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얼굴 프린트한 쌀자루에 아기 체중만큼 담아…비대면 축하 수요 폭발
일본 기타규슈에 있는 쌀가게 주인 오노 나루오 씨는 독창적인 쌀 포장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일명 ‘아기 쌀’로, 갓난아이의 몸무게와 똑같은 무게의 쌀을 포장한 제품이다. 쌀자루에 아이의 얼굴 사진을 프린트했으며, 모양도 담요에 싸인 아기처럼 보이도록 형상화했다. 덕분에 “쌀자루를 들었을 때 실제 아이를 안는 듯한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 유행이 길어지면서 ‘아기 쌀’은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도시 간 이동 자제로 직접 아기를 보러 올 수 없는 친지들에게 출산 답례품으로 돌리는 부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영국 매체 ‘가디언’은 “아기 쌀이 처음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코로나 사태로 또 한 번 인기가 급상승했다”고 전했다.
오노 씨는 “14년 전 아들이 태어났을 때 멀리 떨어져 사는 친지들이 아이를 보러 올 수 없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친지들에게 아기를 안아보는 느낌을 전해주고 싶어 아들의 몸무게와 똑같은 쌀자루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얼굴을 볼 수 있도록 사진도 붙여줬다.
어느 날 가게를 방문한 고객 한 명이 오노 씨의 쌀자루를 보고 ‘아이디어가 무척 재미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 오노 씨의 머릿속에는 ‘어쩌면 아기 모양의 쌀자루가 시장에서 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즉시 고객들을 위해 ‘아기 쌀’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일본 전역으로 배송을 해오고 있다. ‘아기 쌀’은 자루에 담긴 쌀의 양이 많아질수록 비싸지는데, 보통 1g당 1엔이다. 3.5kg의 아기일 경우 3500엔(약 3만 7000원)이 책정된다.
이후 여러 회사들이 오노 씨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다양한 ‘아기 쌀’을 선보였다. 디자인을 세련되게 변형하는가 하면, 라벨에 아기 이름과 생년월일, 체중을 프린트하는 등 점점 진화해갔다. 또 아기의 체중 외에도 키를 알 수 있는 쌀자루도 등장했다.
일본은 결혼이나 출산 시 선물이나 축의금을 받으면, 그 금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선물로 답례하는 것이 전통이다. 특히 최근에는 “답례품으로 쌀 선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유 중 하나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먹을 수 있으므로, 취향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선물로 제격이라는 것. 또 유통기한이 길어 보관의 고민도 덜어준다.
‘아기 쌀’은 출산 답례품에 이어 결혼 답례품으로도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결혼 답례품의 경우 신랑 신부의 어린 시절의 사진으로 만들며, 낳아준 부모님께 감사함을 표한다는 뜻이 담겼다. 오노 씨에 의하면 “코로나 대유행 이후 사람들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되면서 관련 제품 수요도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한편 ‘아기 쌀’에 대한 뉴스가 전해지자 해외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기발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좀 으스스하다. 아기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귀여운 아기 쌀자루를 안고 나면 왠지 미안해서 쌀을 먹지 못할 것 같다”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