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20 프랑스 선수들 내분 16강 충격 탈락…덴마크 ‘에릭센 건강 악재’ 후 똘똘 뭉쳐 4강 대업
#스위스에 진 프랑스 '최대 이변'
프랑스는 이번 유로 2020 최대 우승 후보로 꼽혔다. 피파(FIFA)랭킹 2위에 올라 있으며 지난 유로 2016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당시 멤버가 대거 남아 있었고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세계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카림 벤제마까지 합류했다.
실제 대회가 시작되자 프랑스는 강력한 모습을 자랑했다. '최악의 죽음의 조'로 불리는 F조에 독일, 포르투갈, 헝가리와 함께 편성됐지만 단 1경기도 패하지 않으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독일을 상대로 비록 단 한 골로 1-0 승리에 그쳤지만 수차례 상대 골문을 위협하며 경기를 압도했다.
우승 후보로서 위용은 그러나 16강에 무너졌다. 16강 상대는 A조에서 간신히 조별리그를 통과한 스위스였다. 프랑스는 경기 초반 스위스에 의외의 일격을 맞으며 끌려갔다. 페널티킥까지 내주며 위기에 몰렸지만 위고 요리스(토트넘 홋스퍼) 골키퍼의 선방이 나왔고 프랑스는 이내 경기를 뒤집어냈다. 후반 30분 3-1로 앞서는 추가골까지 터졌고 추가골의 주인공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승리를 확신한 듯 춤판을 벌였다.
하지만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스위스의 연속골이 나왔다.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 끝에 스위스가 승리, 프랑스는 8강 진출조차 실패했다.
토너먼트 탈락 후 프랑스 팀 내분 소식이 속속 흘러나왔다. 선수 사이 갈등으로 팀이 뭉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프랑스는 대회에 앞서 평가전을 치르며 올리비에 지루(첼시)가 킬리앙 음바페(파리생제르망)에게 불만을 드러냈다고 전해졌다. 이에 더해 대회 중에도 아드리앙 라비오(유벤투스)가 포그바에게, 라파엘 바란(레알 마드리드)이 벤자민 파바르(바이에른 뮌헨)에게 수비에 대한 불만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어린 공격수 음바페는 팀 내 중심적 역할을 맡는 앙투안 그리즈만(바르셀로나)을 질투한다는 소문도 이어졌다.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빅클럽에서도 각각 슈퍼스타로 활약하던 이들은 대표팀에서 뭉치지 못했다.
스위스에 패배하는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선수단 가족들 사이에서도 다툼이 벌어졌다는 증언이 이어지며 프랑스는 '콩가루 집안'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다. 라비오의 어머니가 포그바의 가족에게 수비 가담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고 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디디에 데샹 감독의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는 2012년부터 프랑스 지휘봉을 잡아온 장수 감독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계약을 맺은 상태지만 내분 소식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경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이너마이트 면모 발휘한 덴마크
대회를 16강에서 마친 프랑스와 달리 덴마크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덴마크는 피파랭킹 10위, 유럽 내에서는 7위에 해당하는 국가다. 하지만 실제 전력은 그들보다 순위가 낮은 독일, 크로아티아, 네덜란드 등의 팀보다 낮게 평가를 받았다. 큰 주목을 받는 스타플레이어가 없었기에 대회에서 '다크호스' 정도로 점쳐졌다.
하지만 덴마크의 활약은 대단했다. 조별리그를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16강, 8강에서 연이어 상대를 격파하며 4강에 도달했다. 대표팀의 애칭 '다이너마이트'로서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4강에서도 선제골로 리드를 가져가며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으나 연장전 승부 끝에 아쉽게 잉글랜드에 패했다.
당초 덴마크의 성공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악재도 터졌다. 핀란드와 경기에서 팀을 대표하는 스타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밀란)이 심정지로 쓰러졌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사고에 경기가 중단됐다.
동료가 쓰러진 모습을 본 선수단이 마음을 수습할 새도 없이 경기가 재개됐고 결국 덴마크는 핀란드에 일격을 맞아 0-1로 패했다. 이어진 강호 벨기에와 경기에서도 1-2로 패하면서 조별리그 통과가 사실상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러시아를 4-1 대파하면서 골득실차로 16강에 진출했다.
힘겹게 조별리그를 통과한 덴마크는 토너먼트에서 승승장구했다. 16강에서 웨일스를 4-0으로 대파했고 8강에서는 강호 체코를 2-1로 꺾었다. 준결승전 거함 잉글랜드를 만났지만 물러서지 않는 경기를 펼쳐 패배에도 박수를 받았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에릭센은 의식을 빠르게 회복했지만 결국 심장 문제로 선수생활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비록 안타까운 일을 겪었지만 그 사건이 오히려 덴마크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잉글랜드나 프랑스와 같은 스타 선수가 덴마크에는 없지만 팀으로서의 움직임은 대단했다. 결승에 오른 이탈리아도 과거에 비해 화려한 선수단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 가장 조직력이 좋은 팀이다. 축구에서 종종 간과되는 일이지만 '팀 스피릿'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에릭센의 사고 당시 덴마크 선수들이 그를 둘러싸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은 대처는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에릭센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덴마크 주장 시몬 키예르(AC 밀란)는 선수단을 독려하고 에릭센의 아내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키예르를 비롯해 덴마크의 주요 전력인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토트넘 홋스퍼), 유수프 포울센(RB 라이프치히) 등은 스스로 빛나기보다 팀을 위한 움직임을 많이 하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국가를 대표해 나선 대회에서 더욱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