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천재’ 심석희와 ‘떠오른 천재’ 최민정…둘 사이엔 무슨 일이?
빙상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심석희와 최민정은 오랜 기간 여자 쇼트트랙을 대표하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다. 먼저 스타로 떠오른 건 심석희다. 1997년생 심석희는 주니어 무대에서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다녔다. 2011-2012시즌엔 세계 주니어선수권 3관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한국 빙상 미래로 꼽혔다.
2012-2013시즌 16세의 나이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18세이던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소치 올림픽에서 심석희는 여자 계주 금메달,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을 획득하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그 사이 최민정의 성장세가 눈부셨다. 1998년생 최민정은 심석희보다 한 살 어린 나이로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한국 여자 쇼트트랙 절대자로 떠올랐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2014-2015시즌 월드컵 랭킹 세계 2위에 오르며 자신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당시 월드컵 랭킹 1위는 심석희였다.
그 뒤로 성장에 가속력을 붙인 최민정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펼쳐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전관왕’ 위업을 달성하며 국내외 빙상 전문가들로부터 “심석희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들었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당시 최민정이 역사상 유례 없는 ‘퍼펙트 선발전’을 치렀다”면서 “선발전 예선부터 결선까지 모두 1위를 차지했다”고 회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엔 최민정과 심석희가 모두 출전했다. 다만 심석희는 올림픽을 1달 앞두고 조재범 전 여자 쇼트트랙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뒤 ‘선수촌 이탈 파문’에 휩싸이는 악재를 겪었다. 최민정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계주와 1500m에서 2관왕에 올랐다. 심석희는 여자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당시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선 최민정과 심석희가 엉켜 넘어져 둘 모두 상위권 입상을 하지 못했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주니어 시절엔 두 선수가 친분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부터는 최고 자리를 둘러싼 라이벌 의식이 생겼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심석희는 한국체대, 최민정은 연세대를 진학하면서 경쟁구도는 더욱 격화했다”면서 “심석희가 서울시청 실업 빙상단에 입단할 당시에도 ‘최고 대우’를 조건으로 계약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다른 특정 선수와 경쟁 심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심석희는 10월 8일 디스패치 보도를 통해 논란에 휩싸였다. 보도에 따르면 심석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C 코치와 동료들을 향해 욕설·비방하거나 중국 선수를 응원하는 조롱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심석희는 C 코치와 “브래드버리 만들자”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해당 메시지가 고의 패배를 통한 승부조작 의사를 시사한 발언이라는 논란도 제기됐다. 브래드버리는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호주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결승에 진출한 다른 선수들이 넘어져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획득한 ‘행운의 사나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서 심석희와 최민정이 엉켜 넘어져 메달 획득에 실패한 사실관계가 해당 메시지와 연관성이 있는지 관심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당시 심판은 심석희에게 반칙을 줬고, 심석희는 실격처리 당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번 논란과 관련한 진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