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허가 없이 학교 형태로 학원 운영해 거액의 학원비 받아
14일 대법원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초·중등교육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대안학교 운영자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서울시교육청의 인가를 받지 않은 채 지난 2018년 7월부터 강남구에 미국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시설을 설립하고 학생들을 모집하는 등 사실상 미인가 대안학교를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강사진을 고용한 뒤 학생 110여 명을 모집해 학기당 수업료 1200만 원을 받고, 12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에게 미국 ETS의 AP시험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67조 2항 1호는 ‘학교설립인가 등을 받지 않고 학교 명칭을 사용하거나 학생을 모집해 시설을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 측은 “해당 시설은 기존 교육 시스템을 보완하는 역할로 국내 초·중등교육제도의 실효성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며 “프로그램 참가자 측에도 ‘커리큘럼을 이수해도 중·고등학교 졸업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명백히 설명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학생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학생 및 학부모에게 해당 시설에 다닌다고 국내 고등학교 졸업 자격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과 함께 당사자들에게 이를 확인하고 이해했다는 서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관련 처벌 규정 취지는 ‘국민의 교육에 관한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의 안정성 및 적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참가자에게 졸업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설명했고 참가자 측으로부터 이를 확인 및 이해했다는 서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교육감의 인가를 받지 않고 학생을 모집해 시설을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한 이상 범죄의 성립엔 영향이 없다”고 판시했다.
A 씨가 항소했으나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세무서에 신고된 피고인의 사업등록증상 종목이 ‘대안학교’로 기재됐고 학년별 교육과정에 따른 교습을 학기제로 진행했다”며 “커리큘럼엔 영어와 수학, 사회, 과학, 제2외국어 등이 포함돼 있었고 일과 후엔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또 “인가제는 국가가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충실히 구현하기 위한 것이며 대안교육을 학교 형태로 운영할 때 생기는 여러 사회적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교형태를 취한 대안 교육의 자유를 제한받게 되더라도 이는 중요한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익의 제한”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은 초·중등교육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 등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