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 소지품 찾으러 남편 집 찾아…말다툼 벌이다 홧김에 범행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도(장검)로 살해당한 아내의 친구예요.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피해자의 고등학교 친구라고 소개한 A 씨는 “친구 중 (피해자가) 제일 먼저 시집을 갔다. 어느 날부터 5년 정도 연락이 끊겼다가 지난해 다시 만났는데 그때서야 이야기를 들었다”며 “(남편 장 씨가) 가정폭력에 위치추적 앱, 음성 녹음기, 차량 블랙박스 녹화를 체크하며 누구도 못 만나게 했고 말을 안 들으면 아이들 앞에서도 폭력을 썼다더라. 가족, 친구들과 연락을 못 하게 해 혼자 감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4월에도 말다툼 후 목을 졸랐나 보더라. 장검도 몇 번씩 꺼내 죽인다고 위협할 때 썼고 무서워서 치워놓으면 다시 찾아다가 침대에 놔뒀다더라”며 “그러다 진짜 죽을 것 같아 아이들은 책만 챙기고 본인은 몸만 나와 친정으로 도망치듯 나왔다”고 덧붙였다.
A 씨는 피해자가 금전적인 이유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후 재취업에 성공했고 옷을 살 돈이 없어 두고 온 짐을 챙기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A 씨는 “무서우니 아버지를 모시고 갔는데 비밀번호를 바꿔놨다더라. 그래서 (장 씨에게) 전화를 하자 자기가 갈테니 기다리라고 해서 마주하게 됐고 집에 들어선지 2~3분이 채 안 돼 사건이 터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작은아이 방에서 짐을 쌌고 피해자는 큰아이 방에서 짐을 챙기는 도중 (장 씨가) 이혼소송 취하하라는 얘기를 했다. (피해자가) 이미 조정 날짜가 나와 못 한다고 했더니 ‘그럼 죽어’ 하며 장검을 가지고 나왔다더라”며 “아버지가 진정시키려고 했으나 (장 씨는) 끝까지 칼을 놓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에는 “친구의 마지막 말은 ‘우리 애들 어떡해’였다. 아버지는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계속 눈물만 흘리신다”며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한 친구의 명복을 빌어주시고 장 씨가 정당한 대가를 치를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장 씨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자택에서 피해자인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다.
서울남부지방법원(부장판사 김상규)은 지난 5일 증거 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장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