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평준화로 초반 3경기 물고 물리는 혼전…팀 순위 경쟁 외에 과거 천적 맞대결 올드팬 향수 자극
올해는 38명의 기사가 출전 신청을 했고, 이 중 32명이 각 팀의 지명을 받았다. 지역연고선수 6명과 보호선수 2명은 선발식에 앞서 사전선발 됐다. 지역연고 선수로는 유창혁(서울 데이터스트림즈 1지명), 오규철(영암 월출산 2지명), 김동면(스타 영천 3지명), 차민수(서울 구전녹용 3지명), 김철중(부산 KH에너지 4지명), 김기헌(통영 디피랑 1지명)이, 보호선수로는 서봉수(KH에너지 1지명), 김동엽(의정부 희망도시 2지명)이 지명을 받았다.
지난 7월 초 열렸던 선수 선발 지명식에서는 지난해 우승팀이었지만 올해는 불참한 원봉 루헨스 소속 선수들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중 주장이었던 김수장 9단은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뽑은 ‘영암 월출산’이 가장 먼저 지명하며 이번 시즌에는 ‘영암 월출산’ 소속이 됐다. 김 9단은 특히 2019년 시즌에는 정규리그에서 14번의 대국을 전승으로 장식하며 다승왕과 함께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강타자다. 젊은 시절보다 나이 들어 더 세졌다는 평을 들을 정도.
원봉 2지명이었던 김기헌 7단은 신생팀 ‘통영 디피랑’에서 1지명으로 모셔갔다. 지난해 정규리그 9승 5패, 포스트시즌 4승 1패로 원봉 우승을 이끌며 MVP로 선정된 실적을 인정받은 것. 또 3지명이었던 박영찬 5단은 올해 등급을 높여 ‘스타 영천’ 팀의 2지명으로 픽업됐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대역전극을 연출, 스타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올해 시니어바둑리그 판도는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각 팀들의 전력이 평준화돼 우승팀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졌다.
조치훈, 장수영, 강훈 9단을 앞세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대회 3연패를 달성한 KH에너지는 올해 서봉수 9단을 1지명으로 앞세워 다시 정상을 노린다.
KH에너지 김성래 감독은 “올해부터 1지명 보호선수와 지역연고 지명이 대폭 축소되면서 팀 간 전력 차가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서봉수 9단과 유창혁 9단을 보유한 팀이 반집쯤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작년 원봉 루헨스 팀이 우승했을 때처럼 서 9단이나 유 9단 없이도 우승이 가능한 시대인 만큼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대체로 일치한다. 한 바둑 관계자는 “초반 3경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 서로 물고 물리는 혼전이 마지막 경기까지 계속될 것이다. 과거처럼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9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절대 우위라 장담하지 못한다. 기사들이 나이를 들면서 실수도 잦아졌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공부량, 평소 대국경험 등 과거와 환경도 굉장히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시니어들의 경우 장담할 수 있는 대국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게 최근의 추세”라고 분석했다.
실제 3라운드까지 개인 순위를 살펴보면 최규병(부천 판타지아) 3승, 김동면(스타 영천), 김철중(KH에너지), 김동엽(의정부 희망도시) 2승 등 의외의 기사들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고 서봉수 9단과 유창혁 9단은 각각 2승 1패로 한 걸음 처져있는 것이 눈에 띈다.
따라서 올해 시니어바둑리그는 팀 간 순위 경쟁 외에도 어느 기사가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기량을 유지, 발전시키고 있는지 혹은 젊은 시절의 천적 관계가 세월이 흘러서는 다시 재정립될 수 있을 것인지가 올드팬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8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이는 2021 시니어바둑리그 정규시즌은 14라운드 56경기 168대국이 치러진다. 전반기 7라운드는 같은 지명 선수가 대결을 펼치고, 후반기 7라운드는 무작위 오더제를 통해 대국을 벌인다. 이를 통해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 단계로 최종 순위를 결정짓게 된다.
상금은 우승 3000만 원, 준우승 1500만 원, 3위 1000만 원, 4위 500만 원으로 전기 대비 500만 원씩 줄었다. 정규시즌의 매판 승자 70만 원, 패자 40만 원, 미출전 선수에게는 20만 원의 수당이 주어진다.
[승부처 돋보기] ‘세계 최고의 공격수’에 역공 성공
2021 시니어바둑리그 3라운드 흑 최규병 9단(스타 영천) 백 유창혁 9단(데이터스트림즈) 121수 끝, 흑 불계승
#실전1
최규병 9단은 1963년생, 유창혁 9단은 1966년생. 세 살 차이지만 친구처럼 지내온 두 기사 간의 43번째 대결. 그동안은 세 번에 한 번꼴로만 최 9단이 이겨왔다. 전성기 때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 불렸던 유창혁 9단을 향해 흑1~5로 최규병 9단이 먼저 칼을 빼든 장면. 이에 대해 백6은 당연해 보였는데 실은 지나쳤다. 흑7의 약점 보강이 침착한 수로 11까지 백이 양쪽으로 갈라져 좋지 않다. 흑5가 축으로 잡히지 않아 백이 괴로운 전투.
#참고도1
흑1에는 백2 다음 4로 재차 끊어가는 것이 좋은 수. 4로 인해 흑7의 막음이 불가피하다는 게 아프다. 백10까지, 1도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실전2
좌하에서 흑과 백 미생(未生)인 채 전투를 벌이고 있는 장면. 백1로 건너붙였을 때가 흑은 찬스. 실전은 백5까지 다시 길어졌는데, 흑은 끝낼 기회가 있었다.
#참고도2
백1의 붙임에는 흑2의 반발이 성립되는 곳이었다. 이제 와서 물러설 순 없으므로 백3은 기세인데 흑4~10까지 위쪽 백 전체가 흑의 수중에 떨어진다. 백은 좌하귀를 차지해 바꿔치기 형태지만, 한 눈에 봐도 백의 손해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실전3
초반 좌변 전투가 백의 무리여서 단명국이 됐다. 흑▲에 백은 돌을 거뒀는데 백1로 이어 수상전을 시도하면 어떻게 될까. 결론은 잘 안 된다. 흑4·6이면 봉쇄된 형태. 안쪽에서 수를 죄어 가면 빅 형태가 되지만 우변 흑의 실리가 너무 크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