사유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보다 두 달여 앞선 10월 추 전 장관은 당시 수사팀이 인수자금 계좌추적 등 기초적인 조사를 거치지 않고 수사 대상과 범위를 대폭 축소해 수사를 진행해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며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그만큼 당시 이 부분이 상당한 논란이 됐었다.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윤 전 총장은 “부장 전결 사안이라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정감사 직후 수사가 진행됐을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으로 전결권자였던 김유철 원주지청장이 검찰 내부망에 장문의 글을 올려 부실수사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김유철 지청장의 글을 통해 부실수사 의혹이 상당 부분 해명됐고, 윤 전 총장이 보고 받을 사안이 아니었다는 점도 밝혀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가 두 달 뒤인 12월 윤 전 총장의 징계를 추진할 당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은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사유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수처를 향한 법조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검의 한 검사는 “공수처가 조희연 때부터 여야 핑퐁식으로 걸러 가며 사건번호를 부여하는데 수사할 여력도 안 되면서 존재감만 과시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미 검찰이 판단한 사건을 공수처가 가지고 간다면 ‘기소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무혐의로 끝나면 무능력함만 보여주는 게 된다”면서 “이번 수사는 기존 검찰의 결정을 뛰어넘는 결과를 내놔야 하기 때문에 윤석열이라는 검사 1명만 아니라 검찰 전체를 상대로 싸워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만약 공수처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올 경우 윤 전 총장은 정치인이자 대선후보로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된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더 띄워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 기소가 이뤄질 경우에는 공수처가 유력 대선주자를 정치적으로 탄압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도 “윤 전 총장이 아닌 공수처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고 평했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김진욱 공수처장은 관훈토론 등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사건과 같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할 것”이라고 피력해 왔다. 그렇지만 이번에 윤 전 총장을 입건하면서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스스로 야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