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어스, 후견인 친부 재산 착취·사생활 과도한 통제 폭로…정치권서도 성년 후견인 제도 점검 분위기
2000년대 ‘팝의 요정’으로 불리면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39)가 아버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008년부터 후견인 역할을 맡고 있는 아버지가 자신을 속박하고, 통제하고, 학대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제는 자유를 찾고 싶다면서 법원에 아버지의 후견인 지위 박탈을 요청한 스피어스는 “나는 지금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사실 마흔을 바라보는 성인인 스피어스가 아직도 재산 관리를 비롯한 모든 개인 생활의 결정권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스피어스의 측근을 비롯한 열성 팬들은 ‘브리트니를 해방하라(#FreeBritney)’는 운동을 벌이면서 스피어스의 자유를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스피어스는 그동안 아버지의 감시를 받으면서 살고 있었던 걸까. 그 비극의 시작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당시 26세였던 스피어스는 수차례 기괴한 행동을 보이면서 주위의 우려를 샀다. 갑자기 미용실로 들어가 자기 손으로 머리를 삭발하기도 했으며, 쫓아오는 파파라치들을 향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주차된 자동차를 우산으로 가격하기도 했다. 그 결과 두 차례에 정신병원에 수용되기도 했던 스피어스는 누가 봐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당시 스피어스가 이렇게 정서불안에 시달렸던 이유는 전 남편 케빈 페더라인과의 이혼 후 벌어진 양육권 다툼 때문이었다. 2004년 백댄서 출신의 이혼남이었던 페더라인과 결혼한 후 두 아들을 낳았던 스피어스는 2006년 돌연 전 남편과 이혼했다. 당시 문자메시지로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 받고 괴로워하는 스피어스의 모습이 파파라치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그때부터 스피어스는 약물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결국 페더라인으로부터 아이들의 양육권마저 빼앗기자 스피어스의 정신적인 불안감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지정된 시간 동안만 어린 두 아들을 만날 수 있었던 스피어스는 아이들을 돌려보낼 때마다 “내 자식들이다.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며 울면서 호소하기도 했다. 하루는 결국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자 응급차와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의 이 위태로운 상황은 생중계되다시피 했으며, 상공에는 스피어스의 이런 모습을 촬영하려는 방송국 헬리콥터가 날아다니기도 했다. 결국 강제로 아들을 빼앗기다시피 했던 스피어스는 구급차에 실려 정신병원으로 이송되고 말았다.
딸의 이런 불안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친부인 제임스(69)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즉시 법원에 성년 후견인 지위를 요청했고, 스피어스의 정신감정 평가를 실시했던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제임스는 변호사인 앤드류 월렛과 함께 공동 후견인 지위를 획득했고 그때부터 스피어스의 자산, 부동산 및 비즈니스를 비롯해 개인 생활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 받았다. 다시 말해 스피어스가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이제 아무 것도 없게 된 셈이었다.
11세에 데뷔했던 스피어스는 1990년대 후반 발매한 ‘베이비 원 모어 타임’이라는 대히트곡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그 후 네 장의 앨범을 발매했고, 이 가운데는 플래티넘 앨범도 두 장 있었다. 그동안 순회 공연으로 벌어들인 돈만 1억 3100만 달러(약 1500억 원)였다.
돈방석에 앉게 된 스피어스의 재산은 현재 6000만 달러(약 67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스피어스는 이 재산을 자신의 의지대로 손대지 못하고 있다. 모든 지출은 13년 동안 줄곧 후견인 역할을 해왔던 아버지의 감시 하에 이뤄지고 있다. 대신 스피어스는 매주 200만 원가량의 용돈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으며, 집안 인테리어를 바꿀 때조차도 일일이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있다. 가령 주방 수납장의 색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을 때도 아버지는 “요즘 지출이 많다”면서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버지는 매달 1만 6000달러(약 1820만 원)를 월급으로 받고 있으며, 사무실 임대료 명목으로 2000달러(약 227만 원)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순회공연 수익의 일부도 아버지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2011년, ‘팜파탈 투어’ 공연 수익금의 2.95%를 비롯해 2014년에는 라스베이거스 쇼와 관련된 상품 판매 수익의 1.5%를 가져갔다.
스피어스는 재산만 통제받은 게 아니었다. 개인생활 역시 늘 아버지의 감시를 받았다. 비공개 법원 기록에 따르면 아버지는 스피어스가 누구와 데이트하는지 일일이 감시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아이를 낳는 것조차 통제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스피어스는 “체내에 있는 IUD(수정란의 착상을 막는 피임기구)를 제거하고 셋째를 갖고 싶었지만 후견인 측에서 이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길 원하고 있는 스피어스는 “나는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싶다. 하지만 후견인 제도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아기도 가질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한 스피어스는 과거 정신병원 수감 이력 때문에 강제로 정신질환 치료제인 리튬을 복용하고 있다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스피어스는 “이 약 때문에 늘 취한 상태로 지냈다. 약을 복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집으로 간호사를 보내 나를 감시했다”고 털어놓았다.
참다 못 한 스피어스는 2014년부터 꾸준히 아버지의 후견인 자격을 박탈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해 왔다. 마침내 지난해 11월에는 LA카운티 고등법원에 자산관리회사 베시머 트러스트를 후견인으로 임명하고 친부를 후견인 지위에서 배제해달라는 내용의 성년후견인 변경 청구소송을 정식으로 제기했다. 스피어스의 법률 대리인은 “스피어스는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과거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던 아버지가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어 후견인 교체를 요청했다. 실제 아버지는 스피어스의 권유로 몇 차례 알코올 중독 재활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었다.
지난 6월 23일 화상으로 연결된 영상을 통해 진행된 청문회에서 스피어스는 20분간 격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자신이 그동안 어떻게 고립된 생활을 했는지, 경제적으로 착취당했는지, 그리고 감정적인 학대를 받았는지에 대해 쉬지 않고 쏟아냈다. 얼마나 말을 빨리 했던지 판사가 중간중간 끼어들어 천천히 말해달라고 요청해야 할 정도였다.
스피어스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이 후견인 제도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 그리고 내가 ‘노’라고 말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매니저들, 모두 다 감옥에 가야 한다”고 격노했다. 그러면서 “나도 내 인생을 살 권리가 있다. 평생을 일해 왔는데 2~3년 정도는 쉴 권리가 있지 않은가”라고 호소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은 단지 내 돈을 내가 소유하고, 그리고 내 남자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스피어스는 경제적으로 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후견인 제도는 나에게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나는 내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 나는 평생을 일했다”면서 “사람들한테 이용당하는 것에 질렸다. 돈을 버는 건 분명히 나인데 주변 사람들 모두가 나한테서 돈을 받아간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쏟아낸 스피어스는 “아버지는 나를 통제하려 들었고, 그것을 즐겼다. 나는 머리 스타일과 손톱을 자유롭게 가꾸고 싶다. 8분 거리에 살고 있는 친구 집도 방문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스피어스는 친부 대신 케어 매니저인 조디 몽고메리를 후견인으로 지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호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스피어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을 담당한 브렌다 페니 판사는 스피어스의 법정후견인에 베시머 트러스트를 추가하더라도 친부의 후견인 지위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는 못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 베시머 트러스트는 스피어스가 최근 법정후견인 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력히 비판한 점을 들면서 “상황이 변했다”며 법정후견인 자격을 포기한다는 의향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이를 즉각 받아들였고, 이로써 아버지가 다시 단독으로 스피어스의 후견인 역할을 맡게 됐다.
이런 법원의 결정에 그간 스피어스의 해방을 촉구해왔던 사람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스피어스를 해방하라’ 운동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후견인 제도는 보통 신체적으로 취약하거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진다. 그런데 13년 동안 공연을 하고 앨범을 냈던 스피어스가 어떻게 이에 해당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스피어스를 지지하는 연예인 동료들도 이에 동참하고 나섰다. 1999년 나란히 데뷔했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비롯해 가수 셰어, 마일리 사이러스, 머라이어 캐리, 패리스 힐튼 등이 공개적으로 스피어스를 응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전 남친인 저스틴 팀버레이크 역시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 운동을 가리켜 아버지인 제임스 측은 한심하다고 치부하면서 운동가들을 음모론자들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제임스는 “음모론자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런 증거도 없지 않는가”라며 “내 딸에게 가장 좋은 게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캘리포니아 법원이다. 나는 매년 법정에 단돈 1센트까지 세세한 지출 내역을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뭘 훔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또한 그는 “우리 가족은 스토킹을 당하거나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끔찍하다. 우리는 그런 팬들은 원하지 않는다. 나는 내 딸을 사랑한다. 난 내 모든 자식들을 사랑한다. 이건 우리 가족의 일이다. 사생활이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스피어스가 쏘아올린 공은 현재 미 의회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성년 후견인 제도를 점검하겠다고 나선 네 명의 공화당 의원들은 스피어스에게 의회에 출석해서 후견인 제도에 대해 증언해줄 것을 요청했다. 맷 개츠 하원의원은 “미국 법 체계가 당신을 부당하게 대우했다. 우리가 돕고 싶다”면서 손을 내밀었다.
민주당 역시 움직이고 있다.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과 밥 케이시 주니어는 스피어스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이 제도와 관련된 정책을 손볼 수 있도록 보건부와 법무부에 후견인 제도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과연 이런 노력을 통해 스피어스가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팬들은 이제라도 대중 앞에 나서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스피어스의 용기에 갈채를 보내면서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