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부 “이미 리더십 붕괴 신뢰 바닥”…국민의힘 ‘사임은 불리’ 공세 수위 조절
#의외로 덤덤한 법원 분위기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은 공관 만찬 논란으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거듭된 단독보도를 통해 조선일보가 주도하고 있는 공관 만찬 논란은 2018년 초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에서 열린 한진 법무팀 참석 만찬에서 비롯됐다. 이 시기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소위 ‘땅콩회항’ 사건으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직후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며느리인 강 아무개 변호사는 2015년부터 한진 법무팀에서 근무해왔고 2018년부터 1년 반 정도 대법원장 공관에서 시부모인 김명수 대법원장 부부와 함께 살았다.
당시 대법원장 공관은 며느리 강 씨의 주거지이기도 했던 만큼 회사 동료들을 집으로 초청해 저녁을 함께한 정도로 축소해서 볼 여지도 있다. 그렇지만 논란은 계속 확대됐다. 당시 공관 만찬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부인이 참석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만찬이 대법원장 공관의 공식 만찬장에서 열렸으며 전속 요리사가 만든 스페인 요리가 만찬 메뉴로 제공됐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판사인 아들과 한진 법무팀 소속 며느리가 시부모인 김명수 대법원장 집에서 함께 지낼 당시 이미 강남의 한 아파트에 당첨됐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관사 테크' 논란까지 불거졌다. 아들 부부는 해당 아파트로 20억 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내용까지 보도됐다.
그럼에도 법원 내 분위기는 잠잠하다. 공관 만찬 논란을 대단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은 분명 아니다. 이미 3년 전 일이고 법적으로 문제 삼기에 어려운 사안이긴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직후라는 점 때문에 법원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분위기가 덤덤한 까닭은 이미 김명수 대법관이 법원 내부에서 신뢰를 크게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이번 공관 만찬 논란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김명수가 김명수 했다’ 정도의 반응을 보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리더십 붕괴는 물론 신뢰도도 땅에 떨어져
그만큼 법원 내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는 수준을 지나쳐 이미 붕괴 수준이라고 말하는 법원 관계자들도 있다. 신뢰도까지 땅에 떨어졌다. 결정적인 계기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헌정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과정에서 녹취록이 공개돼 김명수 대법원장이 ‘거짓말쟁이’로 내몰리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거듭 사표를 냈지만 김 대법원장이 국회 탄핵 추진 관련 발언을 하며 사표를 반려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당시 김 대법원장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임 전 부장판사가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국회가)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한다” 등 정치권의 움직임을 염두에 둔 김 대법원장의 발언들이 담겨 있었다.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법조계가 발칵 뒤집혔다.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취임 초기부터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어졌지만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 과정을 거치며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사법부의 수장인데 법원 내부에서조차 거짓말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가고 있다. 이번 공관 만찬 논란에 법원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까닭 역시 이미 충격을 받을 만큼 받아 더 놀라고 분노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리백서까지 발간했지만 수위 조절하는 국민의힘
6월 15일 국민의힘 ‘김명수 대법원장 비리 백서 발간 추진위원회’는 ‘법치의 몰락, 김명수 대법원장 1352일 간의 기록’, 이른바 비리 백서를 발간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비리 백서를 통해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물론이고 임명 배경이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 장악’이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의 공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이준석 당대표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를 지켜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이준석 현상’이 김 대법원장의 임기를 지켜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2023년 9월까지다. 그런데 만약 지금 시점에서 김 대법원장이 사임해 문재인 정부에서 새로운 대법원장을 임명하게 되면 임기가 2027년까지다. 2022년에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 임기가 2027년 5월까지임을 감안하면 그 다음 대법원장은 차차기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차기 대통령이 임기 내내 문 대통령이 임명한 진보 색채의 대법원장과 동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의 강도를 높여 강력하게 사임을 촉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이준석 현상’으로 인해 당 지지도가 오른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임은 그리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