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OB-삼성전서 연속 패전…같은 해 빙그레 송진우 하루 2세이브 기록도
1990년 7월 12일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 당시 최하위에 머물던 OB(두산의 전신)가 삼성과 더블헤더를 벌였다. 승부는 1차전부터 팽팽했다. 막판까지 6-6으로 맞섰다. 9회 초 공격에서 점수를 뽑지 못한 OB는 9회 말 3번째 투수로 오른손 홍길남을 올렸다. 하지만 홍길남은 선두타자 류중일에게 볼넷을 내준 뒤 계속된 2사 1·3루에서 장태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여기까지는 흔히 떠안을 수 있는 1패였다. 그러나 뒤이어 열린 더블헤더 2차전에서 운명의 장난이 펼쳐졌다. 홍길남은 OB가 2-4로 뒤진 7회 말 1사 2루에서 구원등판 해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냈다. 이어 OB 타선은 8회 초 2점을 뽑아 4-4 동점을 만들었다.
바로 이때 다시 사달이 났다. 8회 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홍길남이 2사 1루에서 김용철에게 중월 2점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OB는 4-6으로 졌고, 홍길남은 또 한 번 패전을 안았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하루 2패 투수'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다만 하필이면 같은 날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이 통산 100승을 올리면서 홍길남의 진기록은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이다.
홍길남과 반대로 더블헤더에서 연속 승리를 거둔 투수들도 있다. 1988년 문희수를 비롯해 김성길, 권준헌, 송진우, 유동훈이 하루에 2승을 챙기는 기쁨을 누렸다. 또 송진우는 1990년 5월 10일 LG와 더블헤더에서 연속 세이브를 따내 KBO리그 최초의 더블헤더 2세이브 기록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올해는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9월 3일 한화와 부산 더블헤더 1차전과 2차전에 모두 등판해 세이브 2개를 연속으로 수확했다. 1차전에서는 1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2차전에서는 1이닝 무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각각 틀어막아 KBO리그 역대 38호 더블헤더 연속 세이브 기록을 썼다. 동시에 시즌 20세이브 고지를 밟게 돼 김원중에게는 더 의미 있는 하루였다.
타석에서도 더블헤더 진기록은 숱하게 나왔다. 1999년 삼성 강기웅이 더블헤더 2경기 합계 안타 9개를 쳐 최다 안타 기록을 남겼고, 양준혁, 박재홍, 이호준은 공동 최다인 10타점을 올렸다. 최다 득점은 류중일, 장종훈, 서용빈, 장종훈, 박재홍, 장성호, 정수근의 6득점이다. 모두 KBO리그를 주름잡은 쟁쟁한 타자들이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