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최재형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나…문재인 정부 코로나 대응 낙제점”
황교안 전 대표는 21대 총선 패배를 책임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난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오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에 대해 “당시 총선 패배엔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많았다”며 “그때 만약 내가 모두 감당하지 않았다면 당은 더욱 힘들어졌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황 전 대표는 “그때는 당 대표로서 내 역할을 다했던 것이고, 지금은 앞으로의 역할을 국민과 당원에게 여쭙고 감당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꼬집은 황 전 대표는 “집을 많이 만들어야 수요 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집값이 내려간다”며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고, 규제를 풀어서라도 얼마든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황 전 대표는 최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선동’ 혐의 재심 청구 기각과 관련해선 “최근 ‘청주 간첩단’이 잡힌 사건이 있었다. 통진당은 그들의 온상이 되고, 제도권 깊이 침투해서 암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통진당을 해산하고 국가보안법을 지켜낸 것에 대해서 더없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대선 출마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해 4월 총선 이후에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올해 초 안동 이육사 선생 기념관을 찾았다. 모든 것을 불살랐던 고인을 마주하니, 지금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넋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했다. 그때 정치 재개를 결심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 구체적으로 뭐라고 보나.
“지금 이 정부, 잘한 점을 찾을 수가 없다. 하나하나 다 잘못하고 있다. 제일 큰 문제는 민생 파탄이다. 집 사기가 어려워졌다. 이 정부 들어서 집값이 2배 이상 올랐다. 가지고 있는 집에 세금 폭탄을 때렸다. 집을 사지도, 팔지도, 갖고 있지도 못하게 했다. 결국 집이 우리에게 폭탄이 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일자리도 없다. 청년들 일자리로 고통받고 있는데,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우리 국민을 힘들게 하는 정부다.”
―21대 총선 패배 책임을 뒤로하고 대선 출마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나는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살지 않았다. 책임을 지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이다. 국민을 위해서 더 큰 책임을 지기 위해서 출마를 결심했다. 당시 총선 패배엔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많았다. 하지만 당의 최고 책임자로서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해 기꺼이 물러났다. 그때 만약 내가 책임을 모두 감당하지 않았다면 당은 더욱 힘들어졌을 것이다. 당연히 지금의 반등도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때는 당 대표로서 내 역할을 다했던 것이고, 지금은 앞으로의 역할을 국민과 당원에게 여쭙고 감당하려 한다. 앞으로의 책임 또한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현 정부 대응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말할 것도 없이 낙제다. 국민들이 전에 경험해 본 적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40점, 50점 점수를 줄 수가 없다. 낙제다. 그들이 선전해온 K방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모범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전체주의 정부의 방역을 자랑할 순 없는 것 아니겠나. 처음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됐을 때 발원지로부터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정부는 괜찮다고 했다.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왔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민들이 고통받을 때 백신으로라도 방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정치 방역을 하고 있다. 과연 정부가 하고 있는 거리두기 방역의 연장, 그것이 과연 최선인지 물어보게 된다. 대통령이 정말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정책이 가장 큰 관심사다. 부동산 정책이나 철학이 뭔가.
“집 없이 사는 사람의 고통, 쫓겨 다니는 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이 원하는 주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첫째로 살 집이 많아야 한다. 이 정부는 집 늘리기 정책이 아니라 규제를 통해서 집값 올리지 않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그 결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집을 많이 만들어야 수요 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집값이 내려간다. 비싸서 못 사면 의미가 없다.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또 내 돈으로 다 산다는 건 어렵다. 대출 규제를 확 풀어서 대출로도 얼마든지 집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집이 큰 담보다. 얼마든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30년 모기지로 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뒤따르는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 삶의 행복의 출발점이다.”
―부동산 정책 외 경제 정책이나 관련 철학은 어떤가.
“경제 살리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시장에 맡기는 거다. 전체주의적, 사회주의적 사고방식으로 규제하고 통제하면 시장은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소득주도성장론, 지금까지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국민들이 고통받았다. 바뀌어야 한다. 또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우리 대기업 많이 성장했다. 대기업에 대해선 과감하게 규제만 풀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가 주력해야 할 것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키우는 거다. 중소기업벤처부를 4차산업혁명부로 바꾸고 부총리급이 장관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충분한 예산을 지원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성취형 M&A’를 통해서 중소기업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끼리 협력해 협력할 수 있는 인력도 늘리고, 기술도 공유하고, 판로도 함께 개척하면, 중견기업, 대기업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개 미만의 강소기업을 1만 개로 늘린다는 꿈을 갖고 나아가려고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두고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바로 대선을 직행했다는 비판이 있다.
“누가 그 두 분을 그렇게 만들었나. 멀쩡하게 일 잘하고 있는 사람을 압박하고 탄압해서 그 자리에서 버틸 수 없게 만든 거다. 문제의 발단은 이 정부에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헌법 파괴를 막고자 두 분이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나온 거라고 본다.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은 앞으로 검증을 해봐야 하겠지만, 공직자로선 책임지는 자세가 오히려 필요한 거 아닌가, 국민들이 정확히 판단하시리라 생각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한 이유가 대선에 나오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홍준표 의원 발언이 있었다.
“조국 사태에 대해선 다들 잘 안다. 수사기관은 수사했어야 하고, 감찰 기관은 감찰했어야 한다. 교육기관은 교육기관대로 잘못된 걸 고쳐야 했다. 모두가 다 해야 했기 때문에 했던 것이다. 나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했던 분은 그 당시엔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 나라를 위한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윤석열 후보의 장모와 아내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대선 주자 검증 어디까지 해야 한다고 보나.
“필요한 범위 내의 검증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다만 근거 없는 흑색선전, 마타도어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그런 것으로 정치하는 시대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왜곡하기 때문에 안 된다. 지금의 저급한 정치 문화는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할 구태라고 생각한다.”
―야권 대선 후보 풍년이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역량 있는 분들이 많은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리고 누가 돼도 문재인 정부보단 훨씬 낫다고 본다. 정권 교체를 위한 ‘반문 빅 텐트’, ‘반민주당 빅 텐트’를 만들기 위해선 기둥이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 국민의 여망을 더 크게 담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 기둥이 서로 얽히면 안 된다. 그러면 오히려 그 텐트를 일으키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유념하면서 정권 교체라고 하는 국민의 여망을 텐트 밖이 아니라 텐트 안에서 잘 키워나갈 수 있길 바란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
“최고의 지지율을 오랫동안 유지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지지율의 변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급하게 더 신속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고점을 찍었다가 크게 떨어져 본 정치인으로서 민심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민심의 아픔, 어려움을 더 깊이 성찰하면서 알게 됐다. 일시적인 인기보단 국민들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진정성이 전달되면 반드시 선택의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내가 당에 들어오고 당 대표가 됐을 때 지지율이 엄청났다. 그때도 나는 국회의원들을 모으지 않았다. 물론 실무적으로 도와준 의원들이 계신다. 그러나 그분들을 언급하는 순간 다른 분들은 뭐가 되나. 우리 다 같은 한 당이다. 내 실력이 아니라 세력으로 정치하려고 해서 안 된다. 편 가르는 정치,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행태들은 좀 바꿔가야 한다. 국민들이 내 세력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정치를 하겠다.”
―‘황세모(갈팡질팡한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라는 별명을 오히려 좋아한다고 했다.
“세모는 정립이 아닌가. 세모가 가장 안정된 형태다. 문재인 정부와 같이 극단을 가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세모를 사랑한다는 말도 했다. 누구라도 와서 덧붙을 수 있는 것이 세모다. 포용할 수 있는 거다. 세모는 각도 있다. 필요할 땐 각을 세우기도 한다. 당 대표 때 삭발도 했고, 단식도 했다. 어떻게 보면 각 세울 수 있는 세모이기 때문에 그랬다고 말할 수 있다. 정책에 있어선 안정감을 불의에 있어선 각을 세우는 그런 정치를 하도록 하겠다.”
―대북 정책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대북 정책의 최종적인 목표는 평화통일이다. 통일이 우리의 소원이기도 했고, 오래 노력해왔다. 하지만 통일이 굴종이 돼선 안 된다. 우리 국민 모두를 북한 주민들처럼 만드는 통일 절대 반대한다. 남북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매우 조심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맹목적인 눈치 보기식 대북정책, 이것은 우리나라를 암흑시대로 몰아갈 수 있다. 전적으로 반대한다.”
―최근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 ‘내란 선동’ 재심 청구가 기각됐다. 통진당 해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청주 간첩단’이 잡힌 사건이 있었다. 북의 지령을 받고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지도자를 모욕하고 끌어내리는, 이런 일들이 대명천지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가보안법이 만약 없었다면 간첩단 잡을 수 있었겠나. 북한은 나라가 아니다. 반국가 단체다. 형법을 적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국가보안법이 필요한 거다. 통진당은 그들의 온상이 되고, 제도권 깊이 침투해서 암적인 역할을 했을 거다. 그나마 2014년도에 통진당을 해산했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 활동하는 데에 나라를 무너뜨리는 데에 큰 제약이 생겼던 거다. 통진당을 해산하고 국가보안법을 지켜낸 것에 대해서 더없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8월 2일 ‘황교안의 일기’에서 ‘부정선거를 밝히기 위해서 싸우시는 애국지사들께 감사를 전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선거 불복을 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선거 불법이 있다면, 그건 밝혀야 한다. 지난 6월 28일 인천에서 재검표(4·15 총선 무효 소송 재검표)가 있었다. 재검표한 결과 많은 문제가 있는 투표용지가 발견됐다. 누가 찍은 것인지 알 수 없는 도장이 찍힌 투표용지가 1000여 장 나왔다고 한다. 과거의 부정 선거 의혹과는 다른 국면이 된 것이다. 이걸 밝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