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제기한 미국 작곡가에…국내 기업, “구전동요 침해대상 안돼”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이정권 부장판사는 23일 미국 동요 작곡가 조니 온리(본명 조너선 로버트 라이트)가 상어가족을 만든 국내 기업 스마트스터디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상어가족은 미국 구전동요를 편곡한 것으로 2015년 출시된 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17년 영어버전(Baby Shark)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며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누적 조회수 90억 1400만 회를 돌파했다. 국내 동요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오르기도 했다.
조니 온리는 2019년 3월 동요 ‘상어가족’이 본인이 구전 동요를 리메이크한 ‘베이비 샤크’를 표절했다며 국내 법원에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조니 온리가 리메이크한 곡은 2011년 출시됐다. 이에 스마트스터디 측은 ‘상어가족’은 북미에서 오랫동안 구전돼온 동요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조니 온리의 저작물과는 무관하다고 맞섰다. 구전 동요처럼 작자 미상이거나 저작권 기간이 만료된 경우 저작권 침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양측은 구전 가요와 베이비샤크·상어가족의 음원 파일과 악보를 비교해 어떤 부분이 다른지 감정을 통해 확인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감정을 의뢰 받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두 곡의 실질적인 유사성을 인정할 수 없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조니 온리 측은 지난달 23일 소송취하서를 제출했으나 스마트스터디 측은 “법원 판결을 통해 표절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 받아야 추후 유사 소송을 막을 수 있다”며 거절했다.
스마트스터디를 대리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구전 가요가 실제 상업용으로 재창작됐을 때 어떤 경우에 저작권 침해가 되는지에 대해 법원이 창작의 범위를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