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8일 방송되는 KBS '표리부동' 4회는 배우 윤병희와 함께 영웅파 살인사건을 다룬다.
1999년 10월 어느 늦은 밤 서울지검을 찾아온 한 남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세기말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조직폭력배 '영웅파'의 조직원이라고 밝힌 남자가 흐느끼며 힘겹게 꺼낸 충격적인 한마디.
"사람을 죽였고 간을 먹었어요."
1999년 살인죄로 복역 중이던 영웅파 보스 이 아무개 씨'가 10년 만에 밖으로 나온다. 출소한 이 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소년원에서 만난 친구들을 모아 폭력조직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들은 청부폭력, 납치, 보험사기 등 세상의 온갖 불법적인 일들을 하며 세력을 넓히기 시작한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영웅파의 탄생이었다.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었던 것인지 줄기차게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던 영웅파는 급기야 잔혹한 살인까지 저지른다. 하극상을 이유로 조직원 곽 아무개 씨를 살해한 것. 이들은 곽 씨의 시신을 토막 내고 뼈와 살을 분리하는 것도 모자라 시신에서 간을 꺼내 술안주로 먹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반인륜적 행위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악의 토막 살해 식인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지 10년이 지난 어느 날 보스 이 씨가 자신은 이 사건의 주범이 아니라며 재심을 청구한다.
'이 씨'가 지목한 주범은 바로 조직원 창 아무개 씨였다. 창 씨는 검거된 직후 "사실은 내가 모든 것을 이 씨에게 시켰다"는 유서를 남기고 교도소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바 있다.
수사 초기 검찰은 영웅파 일당의 배후세력의 가능성에 의문을 품었다. IMF 여파로 전국적으로 대규모 조직폭력배가 조직되기 어려웠던 시절 출소한 지 불과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7명의 영웅파 일당의 자금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액을 벌어들이는 중심에 있었던 영웅파의 정 아무개 씨를 진짜 보스로 지목하고 더 큰 배후세력을 밝혀내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또 하나의 의문은 검찰에 제 발로 찾아가 자수한 인물 유 아무개 씨였다. 알고보니 살해한 곽 씨의 간을 먹자고 제의한 사람이 바로 유 씨였기 때문이다.
대체 보스 이 씨는 왜 10년이나 지나서야 죽은 창 씨를 진짜 주범으로 지목했을까. 영웅파 자금력의 핵심 정 씨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간을 먹자고 제의한 유 씨는 왜 검찰에 제 발로 찾아간 것이며 이 모든 의문의 진실이 어떤 거대한 배후 조직의 꼬리 자르기는 아니었을까.
보스 이 씨와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전직 조직폭력배가 지켜본 이 씨의 실체를 확인해봤다. 그리고 창 씨의 죽음을 보스 이 씨에게 전했던 지정수, 당시 교도소 보안과장을 통해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가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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