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8인모임·자정영업 허용…델타 변이 바이러스 위협 속 전문가들 ‘시기상조’ 경고
6월 확진자 추이를 바탕으로 7월 1일에 예상되는 단계는 서울과 수도권은 2단계지만 상당수의 지자체는 1단계다. 1단계 기준인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수 1명 미만’으로 환산하면 기준점은 서울 97명, 경기도 132명, 인천광역시 30명 미만이다. 6월 22일 0시 기준으로 보면 전국 395명, 서울 132명, 경기 92명, 인천 18명으로 경기도와 인천은 1단계 기준을 총족시켰지만 서울은 2단계다. 수도권 전체는 242명으로 1단계에 해당된다.
하루 뒤인 23일에는 일일확진자가 250명 넘게 급증해 전국 645명으로 서울 228명, 경기 180명, 인천 26명 등 수도권 전체는 434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으로 보면 전국적으로 2단계에 해당되는 수치이며 수도권은 3단계에 근접한다. 서울은 3단계(195명 이상)에 해당되는 수치다.
#‘낙관론’ 찬바람 불 즈음 새벽까지 달린다
1단계는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지고 사적모임도 인원 제한이 없다. 집회는 500인 이상만 금지되고 500인 이상의 행사는 지자체에 사전 신고하면 가능하다. 종교시설은 전체 수용인원의 50%가 허용되고 모임과 식사, 숙박 등도 자제 단계로 금지는 아니다.
2단계가 되면 다소 엄격해진다. 사적모임 인원이 8명까지 가능하고 100인 이상 집회가 금지된다.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식당 카페 등은 자정까지로 영업시간이 제한된다. 3단계가 되면 사적모임은 4명 이하로 제한되고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식당 카페 목욕장업 등의 다중이용시설은 밤 10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4단계에서는 모든 다중이용시설이 밤 10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고 클럽과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은 집합금지 된다.
7월 1일 기준 수도권이 2단계에 해당될 경우 사적모임이 8명까지 허용되며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식당 카페 등의 다중이용시설도 자정까지로 영업시간이 늘어난다. 다만 7월부터 2주간 수도권은 6명까지로 사적모임 인원을 제한한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확진자 추이가 서서히 감소하고 있는 만큼 조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될 수도 있다. 무더위가 끝나고 찬바람이 불 즈음에는 백신 1차 접종률이 50%를 넘기고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대부분의 사회활동이 사실상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이 경제 위기를 모면하는 등 사회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도 서서히 출구가 보이기 시작하는 셈이다.
#비관론 ‘델타 변이 확산 땐…’
다만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터라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백신 1차 접종률이 60%를 넘고 2차 접종률도 60%에 육박하는 이스라엘은 학교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세를 보여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비접종 입국자 자가격리 등 방역 조치 재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성인 인구 80%가 백신 1차 접종을 끝냈고 2차 접종까지 마친 비율도 60%에 가까운 영국 역시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위기를 겪고 있다. 6월 초 3000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던 영국은 최근 2주 동안 급증해 다시 일일 확진자가 1만 명을 넘기고 있다. 반면 아직 대한민국은 1차 접종률이 30%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위험하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일 전국 확진자 수가 900명을 넘고 수도권에서도 450명을 넘기는 상황이 와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2단계다. 6월 말 상황보다 훨씬 심각한, 2020년 연말과 유사한 위기 상황이지만 사적모임은 8명까지 가능하고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식당 카페 등의 다중이용시설도 자정까지 영업이 가능하다. 학교 역시 전면 등교가 이어진다. 전국 1000명, 수도권 500명을 넘는 상황이 돼야 3단계가 돼 사적모임은 4명 이하, 다중이용시설은 밤 10시까지 영업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그런데 이 정도의 조치는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인 6월말 시점 수준에 불과하다. 만약 국내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해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이 올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또 개편해야 할 수도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이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빠르지 않느냐라는 지적을 저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가 하고 있다”며 “백신접종이 30%가량인 상황에서 방역이 완화되면 사회적 이동량이나 사람들의 접촉빈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런 과정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전파력이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지역 사회에서 유행되면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아직 국내에서는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유입되기는 했다. 2020년 12월 이후 국내에서 확인된 주요 변이 바이러스는 모두 2225건이다. 영국발 알파 변이 바이러스가 1886건으로 가장 많고,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190건이다. 해외에서 델타 변이가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는 까닭에 초기에는 해외 유입 확진자 위주로 발견됐지만 차츰 국내에서도 전파되기 시작했다. 최근 1주일 사이 발생한 국내 델타 변이 감염자 35명 가운데 국내 감염 사례는 19명으로 해외 유입 사례 16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이스라엘이나 영국처럼 델타 변이 확진자가 국내에서도 급증할 위험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6월 23일에는 대전시 유성구 용산동의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확진자는 모두 47명(세종 3명 포함)이나 된다. 교회 내 집단감염 출발점으로 보이는 유치부 교사 가족 8명을 포함하면 총 55명이다. 유치부 교사의 남편이 우크라이나에서 입국해 자가격리 중이었는데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부인인 유치부 교사와 자녀 6명, 모친 등 가족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유치부 교사와 접촉한 교인들을 통해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역 당국은 이들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체 보건안전연구원 검사에서 변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이 돼 질병청에 정식으로 의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